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장애인 연금 혜택 자녀들‘날벼락’
규정 까다롭고 SSA직원 부족해 업무 처리 느리고
각종 소셜 연금 초과 지불 지난 4년간 60~100억
세금 원천징수, 월급 차압까지 당할 수 있어
크리 플라워스(38)는 지난 2월 결혼하면서 소셜시큐리티(SSA) 웹사이트 어카운트(my social security)를 개설했다. 은퇴하면 소셜연금을 얼마나 받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첫 페이지 상단에 플라워스가 무려 1만 7,121.21달러를 토해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아직 은퇴 나이가 되지 않았고 받은 돈도 없는데 말이다.
플라워스는 “순간 사기를 당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소셜연금을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SSA에 전화를 했더니 1995~2003년 정부에서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해 줬으므로 나머지 돈을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소셜 연금이 지불되기 시작된 연도는 그녀가 고작 10살이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SSA 직원은 그녀의 나이에는 개의치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 플라워스의 언니 역시 똑 같은 돈을 토해 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초과 지불 통지서를 받는 자녀들의 사례를 들어 소셜시큐리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초과 지불
연방 정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SSA는 다양한 소셜 연금 프로그램 수령자들에게 초과 지불한 금액이 60억~1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10월까지 회수하지 못한 초과 지급금은 대략 230억 달러다. SSA는 매년 7,100만 명에게 1조 4,000달러의 각종 소셜 연금을 지불하고 있다.
카이저패밀리재단(KFF) 보건 뉴스는 최근 탐사 보도를 통해 초과 지불 사태는 SSA의 실수로 또는 신청자의 실수에 위한 것이라면서 “소셜시큐리티 시스템이 많은 문제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미국의 소셜시큐리티 규정은 매우 까다롭다. 또 SSA 자체도 직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수령자의 수입 변화에 따른 금액 조정 역시 번번히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초과 지불되고 있는 사실조차 수년째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플로레스는 SSA에 수십여차례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것인지 따졌다. 그런데 아무도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초과 지불에 대한 통지는 예전 주소로 보내져 받지도 못했다. 그녀는 아마도 연락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아버지의 장애인 연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SSA는 아버지 개인 정보이므로 딸에게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1990년대 플라워스의 부모는 별거해 각각 타 주에 살고 있다. 플라워스의 아버지는 SSA 장애 보험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연금을 받았다. 장애 보험 프로그램은 신청자의 자녀들까지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 이므로 돈은 부모 이름으로 지불된다.
플라워스의 엄마는 1년 정도 매달 100~120달러를 받은 것으로 기억하지만 8년간 자매가 3만 4,000달러 가까이 받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장애인 연금 주의
SSA 장애인 연금을 받는 사람은 첫9개월간 시험 근로기간이 지난후에는 추가 수입으로 한달 1,470달러 이상 벌 수 없다. 이 금액이 넘어가면 연금이 깎인다.
그런데 종종 자격을 잃은 후에도 얼마동안 계속 연금이 지불되곤 한다. 연금 수령자 본인도 SSA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거나 SSA 자체의 업무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자문 연구회사인 ‘매스매티카’의 데니스 호프만 수석 연구원은 “근로와 관련된 초과 지불은 규정이며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호프만은 장애 연금과 관련된 초과 지불은 매우 드물지만 시험 기간중 법으로 정한 근로 수입을 넘게 번 장애 연금 수령자에게 약 80% 더 지불됐다면서 시험 기간 9개월 동안 초과 지불된 금액의 중간값은 총 9,282달러라고 말했다.
