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My fair lady.
지난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96세의 일기로 승하하자, 즉각적으로 그녀의 코드네임이 사용된 “London bridge is down” 코드 문구가 선언되며 오랫동안 준비되어왔던 런던 브리지 작전 (Operation London bridge)이 시행되었다.
이 프로토콜 안에는 여왕의 서거 발표, 공식 애도 기간, 장례식 일정과 왕위 계승, 대관식을 포함한 모든 사후 조치들이 미리 계획되어 있어서 국가적인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대비한 것이다. 이 작전은 이미 1960년대에 세워졌고 여왕이 승하하기까지 모든 관계 부서들이 모여서 매년 회의를 통해 수정해왔다고 한다. 한 나라 여왕의 죽음에 대해 60년간이나 논의해왔다 하니 우리 한국인의 정서로는 모욕이나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이후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을 이미 삶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죽은 자는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삶의 형태를 바꾸어 내세의 삶으로 진입한 것일 뿐이며 남은 자는 최대한 본인의 삶을 평온하게 지속하다가 먼저 간 자의 뒤를 따라간다는 믿음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죽음이란 마주 보고 싶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것임에 틀림없다. 수년 전 가족이 함께 대륙을 횡단하는 로드트립 중 아무것도 없는 평원 한복판에서 토네이도를 만난 적이 있다. 대낮이었음에도 삽시간에 한밤중처럼 깜깜해지며 엄청난 비바람과 천둥, 번개가 몰아쳐서 말 그대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었다. 뒷좌석에 있던 아이들도 공포에 질려 죽기 싫다고 외치며 울어댔다.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조차 본성적으로 죽음이 두려웠던 것이다. 불시에 라디오와 셀폰 시그널이 불통이 되고 앞을 가늠할 수 없이 어두워졌을 때 그 어둠 속에 있는 정체 모를 것이 언제 어디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것이 더 무서웠다. 죽음 이후 무엇을 만날지 모르는 그 미스테리가 더욱 죽음을 공포스럽게 하듯 말이다.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도 우리 모두에게 그 미스테리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마주하여 대면하자. 왕이나 정치가, 한 단체의 수장처럼 주요 인물도 아닌 평범한 우리들이지만 내 소소한 인생의 끝을 생각하며 각자의 런던 브리지 작전을 세워보자. 오늘 살아있을 때 본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이후를 대비해 보는 것이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누구와 어떤 끝맺음을 가질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죽음의 다리를 건넌 후 내가 들어갈 내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이 땅에 남기고 싶은 무형의 것들과 유형의 것들, 내 생에 대한 작별 인사.
죽어버린 후에는 기회가 없다. 그래서 오늘이 귀하다. 오늘 각자의 런던 브리지 작전을 멋지게 세울 수 있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더 의미 있고 값지게 빛날 것이다.
임희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졸업.
음악치료 과정 수료.
현재 벨플라워 가나안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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