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 교육을 할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암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암은 왜 걸릴까요?”가 질문이다. 나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참석자들은 술, 담배, 비만, 운동 부족 등을 답으로 말한다. 이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답이 있다. 바로 스트레스. 과연 스트레스는 암의 원인일까.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가 암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려면 암의 정의부터 알아야 한다.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암이란 몸 안에 있는 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손상되어 무제한 증식, 주변 장기를 파괴하거나 퍼져나가는 질병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아직은 정상세포를 비정상적인 암세포로 만드는 그 ‘어떤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암의 원인이 스트레스인지 다른 무엇인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대신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특정 요인이 암 발생과 인과관계가 깊음을 밝혀냈다. 예를 들면 흡연, 음주, 운동, 식생활 등은 암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보고서를 통해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약 30%는 흡연, 30%는 식생활, 10~25%는 만성감염이 위험요소였다고 밝혔으며, 그 밖에도 직업이나 유전, 음주, 환경오염 등을 암 발생 위험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인 위험 요소인지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해서다. 국립암연구소(NCI)는 만성 스트레스와 특정 암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됐으나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와 암의 직접적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스트레스는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와 암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암 발생에 있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음주나 흡연, 과식 등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고, 운동량은 줄어드는 결과에 주목했다. 스트레스 자체가 암의 직접적인 위험 요소라기보다 스트레스로 인해 암 발생 위험이 높은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증가, 결국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암 발병 위험을 낮추기 위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2월이 되기 바란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안 받는다는 사실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가 하는 행동에 집중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조금 더 건강한 삶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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