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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

wellbeing 2024.01.28 22:31 Views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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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에 묶여 한국 60대 기자 전무 아쉬워

연륜, 실력으로 고령에도 뛰는 미국 부럽다

 

 

필자는 1998년 12월 ‘코리안 특급’ 박찬호 특파원으로 로스앤젤레스에 왔다.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1년 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자녀들의 미국 내 진학으로 본격적인 이민을 시작한 셈이다. 

올드 타이머들은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산 기간이 훨씬 긴 분들이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 생활이 더 길다. 그래서 여전히 모든 사안을 한국-미국을 비교해 보는 습관이 있다. 요즘은 한국 경제와 위상이 높아지면서 역이민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이 고향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 둥지를 틀면서 한국과 가장 큰 차이를 느끼는 것은 장애우, 소수 배려, 정년 없는 근무 등이다. 장애우나 소수 배려에서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정년 없는 근무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은 ‘조로(早老)하는 사회’다. 모든 게 빨리 빨리로 통하다 보니까 분야별로 얼굴이 너무 쉽게 바뀐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 사회 외에는 50대는 문화재급이다. 퇴물 취급을 받는다.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비슷한 분위기다. 야구의 경우 60대 감독은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한 곳도 없다. 메이저리그에는 60대 감독이 꽤 있다. 지난해 SF 자이언츠에서 물러난 뒤 3년의 공백을 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복귀한 브루스 보치는 68세다. SF에서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보치는 1961년 팀 창단 이래 우승이 없었던 텍사스에 트로피를 안겼다. 노장 감독의 역량은 살아 있었다. 

30개 팀의 60대 이상 감독은 6명이다. 오프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고향 팀 SF 자이언츠로 이적한 봅 멜빈이 62세로 60대로는 최연소다. 2014년 텍사스 감독 이후 10년 만에 지휘봉을 다시 잡는 LA 에인절스 론 워싱턴은 MLB 최고령 감독이 됐다. 71세다. 

필자가 가장 애청하는 방송이 ‘CBS의 선데이 모닝’이다. 일요일 아침(서부 시간 오전 6시~7시 30분)에 방영하는 뉴스 매거진 형태의 연성 프로그램이다. 

 

1979년에 처음 시작돼 올해도 45년째를 맞는 CBS의 간판격이다. 찰스 쿠랄트가 방송 원년부터 15년을 진행했다. 시그널 음악이 트렘펫 연주로 유명하다. 방송 종료를 트렘펫 연주와 함께 동물의 세계로 마친다. CBS는 60minutes, 선데이 모닝 등 뉴스면에서 ABC, NBC 다른 방송국에 비해서 강한 편이다. ABC는 스포츠, NBC는 드라마가 특화돼 있다. 

현 선데이 모닝 진행자는 예전 NBC 아침방송 ‘Today‘로 유명했던 제인 폴리가 2016년부터 맡고 있다. 방송 경력만 52년의 베테랑이다. 여성 진행자 제인은 73세다. 남편은 정치풍자 만화로 유명한 개리 트류도다. 

 

지난해 12월 프로그램에서 HBO의 Real sports with Bryan Gumble의 브라이언 검블(75)을 초대한 적이 있다. 프로그램 제목이 ‘올드 프렌드‘였다. 제인과 브라이언은 아침 방송 ‘투데이 쇼’를 8년 동안 공동 진행자로 팬들의 인기를 누렸다. 친구와 장은 오래될수록 좋은 법. 

검블이 진행한 ‘리얼 스포츠’는 2023년 12월 29시즌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리얼 스포츠’는 휴맨 스토리, 스포츠 고발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았다. 즐겨서 시청한 프로그램 폐지가 매우 섭섭하다. 선데이 모닝은 진행자 제인 폴리를 제외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리포터들도 산전수전 다 겪은 방송인들이다. 여성 리포터 트레이시 스미스 55, 마타 타이시노, 리타 브레이버 이상 75세, 남성들도 기본 50대다. 국내에는 이런 리포터들의 고령층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없는 환경이다. 저녁 뉴스 프로그램 남녀 앵커들이 모두 풋내기들이다. 그렇다 보니 뉴스의 무게와 신뢰 면에서 떨어진다. 

 

현재 ‘CBS 60분’의 리포터로 활약하는 레슬리 스탈은 82세다. 백악관 특파원도 지냈던 그녀는 한창때 기자로서의 자질보다 외모로 승부를 걸었다는 비아냥을 들었을 정도로 미모다. 외모를 덜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안경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스탈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방송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녀가 인터뷰한 세계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한국에는 정년 때문에 60대 기자도 없다. 스포츠 캐스터 역시 없다. 폭스 스포츠의 NFL 선데이 패널 테리 브래드쇼는 75세다. 국내는 모든 방송의 프로그램들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깊이는 없다. 얼굴이 너무 자주 바뀐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은 다를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받는 큰 위안이 나이를 따지지 않는 점이다.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사회다.  

문상열 전문기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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