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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고작 6년 증가 그쳐 한계점 도달

인간 장기의 기능 저하 등 자연 노화 못 막아

금세기 여성 15%, 남성 5%는 100세 갈 듯

“오래 산다”보다“건강하게 산다”더 중요

 

 

 

요즘 환갑 잔치하면 욕먹는다. 60갑자를 살아남은데 대한 자손들의 효심의 표현이겠지만 환갑은 그저 지나가는 생일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백세를 살아가는 시대에 겨우 60세를 넘겼다고 해서 잔치를 벌일 일은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사람의 기대 수명은 의료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지난 100년동안 거의 두배가 늘었다. 그래서 요즘은 백세 세대가 아니라 120살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어떤 학자들은 사람이 150세까지 살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한 논문을 살펴보면 이 기대수명이 한없이 늘어만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논문에 따르면 사람의 기대 수명 증가치가 최근 들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세기와 20세기를 지나면서 인간이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평가해주는 기대수명은 가파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건강한 음식을 잘 섭취하는데다가 발달된 의료 기술 같은 가속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증가 비율은 지난 30년동안 그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전처럼 몇 년을 더 살 것인가에서 요즘은 건강하게 몇 살을 더 살수 있는지로 바뀌게 된다는 주장이다. 

사실 100세를 산다고 해서 기뻐할 일을 아니다. 90세까지 멀쩡하게 살다가 10년을 끙끙 앓는다면 삶의 존엄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9988234’(구구팔팔이삼사),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자리에 누워있다가 가족들과 이별하는 시간을 가진 후 죽는다”가 허언만은 아닌 듯싶다.

  

약이 만든 수명 연장

지난달 의학지 ‘자연 노화’(Nature Aging)에 연구 논문을 발표한 시카고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제이 올샨스키 교수는 “대부분 요즘 오래사는 사람들은 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일회용 반창고식 의학이 수명을 약간은 더 올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런 빠른 증가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특히 “늘어난 수명을 살아가는 동안 건강하지 못하다면 오히려 해가 된다”면서 “앞으로는 얼마를 더 살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은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들로 이름을 올린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그리고 기대 수명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을 대상으로 1990년~2019년생들의 기대 수명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기대수명은 모든 지역에서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 증가 속도는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홍콩은 여전히 기대 수명의 속도가 줄지 않는 곳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연구 결과를 의학지 ‘자연노화’(Nature Aging)에 발표하면서 의학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기대 수명은 계속 상승하기는 했지만 결국 한계에 근접해 평균 수명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이 올샨스키 교수는 “우리가 지금 몇살까지 살수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몇살을 더 살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조금 애매한 말일 수 있다. 

그는 인간이 최대로 살수 있는 평균 수명은 87세(남성 84세, 여성 90세)로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이 최대 수명에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다소 몇 년씩을 올일 수 있겠지만 종국적으로 더 이상 수명 연장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질 개선, 의학 개발

지난 20세기 인간의 수명은 급격히 늘어났다. 우선 식수의 수질 개선과 항생제 개발 같은 신 기술의 혁신이 큰 요인이다. 암과 심장병 등 사망을 초래하는 질병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들에 대한 치료법도 더 발전됐다. 

저명한 인류학자 제임스 바우펠은 21세기에 태어난 아기들은 100세까지 살 것이라는 예측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번 연구서는 여성의 15%, 남성의 5%가 이번 세기에 100세까지 살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계는 의학과 공공 보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국가들의 기대수명은 1990년 이후 고작 6.5년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최근 기대 수명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증가 속도는 일부 과학자들의 예상치보다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들은 이번 세기에 기대수명은 가속도가 붙어 오늘 태어난 아기는 앞으로 100년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사실 올샨스키 교수는 1990년 과학지에 낸 논문에서 인간의 기대 수명 증가는 한계가 있으며 이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후 30년 이상 이번 연구를 통해 그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한 셈이 됐다. 

올샨스키 교수와 반대되는 이론으로 인간의 수명은 150세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해온 버밍햄 앨라배마 주립대학의 스티븐 어스태드 생물학과 교수 조차도 이번 논문에 대해 “신뢰가 간다. 기대수명 증가 비율이 둔화된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자연노화 못막아

연구서는 현대 의학이 사람들의 수명을 70, 80, 90대까지 끌어 올리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연장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학계는 50대 이전 사망을 제외하고 평균 기대 수명은 여성이 1년, 남성은 1.5년 증가에 그친다. 

자연적으로 노화돼 죽는 것은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샨스키 교수는 “사람의 내부 장기는 나이가 들수록 둔화돼 지금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해 몸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 학자들도 있다. 전국노화연구소의 로이기 페루치 소장은 “현재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기대수명의 큰 증가는 보기 힘들겠지만 예방에 더 투자를 한다면 병을 늦춰 결국 나이로 인한 우리 장기 손상을 더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넷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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