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스타플레이어 케이틀린 클락 활약
슈퍼스타 하나가 스포츠 리그를 좌우한다
어느 분야이든 스타플레이어는 필요하다. 슈퍼스타의 존재는 리그를 좌우한다. 심지어 미디어 종사자들도 스타 기자가 요구된다. 2024년 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의 중심추는 여자였다. 규모와 그동안의 관심도를 따지면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이지만 남녀 비교는 언감생심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그 중심에 아이오와 대학의 슈퍼스타 가드 케이틀린 클락(22)이 있었다.
NCAA 남자 대학농구 토너먼트 파이널 포는 항상 NFL 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특설 코트를 조성하고 입장객이 평균 6만 5,000여 명에 이른다. 미국만이 가능하다. 올해는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다. NFL 애리조나 카디널스 홈이다. 여자 대학농구 파이널 포는 NBA 코트에서 열린다. 2024년은 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홈 로킷 모기지 필드하우스에서 진행됐다.
남자 대학농구 토너먼트의 중계권료는 향후 연간 11억 달러다. CBS와 터너(TBS, TNT)방송사의 독점이다. 지구촌 축제 올림픽, FIFA 월드컵이 같은 해에 벌어지고 대한민국 스포츠 전체 중계권료를 합쳐도 미 남자 대학농구 토너먼트에 미치지 못한다.
여자는 ESPN이 독점 중계다. 중계권료는 공개된 적이 없다.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ESPN은 꾸준히 여자 대학농구를 발전시켰다. WNBA와 여자 대학농구가 남자의 메이저 종목급으로 성장한데는 ESPN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스포츠는 방송과 함께 발전된다. 방송의 적극적인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
클락은 백인으로 6피트 가드다. 외곽슛이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슈퍼스타 스테펀 커리를 방불케한다. 정규시즌에는 남녀 통틀어 대학농구 디비전 I 최다 득점(3951)을 기록했다. 종전 1970년 남자 대학농구 LSU(Louisiana State University) ‘피스톨’ 피트 마라비치(3667포인트) 기록을 뛰어 넘었다. 미국은 남녀 대학농구 시스템이 같아 기록을 비교할 수 있다. 여자 대학농구 토너먼트를 68강으로 조직할 수 있는 나라도 미국뿐이다.
클락의 인기는 토너먼트 8강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8강 상대는 전년도 파이널에서 만나 아이오와에 준우승을 안긴 LSU였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포워드 에인절 리스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라이벌이 됐다. 4강은 여자 대학농구 최강 유콘(유니버니시티 오브 코넷티컷), 결승전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격돌했다. ABC와 ESPN의 중계는 역대 여자 대학농구 최고 시청률을 모두 갈아 치웠다. 아이오와를 87-75로 누르고 정상에 오른 사우스 캐롤라이나 돈 스테일리 감독은 경기 후 클락에게 고마움을 공개적으로 표했다. 한마디로 “네가 있었기에 여자 대학농구뿐 아니라 여성 스포츠가 주목을 받게됐다”고 댕큐 인사를 했다.
사실 여자 대학농구 관계자들의 똑같은 심정이었을게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 황제’로 탄생하면서 PGA투어뿐 아니라 골프 산업 발전에도 획기적인 물꼬를 텄음은 물론이다. 슈퍼스타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클락은 고교 시절 농구 명문 유콘 진학을 원했지만 좌절돼 아이오와로 진학했다. 유콘의 Hall of Famer 감독 지노 오리에마의 뼈아픈 패착 이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아이오와는 클락의 입학과 함께 여자 대학농구의 중심이 됐다. 홈경기는 모두 매진이었다. 여자 대학농구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장면의 연속이었다. 4년 재학 동안 팀을 정상에 올리는데는 실패했다. 2년 연속 결승 진출로 만족했다. 이어 지난달 4월 WNBA 드래프트에서 인디애나 피버에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됐다. WNBA 드래프트 사상 시청률도 역대 최고를 였다. ESPN을 통해 중계된 드래프트도 30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그녀는 이미 돈방석을 예고했다. 연봉이 아니다. WNBA 루키 계약(3년 후 옵션) 연봉은 8만 달러 이하다. 연봉 전문매체 스포트랙에 따르면 피버와 클락은 4년 33만 8000 달러에 계약했다. 첫해 연봉은 7만 6,335 달러, 평균 8만 4,500 달러다. WNBA 연봉은 남성 NBA와 하늘과 땅 차이다. 2023년 NBA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지명된 프랑스 빅터 웸반야마는 4년 55,174,766 달러에 루키 계약을 맺었다. 클락 연봉의 163배다.
클락 인기는 광고 수입으로 이어진다. 미국답다. WNBA는 연봉이 제도적으로 묶여 있는 탓에 광고 수입으로 대체된다. 이 역시 남자와는 차이가 크다. WNBA로 진출하면서 나이키는 그녀와 8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고교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NBA에 진출할 때 1억 달러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여성 팀 스포츠 사상 최고액이다. 나이키 외에도 케이토레이드, 음향전문기기 보스, 자동차 뷰익, 금융 골드만삭스 등 10개 업체들과 광고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제 여자 대학농구에서의 인기는 WNBA로 이어질 전망이다. WNBA와 인디애나 피버는 클락을 중심으로 마케팅도 새롭게 전개될 전망이다. 일반팬들은 오늘날 NBA의 글로벌 인기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장으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 전문가들은 흑인 매직 존슨과 백인 래리 버드가 이룬 토대에 조던이 올라탔다고 지적한다. 1979년 미시건 스테이트-인디애나 스테이트의 NCAA 토너먼트결승전 시청률은 현재도 난공불락이다. 미시건 스테이트의 매직 존슨 vs 인디애나 스테이트 래리 버드의 대결 때문이었다. 당시 알려지지 않은 버드의 인디애나 스테이트는 33승 무패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둘은 결승전을 마치고 매직은 서부 명문 LA 레이커스, 버드는 동부의 보스턴 셀틱스로 입단해 대학농구의 인기를 NBA로 옮겼다.
당시 NBA는 인기가 없었다. 코트에서는 툭하면 주먹질에 장외는 약물로 얼룩져 있었다. NBA 파이널마저 라이브로 중계하지 못했다. 매직과 버드의 흑백 대결이 NBA로 연장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클락의 존재가 중요한 까닭이다.
문상열 전문기자 moonsytexa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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