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원장님 그리고 김 선생님.
많은 일이 있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늘 ‘ 맑음’으로 표시되는 천사의 도시에 살고 있으니 계절의 변화도 느끼기 힘듭니다만, 우리들의 마음 속에선 몇 번이고 날씨가 오락가락 했던 그런 여름이 아니었나합니다. 또한 유난히 김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많 이 했던 여름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원장님과 선생님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환자들이 많았다는 뜻이겠지요.
두 분을 처음 만났 던 4 년 전 이맘때를 기억합니다. 저희 팀이 클리닉을 방문해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일부 암은 정기검진으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한인들에겐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후 클리닉과 가깝게 일하면서 안타까운 경우들을 자주 봤습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다보니 더 자주 아프고, 더 심하게 아픈 환자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을 어떻게도울 수 있냐는 저의 한숨에 병원 간호사 선생님께서하 셨던 말 씀 이 오랫동안 마 음 속에 남았습니다.
“ 김 코디님, 속상하시죠? 근데 저희는 이런 상황에 계신 환자 분들 매일 만 나요. 매일 속 상 해 요 .” 그래도 저는 두 분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전문의와 연결하고, 각종 소셜 서비스를 찾아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원장님과 선생님의 환자들은 행운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좋은 병원 좀 소개해주세요”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두 분을 만난 뒤로는 “ 좋은 병원”이 어떤 곳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최신 시설을 갖춘 멋진 병원도 좋겠지만, 더 좋은 병원은 ‘ 우리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병원입니다.
복잡한 미국 의료 시스템 안에서 ‘ 내 환자’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길을 찾아주는 병원입니다.
원장님과 선생님이 계시는 그런 병원이요. 올 여름 김 선생님께서는 “ 미안하지만…”으로 시작되는 전화를 몇번 하셨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암진단을 받은 환자 한 분을 돕기 위한 각종 경우의 수를 알아보시던 중이셨습니다. 건강 보험도, 소득도, 체류 신분도 없는 그 환자 를 조금 더 ‘ 잘 ’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곳에 부탁을 하고 계셨습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몇번이라도 미안함을 택하 실 것 같던 목 소리였습니다.
“ 동희씨, 바쁘겠지만… 미안하지만… 이러저러한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지 좀 알아봐줄 수 있을까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 저도 같이 돕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많 이 배웠습니다. 복잡한 미국 의료 시스템을 헤쳐나가며,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이 경험 덕분에 다음 에 다른 환자는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얼마전 그 환자 분께서 암을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일찍 수 술 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계시다 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떤 의료진을 만나 어떤 도움과 지원을 받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물론, 퉁퉁 부은 손으로 어느 병원에 가야하는지 몰라 무작정 걸어왔다 는 한 할머니를 잠깐 봐주시겠다며 진료실에서 나와 그 목소 리에 귀 기울이시던 원장님, 병원의 일반 직원들을 독려한 덕분에 젊은 직원들 이 간호학과 에 합격 해서 커리어 를 만 들어 가게 됐다고 기뻐하시던 선생님 의 모습도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두 분이 한인사회에 계 셔주셔 서 감사 합니 다.
병원을 이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문을 닫는 것은 아닌지 마음 졸였습니다. 한인타 운에 불어닥친 개발 붐 때문에 48년간 명맥을 이어온 커뮤니티 클리닉을 잃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 했습니다.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인들이 아플 때 갈 곳이 없을까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이전을 결정 하셨다니 일단 한시름 놓 습니다.
새로운 자리를 찾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부디 딱 맞는 새 로운 보금자 리가 나 타나길 바랍니다. 새 간판이 걸리는 날, 그아래에서 밝게 웃으시는 이 원장님과 김 선생님을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원장님, 김 선생님, 그 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새로운 걸음, 축복합니
다. 두 분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9월
김 코디 올림.
김동희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 커뮤니티 헬스 수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 '미국 엄마의 힘' 저자.
연락처 (310) 423-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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