캘리포니아 등 지방정부에 이어 연방정부가 어린이 건강을 해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실내 개스 스토브(또는 가스 스토브, gas stove) 신규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 건설되는 주택에는 전기 스토브를 설치하거나 고성능 환풍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소비자물품안전위원회(US CPSC)는 건강 및 호흡기 질병을 유발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개스 스토브를 규제할 계획이다. 리차드 트럼카 CPSC 국장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개스 스토브는 위험한 수준의 유해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계획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백악관은 밝혀 계획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논쟁을 거쳐야 한 것으로 보인다.
CPSC는 일단 오는 3월 개스 스토브의 위험성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트럼카 국장은 정부가 각 가정의 개스 스토브를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새 주택은 규정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기 스토브로 바꾸는 사람들은 지난번 의회가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소법’에 따라 840달러의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인 가정 1/3은 천연개스 스토브를 사용한다. 약 4,000 가구에 해당한다.
개스 스토브의 건강 유해 논쟁은 이미 50년전 영국과 스코틀랜드 과학자들이 5,000여 어린이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스 사용과 천식 증상의 관계를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과학적 근거는
개스 스토브는 아주 미세한 PM2.5을 함유한 이산화 질소를 방출한다. 이 물질들은 폐에 영향을 주고 어린이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달 국제 환경연구 및 공공보건 학회지에 실린 논문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천식의 12% 이상이 개스스토브 사용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비영리 단체로 ‘탄소 방출 없는 건물 프로그램’의 매니저 브래디 시어스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집안의 개스 요리 장비는 2차 흡연에 노출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어린이 천식 유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나 천식을 가진 성인 등 특정 그룹은 개스 스토브 오염 물질에 쉽게 노출된다. 어린이들은 계속 폐와 면역 시스템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으며 성인보다도 훨씬 많은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시어스는 “특히 흑인 어린이는 백인 어린이보다 천식에 걸린 가능성이 3배나 높은 질병”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대학 환경보건과 조나산 레비 학과장은 개스 스토브가 천식을 앓지 않았던 성인들에게도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는 많다고 설명했다.
개스 스토브 바꾸기
천식 아동 또는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성인이 있다면 개스 스토브를 이용한 요리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개스 스토브의 불 맛 요리를 원한다면 고성능 환풍기를 이용해 오염 물질을 밖으로 내보다는 것이 좋다. 또 이런 환풍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면 요리 도중 또는 후에도 창문을 열어 놓으라고 ‘전국 천식위원회’가 권고했다.
연방정부는 아직 개스 스트브의 환풍 장치에 대한 아무런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개스 보일러나 온수기, 드라이어 등에는 규정이 있다.
시어스 학과장은 CPSC는 개스 스토브 자체에 대한 사용 금지를 내리는 대신 개스 스토브 환풍 장치에 대한 새 규정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무적으로 개스 스토브의 표준치와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면서 “개스 보일러와 온수기 모두 외부로 통하는 환풍기가 장착돼 있듯이 개스 스토브 역시 외부 환풍기를 의무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환풍기를 설치한다고 해도 건강 위험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10월 ‘환경화학 및 기술’ 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개스 스토브는 사용되지 않더라도 소량의 메탄 개스와 벤젠을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톨루엔, 헤신, 사일렌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속 환풍기를 틀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2022년 초 스탠포드의 연구보고서는 개스 버너나 오븐에서 방출되는 이산화 질소의 농도는 환경보호국(EPA)가 정한 외부 표준치 이상으로 순식간에 올라간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유해 물질을 막기 위해서는 부엌에 공기 청전기를 설치하고 필터를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다. 또 휴대용 1개짜리 전기 유도 스토브를 설치해 병행 사용할 수도 있다.
가격은 70달러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데 개스 스토브를 교체하기 힘든 아파트 세입자들에게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과학계는 미국에서 천연개스 스토브에서 나오는 메탄은 매년 개솔린 자동차 50만대가 방출하는 양과 같다고 측정했다. 개스 스토브 1개가 연간 방출하는 메탄은 평균 649 그램으로 40마일 거리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배기 개스와 맞먹는다.
하지만 개스 스토브를 표준 전기 스토브 또는 기타 대체 상품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이산화 탄소 방출이 즉시 감소되지는 않는다. 요리를 하면 항상 다소간의 오염물질이 방출된다. 마이크로웨이브 또는 토스터 사용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소법’의 환경 보호 지출 조항을 보면 새 전기 스토브 또는 전기 가전용품 구입할 때는 840달러까지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으며 개스를 전기로 바꾸는 비용을 최대 500달러까지 택스 크레딧으로 받을 수 있다. 또 각 주정부 차원의 지원도 받는다.
식당에 미치는 영향
개스 스토브 문제는 요리할 때 개스를 사용하는 많은 식당의 당면 과제이다.
식당 관계자들은 수백년 동안 사용해 오는 개스 스토브를 나쁜 연구 결과에 근거해 막는 결과라고 강력 반발했다.
개스 스토브 설치 금지는 특히 개스 스토브를 사용해 요리를 주로 하는 아시안 식당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예를 들어 한국 바비큐 식당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일부 식당 들은 전기 스토브로 바꾼다고 해서 요리 맛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히려 위생적일 수 있다고 반겼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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