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어느 화요일 아침 ‘티나’와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4시간 거리의 라스베가스 길목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나절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라스베가스 중심 스트립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이지만 나름 ‘신시티’의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번화한 곳이다.
밤에 펼쳐지는 공연을 신청했지만 일행 중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취소한다고 했다. 택시 타고 티나와 단둘이 갈 수도 없고… 포기했다.
새벽 5시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목적지 대스밸리로 향했다.
대스밸리 역사의 시발점인 붕사(보랙스) 광산과 미국에서 가장 낮은 배드워터 분지, 그리고 영화에 나올법한 모래언덕과 올겨울 많은 비로 인해 화려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막의 꽃구경에 한껏 부풀었다.
하지만 시간상 모래 언덕 관광을 포기해야 했고 대스밸리에서 나오는 길에 작은 ‘사막의 해바라기’ 군락을 보는 것으로 꽃구경을 만족해야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대스밸리
대스밸리는 코네티컷 만한 크기로 미국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1933년 호버트 후버 대통령이 붕사광산(borax mining)으로부터 수백만 에이커를 지켜내기 위해 국립기념물로 지정했다.
이후 1994년 340만 에이커에 달하는 국립공원으로 승격돼 라스베가스 관광객들에게는 단골 방문지다.
대스밸리는 한여름에는 관광이 불가능할 정도로 뜨겁다. 최근 한여름 기온이 130도를 치솟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관광 적기는 늦가을과 요즘 같은 봄철이다.
출발할 때 기온은 50도대였지만 대스밸리 한낮은 벌써 80도로 올라갔다. 그래도 건조해서 그런지 뜨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베드워터배신(badwater basin)
대스밸리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북미주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해수면보다 282피트가 더 낮다. 비가 오고 물이 고여도 바닥으로 스며들지 않고 오로지 강렬한 햇살로만 물이 증발한다고 한다.
대스밸리를 가고 싶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지난 여름과 겨울 폭우로 바짝 메말라 있던 이곳 소금 호수에 물이 고여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지난해 8월 20일 캘리포니아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 힐러리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연중 강우량보다 더 많은 2.2인치의 비가 내려 바싹 마른 소금바닥에 물이 고여 소금 호수를 만들었다.
소금이 가득한 호수물에 발을 담그고 기념 사진에 담고 싶었다. 2005년 이후 20년만에 처음 있는 현상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소금 호수에는 기대만큼 많은 물이 남아 있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어 관광객들 틈에 섞여 맨발로 어적대는 소금바닥을 걸으며 ‘소금 족욕’으로 무상의 시간을 보냈다. 황토 길을 맨발로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데 소금 바닥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노부부 관광객 많아
함께 간 관광객 일행들은 대부분 노인세대들이다. 손을 잡고 언덕과 소금밭을 걷는 노부부들이 모습이 정겹게만 느껴진다. 멀리 걷지 않은 곳, 그리고 부부가 멀리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사 관광에 나선 것이겠다.
하루 관광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스밸리의 광활한 대자연에 흠뻑 젖었던 시간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대스밸리를 빠져나올 즈음 길옆 노란 꽃 단지 옆에 관광버스가 정차했다. ‘사막의 해바라기’라고 한다. 작은 해바라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많은 비로 대스밸리의 화려한 꽃 구경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봄꽃의 흔적에 빠져본, 아쉽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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