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연금만으로는 부족해 어누이티 고려
원금 맡기고 죽을 때까지 고정 수입
원금 고갈돼도 돈 지불되지만 과세
개인 투자 25~40% 수익 올려야 어누이티 상쇄
건강은 은퇴의 필수 조건이다. 은퇴 후 맥이 빠져 집에만 있다가는 금방 근육이 줄어들고 노화가 촉진되면서 안 아픈 곳이 없고 뼈까지 약해진다. 그래서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육체적인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재정적 건강이다.
백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은퇴 기간이 자연히 길어지게 된다. 그 기나긴 은퇴 여정을 슬기롭고 풍요롭게 보내려면 재정적 능력이 따라줘야 한다. 그러면 “나의 은퇴 후 재정 건강은 얼마나 될까” “장수 시대에 걸맞은 은퇴 재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볼 수 있겠다. 많은 한인들이 양로원에 가려면 메디칼(메디케이드)이 있어야 한다면서 일찍부터 일을 그만두고 소셜연금을 일찍 받아 수입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뭔가 크게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본보를 그동안 꾸준히 보고 읽은 독자분 들이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양로원에 가면 수입이 메디칼 수준 이상 넘어도 ‘코스트 셰어링 메디칼’(비용 분담 메디칼)로 재정 걱정 없이 양로원에 입원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메디칼을 받겠다고 재산 정리하고 자식에게 너무 줬다가 낭패 보는 한인들을 많이 봐 왔다.
은퇴 재정 3각대
은퇴 후 수입을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셜시큐리티베니핏(소셜연금)과 일반 펜션 그리고 저축 및 투자다. 이를 ‘다리가 세 개 달린 둥근 의자’(3-legged stool)이라고 표현한다. 삼각 다리가 되니 넘어지지 않고 균형 잡아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소셜연금만으로는 안전한 은퇴 생활이 어렵다. 은퇴 전 수입의 평균 40%만 조달해 주는데 그친다. 또 대부분 한인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펜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스스로 은퇴 연금을 만들 수 있는 개인 은퇴연금(IRA, 로스 IRA), 직장 은퇴플랜 401(K) 과 세금 유예 어누이티 플랜등에 가입해 스스로 은퇴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은퇴 플랜 중에서 노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 어누이티(Annuity, 은퇴연금플랜)다.
이 어누이티는 장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은퇴 수입이 고갈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준다.
어누이티 가입자가 목돈을 내면 보험회사는 이를 투자해 정기 페이먼트로 돌려준다. 선택에 따라 평생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쓰다 남은 돈을 유산으로도 물려줄 수 있다.
정기 페이먼트 옵션을 택하면 죽을 때까지 약정 금액이 지불된다.
오래 살아 맡겨둔 돈이 모두 고갈돼도 보험회사는 계속 돈을 준다. 손해를 본다고 해도 말이다.
생명보험은 살아 있는 가족들을 위한 것이지만 어누이티 보험은 가입자를 살려주는 상품이다.
은퇴 후 수입이 고정적으로 나오게 만들어 수입 걱정 없는 사람들은 은퇴 후 행복감도 더 하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 또 고정 수입 옵션을 택한 사람들은 증시가 무너져 투자금을 날릴 수 있는 불안감도 없다.
평생 수입
현재 65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83세다. 보험회사는 이 나이를 기준삼아 이자율, 이윤, 지불금, 페이먼트 시작일자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 오늘 65세 남성이 어누이티를 구입한다면 평생 얼마의 수입을 보장해 줄 것인지를 계산한다. 여기에는 같은 나이 그룹 가입자들의 총 금액도 포함될 것이다. 이들중 누구는 일찍 세상을 뜰 수도 있고 일부는 더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장수시대이므로 이 65세 남성들이 83세를 넘겨 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물론 각자가 어누이티 대신 주식이나 채권, 저축 등에 투자해 장수 시대의 자금 고갈에 대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주식으로 어누이티를 앞서려면 연 25~40%의 수익을 올려야한다. 어누이티 처럼 여러 가입자들이 분담할 수 있는 손실 위험성을 상쇄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정도 투자 수익을 올려야 어누이티 보다 더 높은 은퇴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주식 등의 개인투자로 연 25-40%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요즘 증시가 좋아 어떤 종목에서 수백% 올렸다고 해도 손실을 보는 종목도 많아 실제 손안에 쥐는 수익은 그리 높지 않다.
평생 지불금 어누이티(Lifetime annuities)
글자 그대로 평생 보장된 수입이 지불된다. 원금이 모두 소진돼 더 이상 투자금이 남지 않아도 보험회사는 약정된 금액을 평생 지불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보험사가 맡아 둔 돈을 모두 돌려주고 손해를 본다고 해도 계약대로 돈을 계속 지불되므로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다.
가입자가 맡긴 돈을 돌려주는 것이므로 이 원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원금에서 불어난 이자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지불금의 일부는 세금을 내지 않으므로 세금 부담도 크지 않다. 다만 이자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 또한 일반 소득에 포함돼 연 총 소득에 따른 소득세율로만 내면 된다.
되돌아가보자.
65세 남성이 83세를 넘어 산다고 해도 돈은 계속 지불된다. 맡겨둔 총 금액이 고갈돼도 관계없다. 하지만 원금은 세금이 없지만 이자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원금이 고갈된 후 지불되는 돈은 모두 과세 대상이다. 다만 세금을 낸 후 소득으로 가입한 로스 IRA 적립금이라면 원금 고갈 후 지불되는 돈 역시 모두 세금이 면제된다.
현재 나와 있는 어떤 재정 상품도 어누이티 처럼 평생 보장해 주는 것은 없다. 이런 점이 어누이티의 매력이기도 하다.
소셜연금과 회사 펜션도 어누이티 개념으로 보면 된다. 소셜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수입을 보장해 준다는 말이다.
또 요즘은 세금 없이 85세까지 불려나가다가 재정 고갈이 심한 말년에 찾아 쓰는 ‘자격있는 장수어누이티’(The Qualified Longevity Annuity Contract)도 인기다. 약자로 QLAC라고 부르는 이 어누이티는 장수 말년을 대비한 색다른 상품이다. IRA 투자금 일부를 특정 나이까지 불려 나갈 수 있다.
이 상품에 대해서는 추후 상세히 소개하겠다.
어누이티 가입한다면
소셜연금을 얼마나 받나. 은퇴후 소셜 연금 이외에 얼마의 수입이 더 필요한가. 나 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수입이 필요한가. 배우자와 내 수입을 합치면 얼마나 되나.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돈이 있는가(어누이티에 목돈을 넣어 두면 필요할 때 사용할 목돈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 언제부터 어누이티로 돌려받을 것인가(늦게 받을수록 받는 금액은 늘어난다) 등등.
한편 한동안 이자율이 높아 어누이티 회사마다 좋은 이자율 상품을 내 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다시 이자율을 내리는 상황이어서 어누이티 상품 이자 역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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