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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사망자는 계속 늘어가고 지역 정세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누군가는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흐리멍덩한 전후 처리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테고, 누군가는 이스라엘이 기원전 10세기부터 그 땅의 주인이라고 외칠 테고, 이에 반해 아무 문제 없이 대대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던 토착민들은 졸지에 난민이 됐으니 갈등이 폭발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하마스는 테러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훨씬 강하다. 다만 그 사이에 희생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애도를 표한다는 정도로 분위기가 돌아간다. 이 전쟁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질 수는 있어도 누구나 쉽게 동의하는 부분은 어느 한쪽도 쉽게 hold out an olive branch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올리브 나뭇가지를 내보이다, 즉 화해의 손짓을 보낸다는 뜻이다. Kim Jong Un held out a rare olive branch. (김정은이 아주 드문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올리브 나무를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던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 기원한 표현이다. 대홍수 후에 노아가 비둘기를 날려 보냈는데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와 마른 땅이 있음을 알게 됐다는 기독교 이야기와도 일맥 상통한다. 올리브 나무는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전쟁이 계속되면 절대로 키울 수 없고, 평화가 지속되는 지역에서만 자랄 수 있기 때문에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올리브가 이스라엘 지천에 자라고 가나안의 대표 농산물이라는데 전쟁에 올리브 나무들도 무사하길 바란다.

불가피하게 전쟁이 일어났다면 전후에는 평화라도 따르길 기대하는데 그런 염원을 담은 영어 표현이 give peace a chance다. 평화에게 기회를 주라는 뜻이고 음운을 맞춘 표현이다. 1969년에 존 레넌이 발표해 크게 유행했다. 당시 한창이던 베트남전 반전운동의 주제가가 됐다. 2022년에 3월 8일에는 유럽의 200개 라디오 방송이 동시에 이 노래를 틀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싸우지 않고 쉽게 이길 수 있는 전쟁은 없다. fight tooth and nail은 이빨로 물어뜯고 손톱으로 할퀴며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상황을 뜻한다. 오래된 표현으로 15세기 영국 문학 작품에도 맹수(wild beast)가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고 필사적으로 싸운다는 이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법정 다툼, 정치 공방 등에서 은유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으로 알아두면 유용하다.

전쟁 중엔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또 상상할 수 없는 모든 일이 일어날 텐데 그런 의미에서 all is fair in love and war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랑할 때와 전쟁할 때는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즉 무슨 짓이든 할 수도 있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1578년에 출판된 영국 최초의 소설이라고 여겨지는 존 릴리 (John Lyly)의 ‘유피즈: 지혜의 해부 Euphues: the Anatomy of Wit’에 이 표현이 처음 나온다고 한다. 사랑한다는 핑계로 살인을 저지르고 전쟁 중에는 살인도 정당화(fair game) 되니 우리가 진정으로 문명화 됐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근본적인 문제는 양측의 타협이 정말 어렵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은 take no prisoners다. 일체의 타협을 하지 않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잔인할 정도로 공격적인 자세를 뜻한다. 19세기 군대 용어가 20세기 들어 일반 표현으로 퍼진 경우로 전쟁 중에 포로조차도 없을 정도로 적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극단적인 전술을 택하는 상황을 빗댄 은유 표현이다. The new boss takes no prisoners when a project needs to get done. (새로운 상사는 업무가 처리돼야 할 때는 어떤 사정도 봐주지 않고 않고 밀어 부친다.)

한국에서도 많이 쓰는 소모전(인원과 무기를 계속 투입해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 전쟁, 적의 병력과 군수품을 소모시켜 이기려는 전술)은 영어로는 war of attrition이다. 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이 war of attrition의 대표적인 예고 현재 우크라이나 전도 소모전에 돌입했다고 평가된다. win the battle but lose the war도 유용한 표현이다. 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 즉, 작은 승리를 거두었으나 결과적으로 더 중요한 최종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다. 일본군이 진주만 공격에는 성공했지만 결국에는 전쟁에서 패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부분적인 일에 집착해 더 큰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흔한 경우에 쓰면 적절하다.

성룡이 영화 Rush Hour에서 불러 유명해진 노래 War의 대표적인 가사 War, huh, What is it good for? Absolutely nothing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요즘이다. 정치권력이나 금전적 이득을 위해서 전쟁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신음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할 때 전쟁은 정말 이 노래 가사처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김연신 

UCLA 정치학 전공 TESOL 부전공 / 라디오 코리아. 미주 한국일보 기자 / 영어 관련 블로그, 소셜미디어 그룹 운영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milesmiles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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