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영화의 계절이다. 1975년 죠스(JAWS)가 처음 블록버스터로 등장한 후에 많은 대형 영화들이 여름에 대거 개봉한다. 영화는 우리 삶의 비어있는 공간을 간편하게 채워주고 무료함도 쉽게 해결해 주는 친숙한 문화 분야다. 영화는 사회적 파급이 큰 매체인 만큼 언어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묻고 더블로 가!”나 “내가 왕이 될 상인가?”가 한국 사회의 렉시콘(lexicon: 한 집단의 어휘)에 포함된 것처럼 대부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대사나 상황들이 미국인들의 관용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영화 대사지만 이제는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독특한 사회적 의미를 지니게 된 영어 표현들을 살펴보자.
할리우드 명대사라면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를 빼놓을 수 없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에 나온 대사로 인생은 놀라움과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의미다. 직유법(simile)으로 누구나 하는 생각을 간단히 나타낼 수 있는 좋은 표현이다.
toast는 큰일 났다,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의 슬랭이다. I’m toast. (나 큰일 났어, 나 이제 끝났어.) You’re toast. (너 문제가 심각하다, 너 이제 죽었어.) 어원은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 1984)다. 빌 머레이가 연기한 초심리학자 캐릭터가 레이저 무기를 귀신에게 쏘기 전에 “이 여자는 토스트다 (this chick is toast)”라는 대사를 말해 유행어가 됐다. 캐주얼한 표현이므로 사적인 자리에서 쓰는 게 적합하다.
bring a knife to a gunfight도 좋은 표현이다.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에서 숀 코네리 캐릭터가 말한 대사로 총싸움에 칼을 가져왔으니 대립 상황에 준비가 안된 상태로 임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많이 쓰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도 1944년 스릴러 가스라이트(Gaslight)에서 나온 말이다. 남편이 부인(잉그리드 버그만)을 정신 이상으로 몰아 재산을 빼앗기 위해 정신적으로 괴롭히는데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줄여놓고 부인에게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몰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을 왜곡해 상대방의 판단력을 잃게 하고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하는 행동을 뜻하고 원어민들도 꽤 자주 쓴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gaslighting을 2022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스타워즈라면 I’m your father이나 May the force be with you도 유명하지만 the dark side라는 표현이 사회적 의미는 더 크다. 영화 곳곳에 the dark side가 자주 등장하는데 다스 베이더(Darth Vader)가 이끄는 악의 세력, 죄악, 분노 등을 나타낸다. 일상 대화에서는 의미가 좀 더 확장돼 부정적 행동이나 감정, 해로운 상황, 용납되지 않을 결정 등을 뜻한다. 미국인 대부분이 스타워즈를 알기 때문에 의미가 바로 전달된다. “Going over to the dark side”라고 하면 어두운 쪽으로 간다, 즉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의미다. “어둠의 자식들”처럼 주로 유머스럽게 쓰인다.
We’re not in Kansas anymore은 낯선 상황에 처했다, 더 이상 친숙한 환경이 아니라는 의미로 쓰인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에서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고향 캔자스를 떠나 오즈의 나라에 도착해 강아지 토토에게 한 대사다. As soon as I walked into the new classroom, I knew I wasn’t in Kansas anymore. 새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상황인 걸 알았다.
대부(The Godfather, 1972)의 명대사는 단연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총은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를, 카놀리(이탈리아 시칠리아 디저트)는 달콤한 미래 또는 단란한 가족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는데 지금은 심각한 상황(총으로 살인)에 있어도 작지만 소중한 일들(카놀리)을 즐기라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총은 힘든 일상, 카놀리는 “소확행”을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마피아가 운전자를 총으로 살해한 뒤 조수석에 있던 카놀리를 챙기라고 말한 장면에서 나온 대사인데 배우의 애드리브이었다고 한다.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4)도 명대사가 많은 영화다. 톰 크루즈가 사랑을 고백하며 말한 You complete me.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요, 당신이 없다면 나는 완전하지 않아요)와 여자 주인공 르네 젤위거의 대답 You had me at hello (처음 인사했을 때 당신은 이미 내 마음을 가져갔어요)도 많이 사용한다. 또 다른 장면에 나온 Show me the money는 돈을 증거로 보여달라, 즉 일을 진행하려면 나한테 얼마를 줄 건지 먼저 말하라는 의미의 일반 표현이 됐다. 대부분 농담조로 쓴다.
