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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24.04.12 / 조회수: 68

4월 추천 詩

소 신달자 사나운 소 한 마리 몰고 여기까지 왔다 소몰이 끈이 너덜너덜 닳았다 미쳐 날뛰는 더러운 성질 골짝마다 난장쳤다 손목 휘어지도록 잡아끌고 왔다 뿔이 허공을 치받을 때마다 몸 성한 곳 없다 뼈가 패였다 마음의 뿌리가 잘린 채 다 드러났다 징그럽게 뒤틀리고 꼬였다 ...

일자: 2024.03.22 / 조회수: 35

3월 추천 詩

소금 달 정현우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사람이 그 작은 단지에 담길 수 있다니 엄마는 길게 한번 울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 눈물을 소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슬플 때의 맛을 알 수 있을 텐데 둥둥 뜬 반달 모양의 뭇국만 으깨 먹...

일자: 2024.02.25 / 조회수: 32

2월 추천 詩

기다리는 이유 이정하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기다린다는 것. 그건 참으로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해가 지고, 내 삶의 노...

일자: 2023.12.22 / 조회수: 27

12월 추천 시

삼월 박서영(1968~2018) 꽃잎들은 긴 바닥과 찰나의 허공이라는 계절을 지나는 중이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왜 그리 짧게 살다 떠나는지. 변하고 돌아서는지. 무덤 속에서 튀어 올라오는 사랑과 입맞춤을 한다. 나는 북쪽에 살아. 피부는 들판의 풀들처럼 자라면서 늙어가고, 가끔...

일자: 2023.12.10 / 조회수: 10

본보 추천시 컬럼리스트 이해우 씨 두번째 시집‘장미 다방’발간

본보 ‘컬처’문화 섹션의 추천시 컬럼리스트 이해우 시인이 두번째 시집 ‘장미 다방’(도서출판 도훈)을 펴냈다. ‘흑등 고래의 노래’에 이은 이해우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그는 옛 추억속에 잠든 당신의 장미 다방의 커피향, 담배내음에 젖...

일자: 2023.11.15 / 조회수: 17

11월 추천 詩

추천사 서정주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

일자: 2023.10.01 / 조회수: 27

노인들

9월 추천 詩 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

일자: 2023.08.20 / 조회수: 14

8월 추천 詩

이별가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

일자: 2023.07.19 / 조회수: 156

7월 추천 詩

동강에서 울다 문인수 동강은 대뜸 말문을 막는다 어이없다, 참 여러 굽이 말문을 막는다 가슴 한복판을 뻐개며 비스듬히 빠져나가는 저기 내려 꽃피고 싶은 기슭이 너무 많다 몸이 먼 곳 인생이 저렇듯 아름다울 수 있었겠으나 어떤 죄가 모르고 자꾸 버렸으리라 늙은 사내는 엎드...

일자: 2023.06.16 / 조회수: 62

6월 추천 詩

윤사월(閏四月) 정 순 영 산진달래가 냇가로 내려와 사는 화개골 진목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자목련이 피면 윤사월 우는 뻐꾸기 붉은 노을에 외로운 나그네 <감상> 농자들의 역법인 윤사월은 윤달이 4월에 들은 달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한 달이 더 늘어난 해다. 최근의 윤사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