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2023.04.11 / 조회수: 130 그 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1941~)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 |
일자: 2023.03.14 / 조회수: 42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 |
일자: 2023.02.12 / 조회수: 31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1929~)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 |
일자: 2023.01.13 / 조회수: 30 새사람 나태주(1945~) 새해 새날입니다 어제 뜬 해 다시 뜨지만 새해 새날입니다 어찌 새해 새날입니까? 새 마음 새로운 생각이니 새해 새날입니다 삼백 예순 다섯 개 우리 앞에 펼쳐질 디딤돌이거나 징검다리 그 많은 날들을 우리는 하나하나 정성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 |
일자: 2022.12.18 / 조회수: 34 12월의 엽서 이 해인(1945~)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
일자: 2022.11.12 / 조회수: 60 오래된 기도 이문재(1959~)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 |
일자: 2022.10.09 / 조회수: 108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1942-)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 |
일자: 2022.09.08 / 조회수: 58 한가위 보름달 정연복(1957~) 음력 팔월 한가위 두둥실 보름달 떴네 저 동그랗고 온순한 빛 하나 있어 온 누리 휘영청 밝고 평온한 기운 넘쳐나네 내 맘속 그늘까지도 환히 밝아오네. 살아가는 일은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은 법 슬픔이 밀물지고 삶이 많이 괴로운 날에도 쉽사리 ... |
일자: 2022.08.14 / 조회수: 37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1941~2007)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 |
일자: 2022.07.16 / 조회수: 46 박철(1960 -)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주는 일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잠을 깬 이에게 맑은 물 한 잔 건네는 일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손등을 한 번 만져보는 일 여름이 되어도 우리는 지난 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