김연신
UCLA 정치학 전공 TESOL 부전공 / 라디오 코리아. 미주 한국일보 기자 / 영어 관련 블로그, 소셜미디어 그룹 운영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milesmiles0803
Comment 0
일자: 2023.09.24 / 조회수: 29 사랑 (Love) 남자와 여자가 언덕 위에 서 있습니다. 이 모습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의 한 장면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두 연인의 이야기인데, 소녀에게 저주가 내려서 소녀는 늙어버립니다. 두 사람이 나쁜 주문을 깨고 세... |
일자: 2023.09.19 / 조회수: 38 HPV (Human Papilloma Virus) 한국어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라고 하며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 중 하나다. 100여 종이 넘는 종류가 있으며 이 중 16번과 18번이 자궁경부암 위험요소다.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rsquo... |
일자: 2023.09.15 / 조회수: 49 아름다운 카우아이 대자연을 그림과 에세이로 생생히 전달 본보 미술 칼럼리스트 이경수 씨 ‘알로하! 카우아이 : 화가 이경수의 그림 에세이’펴내 2000~2011년 경험했던 카우아이 생활 그림과 에세이로 보는 재미 본보 미술 칼럼리스트 이경수 작가가 하와이 카우아이에서 보냈던 10년간의 전원 생활을 엮은 그림 에세이집을 ... |
일자: 2023.09.12 / 조회수: 57 지난 칼럼에서 최근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관련 레몬법 케이스가 많다고 소개했다. 요즘 늘고 있는 케이스는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Vehicle, 이하 PHEV)’ 모델이다. PHEV는 하이브리드 엔진에 ‘충전이 가능한’ 전지(배... |
일자: 2023.09.12 / 조회수: 36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대청마루 한 복판에 연탄난로가 있었다. 겨울의 기억일 것이다. 신문사에 다니시는 아버지는 글쓰는 것이 직업인지, 술 마시기가 직업인지 모르게 늘 술이 취해 늦게 오셨다.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가 잠이 들 무렵이면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따로 밥을 ... |
일자: 2023.09.07 / 조회수: 98 “더 이상 한국에서 선물로 가져오지 마세요”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무가당 소주가 LA에 상륙했다.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법인장 김경동)은 지난 8월 1일 미국 내 최초로 LA시장에 ‘새로’를 출시하였다. 이 제품은 기존의 소주 제품과는 달리... |
일자: 2023.09.07 / 조회수: 64 남가주 한인 미술가들의 작품세계 감상 좋은 기회 9월 15~9월 29일 LA한국문화원서 68명 참가 남가주한인미술가협회(회장 양민숙)는 9월 15일부터 2주간 LA 한국 문화원 아트갤러리에서 “제54회 남가주한인미술가협회 정기 전시회”를 갖는다. “자연의 연민 (Com... |
일자: 2023.09.07 / 조회수: 47 경기고 남가주 총동창회(회장 임관혁)의 야유회가 9월 30일(토) 오전 10시 LA 인근 위티어 내로우스 공원에서 개최된다. 동문들의 화합과 친목을 위해 마련되는 이번 야유회에는 점심과 함께 오후 간단한 게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임관혁 회장은 밝혔다. 회비는 없다. ▶행사 문의... |
일자: 2023.09.07 / 조회수: 29 동문회 합창단 등 다양한 공연팀 참여 롤랜하이츠에 위치한 남가주주님의 교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감사 음악회를 개최한다. 시간은 9월 16일 오후 6시 30분부터. 교회 연합성가대와 경기동문가족합창단, 배재코럴, 숭의 코러스를 비롯해 크라이스트 우크렐레, 크라이스트 빅 밴... |
일자: 2023.09.07 / 조회수: 27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가조인하는 한미대표. 9월 15일까지 한국문화원 1층 전시실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구만섭)과 공동으로 9월 15일까지 문화원 1층 특별전시실에서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사진전 ‘70년의 동행, 같이 갑시다’(We Go ... |
