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의 이름은 그레이스(Grace)다. 하지만 종종 그레이스 에스(Grace S.)로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퍼스트 네임이 같을 경우 라스트 네임의 첫 대문자를 붙인다는 것을 다른 그레이스들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한글 이름 중 동명이인을 김영희 A와 B로 구분하는 것의 미국 방식이다. 우리집 그레이스는 서머스쿨(Summer School)에 다니는 동안 그 곳에도 같은 이름의 그레이스가 있어서 역시나 ‘그레이스 에스’로 불렸다. 흔한 퍼스트 네임 때문에 같은 이름의 친구를 자주 만나게 되는 건 아닌지, 미안할 때가 많다.
그래서 찾아봤다. 도대체 2011년 생 중 그레이스는 얼마나 많을까.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자료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2011년 태어난 아이들 중 16번째로 많은 이름이다. 2010년에는 18위, 2012년에는 21위에 올라 있으니, 같은 이름의 친구를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무엇일까. 이 대답 역시 사회보장국에 있었다.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발급하는 사회보장국은 매년 전년도 태어난 아기들의 이름을 분석해서 가장 인기있었던 이름을 발표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태어난 여자 아기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올리비아(Olivia)다. 2위와 3위는 엠마(Emma)와 샤롯테(Charlotte)가 차지했으며, 아멜리아(Amelia)와 소피아(Sophia)가 뒤를 이었다. 올리비아는 2019년부터 여자 아이 이름 중 인기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리비아 역시 매년 같은 이름 친구를 만나고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남자 아이 이름은 어떨까. 남자 아이 이름 중에는 리암(Liam)이 1위다. 노아(Noah)와 올리버(Oliver)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으며, 제임스(James)와 엘라이자(Elijah)가 뒤를 이었다. 엘라이자라는 이름이 눈길을 끌어 찾아보니 2010년 이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 최근 몇년 동안 큰 상승세를 보이는 이름이다. 반면 제임스는 꾸준히 사랑받는 이름으로 1940년부터 1952년까지 12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름 1위였다. 이후에도 톱 10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1990년 초반에서야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2014년부터 다시 톱10에 진입해서 지금까지 톱 5를 유지하고 있다. 세대를 고려하면, 할아버지 세대에 가장 인기 있었던 이름 제임스가 손자 세대에 다시 사랑을 받고 있는 모양세다.
이처럼 이름에도 유행이 있었다. 1950년에는 여자 이름 톱 5는 린다(Linda)-메리(Mary)-패트리시아(Patricia)-바바라(Barbara)-산드라(Sandra), 남자 이름은 제임스(James)-로버트(Robert)-존(John)-마이클(Michael)-데이비드(David)가 차지했다. 2024년 인기 이름 톱 5와는 완전히 다른 순위다.
‘알쓸(알아두면 쓸데없는)’정보이지만 덧붙이자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애칭이 존재하는 것도 미국 이름의 특징이다. 친구 대니얼(Daniel )과 스테파니(Stephanie) 부부는 서로를 댄(Dan)-스텦(Steph)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나의 ‘스타벅스 이름’인 킴(Kim)은 킴벌리(Kimberly)의 애칭이고, 재클린(Jacqueline)은 재키(Jackie), 도로시(Dorothy)는 도티(Dottie)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줄여서 부르는 애칭이 본래 이름과 애칭이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빌(Bill)은 윌리엄(William)의 애칭이며, 테드(Ted)는 에드워드(Edward)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가 미국 42대 대통령을 ‘빌 클린턴’이라고 부르지만 그의 본래 이름은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법적인 이름은 윌리엄 헨리 게이츠 3세이다. 로렌스(Laurence)의 애칭은 래리(Larry), 제임스(James)의 애칭은 짐(Jim) 또는 지미 (Jimmy)로 불린다. 엘리자베스(Elizabeth)는 베스(Beth), 베티(Betty)라는 애칭이 있으며, 캐서린(Kathleen)은 케이트(Kate)가 애칭이다.
많은 부분 ‘알쓸’정보이지만, 여기까지 읽었으니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지식이었길 바란다. 혹시나 관련 정보를 쓸데 없어도 알아두고 싶다면 사회보장국의 인터넷 홈페이지(www.ssa.gov/OACT/babynames)를 참조하면 된다.
김동희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에서 커뮤니티 아웃리치 담당자로 일하며, 미국에서의 일상을 소재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dhkim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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