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에 한 번, 팀미팅을 한다. 팀원들이 모두 모여서 한 주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앞으로 계획된 행사들을 논의하는 시간이다. 이 때마다 가장 처음엔 하는 일이 체크 인(Check-in)이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 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공유한다. 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로즈 앤 쏜(Roes and Thorn)’, 바로 장미 꽃과 가시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시간이지만 ‘자신의 장미 꽃과 가시를 말한다’는 틀에 맞춰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러 명이 있어도 대화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장미 꽃은 한 주간 있었던 좋았던 일, 반대로 가시는 나빴던 일을 뜻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긍정적인 일, 감사한 일, 뭔가를 이룬 것 등은 꽃으로, 스트레스 받았던 일, 힘들었던 일, 도움이 필요한 것 등은 나의 가시로 소개할 수 있다. 처음엔 나의 ‘꽃’과 ‘가시’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일이 쉽진 않았다. ‘꽃’은 그렇다해도 굳이 ‘가시’를 다른 사람에게 말해야 하는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체크-인’ 시간이 반복되면서 ‘장미’의 핵심은 보여주고 싶은 ‘꽃’이 아니라 숨기고 싶은 ‘가시’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가시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용기있게 보여주는 자신의 어려움, 약함, 실패를 들으며 우린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고, 그 가시가 때론 장미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장미 꽃과 가시’를 활용한 대화법이 가진 힘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신기한 마음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흔하게 사용되는 대화법 또는 자기반성의 툴(Tool)이었다.
특히 ‘장미 꽃과 가시’는 뉴욕타임즈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자녀교육법 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뉴욕타임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식사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점을 비중있게 다뤘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도 ‘일주일에 5일은 가족과 저녁식사를 한다’를 약속을 성실히 지켰으며,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테이블에는 항상 ‘장미 꽃과 가시’가 있었음을 소개했다. 가족들이 둘러 앉아 순서 대로 그날 하루 자신의 장미와 가시는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하며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는 ‘꽃과 가시’ 외에 한 가지가 더 추가 됐다. 버드(Bud), 바로 꽃 봉우리다. 기대와 희망이 필요했던 시대, 우리는 장미에 ‘봉우리’가 있다는 점을 발견한 듯하다. 꽃이 긍정적인 일, 가시가 부정적인 일을 뜻한다면 봉우리는 미래 지향적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기대되는 일, 희망이나 잠재력 등은 모두 꽃 봉우리에 담을 수 있다. ‘꽃과 가시’가 이미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 보며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를 담은 반면, 반면 꽃 봉우리는 미래를 품고 있다. 아직 팀원들과 자신의 ‘꽃 봉우리’를 나눠본 적은 없는데 한번쯤 제안해봐야 겠다. 아마도 요즘 말로 ‘포텐(포텐션, potential을 준말)’ 터지는 이야기들이 터져 나올 듯하다.
어느새 2023년의 3분의 2가 지나갔다. 지금까지 나의 꽃과 장미는 무엇이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봉우리가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당신의 장미 봉우리가 아름답게 꽃피울 때, 아직 오지 않은 그 때, 지금 오고 있는 그 계절을 기대한다.
김동희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 커뮤니티 아웃리치팀 수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 '미국 엄마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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