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는 근거 없는 주장
1945년 처음 개발된 주방의 혁신 제품
X-레이, 고에너지 사용‘전리 방사선’과 달라
극초단파 수분 입자 진동시켜 열 발생 원리
영양분 보존, 시간 및 에너지 절약, 물 절약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은 거의 모든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현대 부엌의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금속을 빼고는 무엇을 넣어도 순식간에 데워진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살아가는 요즘 세대에 없어서는 안될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고 또 음식을 변질시켜 건강에 나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의 주방 퇴출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일부는 이미 일본과 러시아 같은 국가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나돈다.
국제 마이크로웨이브 파워연구소는 수년간 소셜미디어에서 주장된 이들 소문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정말일까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은 ‘마이크로웨이브’즉, 극초단파로 알려진 ‘비전이성 방사선’(non-ionizing radiation)를 이용한다. ‘비전이성 방사선’은 X-레이와 기타 고에너지원에서 발견되는 ‘전리 방사선’(ionizing radiation)과는 다르다.
웨스트 텍사스 A&M 대학에서 전자기학을 가르치는 크리스토퍼 베이어드 물리학교수에 따르면 우리 부엌에서 사용하는 극초단파 마이크로웨이브는 라디오 전파와 유사한 전자기파다.
베이어드 물리학 교수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 오븐 옆에 서 있는 사람의 몸에 해를 끼칠 정도로 심각하게 영향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있다고 해도 극히 드문 경우지만 그렇다고 해도 화상이나 피부 신경 손상 정도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웨이브의 시작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은 미국 주방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은 1945년 레이다 실험을 하다가 전자관에서 방출된 극초단파가 열을 내는 것을 관찰한 퍼시 스펜서가 처음 고안해 낸 상품이다.
그가 부엌 용품으로 고안해 낸 첫 작품은 높이 6피트, 무게 750파운드의 초대형이었다.
이후 세계2차대전 당시의 기술이 전후 가정에 적용되고 이로 인해 크기가 작아 져 미국 주방 맞춤형 사이즈로 거듭나게 된다.
1970년대 미국인들의 식습관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식품 회사들은 집에서 복잡한 요리를 꺼려하는 가정을 위해 냉동식품 개발에 나섰고 마이크로웨이브는 이들 음식을 데우기 위한 필수 주방 용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요즘 냉동 떡볶이, 김밥부터 고구마, 감자 구이 등등 거의 모든 음식들이 마이크로웨이브를 거쳐가고 있다.
즉석 냉동식품
2022년 미국 즉석 냉동 식품 시장은 722억 달러에 달했다. 또 냉동 음식만도 258억달러로 집계된다.
연방 ‘에너지정보국 가정에너지소비’설문에 따르면 미국 가정 96%가 마이크로웨이브를 가지고 있고 이들 가정의 99%는 매주 최소 한번 이상은 마이크로웨이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간편한 식단을 원하는 미국인들의 음식 성향에 힘입어 2031년까지 2억 3,000만 대 이상의 마이크로웨이브가 팔려 나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건강에 나쁘다는 말은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자체 보다는 금방 먹을 수 있도록 가공된 냉동 식품 등 초가공 식품에 대한 문제가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작동 원리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마이크로웨이브 즉, 극초단파는 저주파와 고주파 범위에 존재한다. 이 극초단파는 라디오, 텍스트메시지, X-레이와 GPS등과 같은 현대 기술 발전을 주도한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안에 장착된 전자관(magnetron tube)이 극초단파를 만들어 낸다.
일단 만들진 극초단파 즉, 마이크로웨이브는 오븐의 금속내부에 반사되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극초단파가 물 입자와 만나면 입자 속에서 빠른 속도로 진동을 하게 되고 이런 입자들이 서로 부딪혀 마찰한다. 서로 비벼대는 마찰이 결국 열을 내게 되면서 음식이 효과적으로 데워진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은 수분이 많이 함유된 신선한 채소 같은 음식을 더 빨리 데울 수 있는 것이다.
비전이성 방사선
X-레이 촬영에 사용되는 ‘전리 방사선’은 원소와 분자, 유기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지만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의 ‘비전이성 방사선’은 열에너지를 통한 열발생에만 그친다.
이 ‘비전이성 방사선’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빛 보다도 에너지 방출이 적다. 따라서 우리 몸안의 원자와 분자를 손상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집안에서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밝혔다.
베이어드 물리학 교수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안에서 사용되는 방사선이 조리하는 음식에 독성을 내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집안에 있는 와이파이에서 방출되는 라디오 주파수가 집안에 모든 음식에 독성을 불어넣어 주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보다 오히려 촛불에서 더 많은 전자기파가 나온다.
따라서 마이크로웨이브가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촛불을 더 무서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과 관련된 방사선 부상은 극소수의 사고이며 마이크로웨이브 봉인이 풀리는 것과 같은 문제일 수 있다고 FDA는 추정했다.
FDA는 안전상 특정 플라스틱 그릇, 금속 물질, 알루미늄 포일은 넣지 말라고 조언했다.
마이크로웨이브에 안전하다고 써 있는 플라스틱 용기 조차도 내부 음식에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이크로웨이브가 음식을 변질시키나
마이크로웨이브용 음식은 외형 변질을 막기 위해 표면에 수분을 첨가한다.
2020년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는 마이크로웨이브가 조리시간 단축, 낮은 가열 온도,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사용, 영양분 보존 등의 이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마이크로웨이브로 데우거나 압력 조리, 끓이기가 오히려 식물성 항산화제를 보존하는 방법이라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 A와 C는 마이크로웨이브로 데운 음식에서 더 잘 보존된다. 또 마이크로웨이브로 조리한 송어회는 비타민 K의 양을 오히려 증가시킨다.
특히 마이크로웨이브 요리는 에너지와 물을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 김 기자 john@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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