일자: 2023.09.07 / 조회수: 39 9월 23일 윌셔 이벨극장 한인 공연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줄기마다 꽃이어라’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9월23일 오후 6시 한인타운 윌셔 이벨극장(4401 W. 8th St, LA CA 90005)에서 열린다. 전통 무용... |
일자: 2023.09.07 / 조회수: 38 LA 한국문화원은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2023년 미주 한국어 시낭송 대회’를 개최한다. 공모 방법은 30초 이내 한국어 자기 소개와 함께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시 100편 중에서 문화원에서 선정한 추천시 20편중 참가자의 한국어 학습 수준에 맞... |
일자: 2023.08.22 / 조회수: 23 공해 (Pollution) 싱그러운 녹색 잎사귀, 수평선 너머로 쏟아지는 태양, 바람이 지나갈 때 춤을 추는 나무. 이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당신은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지구에 쓰레기를 마구 버려도 이 모든 자연이 영원히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저도 예전... |
일자: 2023.08.20 / 조회수: 31 이별가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 |
일자: 2023.08.15 / 조회수: 31 우리 집 달력 귀퉁이엔 자전거 5, 뒷마당 10, 수영 20 이런 암호가 적혀있다. 이 난수표의 해석은 어렵지 않다. 운동용 자전거 타면 5불, 뒷마당 계단 오르내리면 10불, 수영 다녀오면 20불을 남편이 내게 지급한다는 약속이다.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 밖에 모르는 나를, 억지 운... |
일자: 2023.08.14 / 조회수: 45 레몬법의 최신 트렌드라고 한다면 단연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관련 문의가 많다는 점이다. 개솔린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고,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구매가 늘고 있지만, 품질이 기대만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전기차 레몬법 케이스에 대해 ... |
일자: 2023.08.11 / 조회수: 26 Remission: 관해 (리미션) 질병이 일시적으로 호전되거나 소멸된 상태로 악성종양(암)은 치유라는 단어보다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 N.E.D (No Evidence of Disease)라고도 한다. Recurrence: 재발 (리커런스) 종양이 수술적 적출 또는 방사선조사 등에 의해서 일단 소실... |
일자: 2023.08.09 / 조회수: 51 여름은 영화의 계절이다. 1975년 죠스(JAWS)가 처음 블록버스터로 등장한 후에 많은 대형 영화들이 여름에 대거 개봉한다. 영화는 우리 삶의 비어있는 공간을 간편하게 채워주고 무료함도 쉽게 해결해 주는 친숙한 문화 분야다. 영화는 사회적 파급이 큰 매체인 만큼 언어에 미치... |
일자: 2023.08.03 / 조회수: 22 8월 27일 성바실 한인회관 시더스-사이나이 암센터 아웃리치(COE)팀이 성바실 한인성당과 협력하여 암 예방 세미나를 개최한다. 8월 27일 오후 1시 40분부터 6가와 마리포사에 있는 성바실 한인회관(3535 W 6th St, Los Angeles, CA 90020)에서 진행되는 이날 세미나에선 암을 예방... |
일자: 2023.08.03 / 조회수: 39 제출날짜 놓쳐도 90일까지 기회 있어 서류 보내고 주소 등 정보 변경 신고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PHE) 종료로 지난 4월부터 메디칼 갱신 심사(redetermination)가 강화되면서 혜택 중단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 소장 애린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