SSA 규정에 따르면 수령자의 존속 가족 또는 배우자는 초과지불금 상환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 또 미성년자나 치매 노인 친척을 위해 페이먼트를 관리한 사람은 초과 지불 상환의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2016년 정부회계감사국(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에 따르면 이전 회계 연도에 초과 지불금을 탕감 받은 사람의 약 30%는 부모가 대신 자녀들의 연금을 받을 당시 이를 알지도 못하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연금 중단, 세금보고 원천징수
2015년 사라 베나비데스는 딸이 2개월이었을 때 아기의 아버지와 동네 소셜오피스를 찾아 딸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알아봤다. 딸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이었는데 근무중 부상을 당해 장애 연금 자격이 됐기 때문에 딸도 생활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엄마인 사라 앞으로 매달 300달러씩 지불됐다.
딸의 아버지는 이후 이들 모녀를 떠났고 2020년 SSA는 엄마인 사라에게 편지를 보내 딸의 아버지가 직장 종업원 상해보험으로부터 돈도 받으면서 소셜 장애인 연금도 받았다면서 이로 인해 초과 지불됐다고 통지했다.
사라와 남편은 처음부터 종업원 상해보험에서 돈을 받는다고 담당자에게 말했지만 SSA에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돈을 지불했다가 수년이 지난후에야 초과 지불 통지를 보냈다고 뉴욕 법률보조센터의 앵 캘러지가 말했다.
이로인해 사라의 5살 딸은 소셜시큐리티국에 1만 2,768달러의 빚을 지게 됐다. 사라는 사기를 당한 느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금 환급에서도 원천 징수
사라의 딸은 아직도 월 120달러의 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SSA는 이 돈을 원천 징수해 초과 지불금을 까 나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딸의 초과 금액은 2030년이나 돼야 탕감된다. 2016년 GAO 보고서는 장애인 연금 초과 지불금은 이런 원천 징수 방식으로 회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경우에는 연금이 끊긴 후에 이런 편지를 받지만 SSA에서는 악착같이 다른 방법으로라도 돈을 회수한다.
뉴욕 퀸스에 사는 테미 애이나는 세금 환급이 되지 않아 알아보니 초과 지급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개월 후 SSA는 편지를 보내 그녀가 13세 된 2005년부터 4년간 아버지로 인해 1만 1,681달러를 추가로 받았다고 통보했다. 그녀의 오빠 역시 똑 같은 편지를 받았다.
애이나는 항의했다. 아버지가 애이나의 돈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거의 2년이나 끌었다. 그동안 택스 리턴을 받아야 할 1,000달러가량을 받지 못했다. 또 어느날 SSA가 직장에 그녀의 급여를 차압한다는 통지서를 보냈지만 이미 애이나는 직장을 이직한 후였다.
초과 지불금 항의
베나비데스, 플라워스, 에이나 모두 이 문제를 소셜시큐리티국의 어필(항소) 절차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플라워서는 어필 서류를 보낸 후에 이와 비슷한 케이스를 담은 누군가의 틱톡 경험담 비디오를 보게 됐다. 비디오를 올린 사람은 지역 연방 하원의원 사무실 관계자와 접촉했다.
플라워스는 조지아 노크로스에 살고 있어 루시 맥베스 하원의원을 접촉했고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SSA에 연락했다. 팔라워스는 올 여름 SSA 청문회에 출석했더니 플라워스가 제출한 서류가 돈을 되갚을 수 없음이 증명됐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따라 1만 7,121달러 초과 지급금이 소셜 어카운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언니의 케이스는 계속 진행중이다.
플라워스는 틱톡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렸다. 그랬더니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 수백여명이 고생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루이지애나에 살고 있는 베나비데스는 플라워스의 비디오를 보고 지역 연방 하원의원인 클레이 히긴스에 연락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SA는 그러나 계속 그녀의 딸에게 지불되는 120달러를 원천 징수해가고 있다.
SSA입장
SSA는 초과 지불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초과 지불에 대해 어필 할 권리가 있고 매달 최소 10달러씩 되갚을 수도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애이나는 결국 법률 자문센터에 의뢰해 도움을 받아 2021년 7월 초과 지불금 잔액 모두 탕감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 케이스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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