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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사와 렉시콘

wellbeing 2023.08.09 18:50 Views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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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영화의 계절이다. 1975년 죠스(JAWS)가 처음 블록버스터로 등장한 후에 많은 대형 영화들이 여름에 대거 개봉한다. 영화는 우리 삶의 비어있는 공간을 간편하게 채워주고 무료함도 쉽게 해결해 주는 친숙한 문화 분야다. 영화는 사회적 파급이 큰 매체인 만큼 언어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묻고 더블로 가!”나 “내가 왕이 될 상인가?”가 한국 사회의 렉시콘(lexicon: 한 집단의 어휘)에 포함된 것처럼 대부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대사나 상황들이 미국인들의 관용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영화 대사지만 이제는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독특한 사회적 의미를 지니게 된 영어 표현들을 살펴보자. 

할리우드 명대사라면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를 빼놓을 수 없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에 나온 대사로 인생은 놀라움과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의미다. 직유법(simile)으로 누구나 하는 생각을 간단히 나타낼 수 있는 좋은 표현이다.

 

toast는 큰일 났다,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의 슬랭이다. I’m toast. (나 큰일 났어, 나 이제 끝났어.) You’re toast. (너 문제가 심각하다, 너 이제 죽었어.) 어원은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 1984)다. 빌 머레이가 연기한 초심리학자 캐릭터가 레이저 무기를 귀신에게 쏘기 전에 “이 여자는 토스트다 (this chick is toast)”라는 대사를 말해 유행어가 됐다. 캐주얼한 표현이므로 사적인 자리에서 쓰는 게 적합하다. 

bring a knife to a gunfight도 좋은 표현이다.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에서 숀 코네리 캐릭터가 말한 대사로 총싸움에 칼을 가져왔으니 대립 상황에 준비가 안된 상태로 임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많이 쓰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도 1944년 스릴러 가스라이트(Gaslight)에서 나온 말이다. 남편이 부인(잉그리드 버그만)을 정신 이상으로 몰아 재산을 빼앗기 위해 정신적으로 괴롭히는데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줄여놓고 부인에게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몰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을 왜곡해 상대방의 판단력을 잃게 하고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하는 행동을 뜻하고 원어민들도 꽤 자주 쓴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gaslighting을 2022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스타워즈라면 I’m your father이나 May the force be with you도 유명하지만 the dark side라는 표현이 사회적 의미는 더 크다. 영화 곳곳에 the dark side가 자주 등장하는데 다스 베이더(Darth Vader)가 이끄는 악의 세력, 죄악, 분노 등을 나타낸다. 일상 대화에서는 의미가 좀 더 확장돼 부정적 행동이나 감정, 해로운 상황, 용납되지 않을 결정 등을 뜻한다. 미국인 대부분이 스타워즈를 알기 때문에 의미가 바로 전달된다. “Going over to the dark side”라고 하면 어두운 쪽으로 간다, 즉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의미다. “어둠의 자식들”처럼 주로 유머스럽게 쓰인다. 

 

We’re not in Kansas anymore은 낯선 상황에 처했다, 더 이상 친숙한 환경이 아니라는 의미로 쓰인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에서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고향 캔자스를 떠나 오즈의 나라에 도착해 강아지 토토에게 한 대사다. As soon as I walked into the new classroom, I knew I wasn’t in Kansas anymore. 새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상황인 걸 알았다.

 

대부(The Godfather, 1972)의 명대사는 단연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총은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를, 카놀리(이탈리아 시칠리아 디저트)는 달콤한 미래 또는 단란한 가족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는데 지금은 심각한 상황(총으로 살인)에 있어도 작지만 소중한 일들(카놀리)을 즐기라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총은 힘든 일상, 카놀리는 “소확행”을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마피아가 운전자를 총으로 살해한 뒤 조수석에 있던 카놀리를 챙기라고 말한 장면에서 나온 대사인데 배우의 애드리브이었다고 한다.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4)도 명대사가 많은 영화다. 톰 크루즈가 사랑을 고백하며 말한 You complete me.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요, 당신이 없다면 나는 완전하지 않아요)와 여자 주인공 르네 젤위거의 대답 You had me at hello (처음 인사했을 때 당신은 이미 내 마음을 가져갔어요)도 많이 사용한다. 또 다른 장면에 나온 Show me the money는 돈을 증거로 보여달라, 즉 일을 진행하려면 나한테 얼마를 줄 건지 먼저 말하라는 의미의 일반 표현이 됐다. 대부분 농담조로 쓴다. 

 


김연신 

UCLA 정치학 전공 TESOL 부전공 / 라디오 코리아. 미주 한국일보 기자 / 영어 관련 블로그, 소셜미디어 그룹 운영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milesmiles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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