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보고서“잠자는데 방해 안돼”
애견 소유주 60% 개를 가족으로 키워
“집에서 사람에게 상전 노릇 하지 않아”
어리거나 늙은 개는 민감해 숙면 방해
요즘 개가 더 이상 개가 아니다. 무슨 얘기 하나 의아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개를 개 집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사람처럼 키우기 때문이다.
미국 애완동물 물품 생산협회에 따르면 미국내 개 소유주의 거의 60%는 애완견을 자녀 또는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키운다는 것이다. 또 이들 상당수는 개를 사람의 침대에서 함께 재우거나 아예 주인 옆에서 함께 잔다.
그런데 같은 침대에서 개와 자는 것이 좋은 생각일까. 개가 우리의 숙면을 해치지나 않을 까.
개는 편안한 공간을 찾아 잠을 잔다. 간혹 주변 소리에 민감해 번쩍 눈을 뜨는 개를 보면 개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 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개도 편안한 잠자리를 찾으면 사람처럼 숙면에 빠져 늘어지게 잔다.
뉴욕타임스는 개와 한 침대에서 잘 때의 장단점을 조사한 한 연구보고서를 소개했다.
피닉스의 매요 클리닉 연구원들은 주인과 함께 침대를 공유하는 개 40마리를 관찰했다. 개 주인 역시 숙면에 문제없고 또 건강한 사람들을 선정했다.
개 목에는 개가 휴식과 잠자거나 활동하고 놀 때를 감지하는 제품 ‘픽바크’(Fitbark)를 걸었다. 또 사람은 잠잘 때의 움직임과 소리를 기록하는 활동 기록기 ‘액티워치 2’(Actiwatch 2)를 착용하도록 했다.
7일 이상 실험에서 연구팀은 침대에 개와 함께 자면 사람이나 개 모두 대단히 잘 자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은 평균 수면 효율을 보이거나 침대에서 잠든 시간 비율이 81%였고 개는 85% 였다. 80% 이상을 과학자들은 만족스러운 잠자리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개가 침대에서 벗어나면 사람은 조금 더 편안하게 잠을 자지만 개는 침대에서나 침실 어디에서 자도 동일한 수면을 취한다.
연구팀을 이끈 로이스 크란 정신과 의사이자 매요 클리닉의 ‘수면의학센터’ 수면 의학 전문의는 “개를 침대에서 재우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을 뒤집는 결과”라고 적었다.
크란 박사는 6년된 골든리트리버를 키우는데 침대 바닥에서 재우지만 날씨가 추우면 침대에서 재운다. 그는 우리 부부와 개 모두 숙면을 취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보다 앞선 2015년 초 연구에서 크란 박사와 그녀의 연구팀은 매요 클리닉 숙면클리닉을 찾은 환자들에게 개나 고양이 등 기타 애완동물이 있는지 물었다. 환자 절반은 ‘그렇다’고 답했고 많은 사람들은 2마리 이상을 키우고 있었다.
내방 환자의 41%는 애완동물이 방해를 하지 않다거나 숙면을 해치지 않았다고 밝힌 반면 20%는 방해를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임의적 대답을 토대로 한 것이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크란 박사는 덧붙였다.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느끼는 것 같이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좀더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개는 외부 자극에 민감
필라델피아 펜스테이트 수의대의 동물행동과학 과장인 칼로 시라큐사 수의사는 “애완동물이 어디에서 자는 가는 그들의 기질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개는 외부 자극에 더 빨리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사람이 자다가 발로 개를 건드리면 개는 즉각 놀라 무서움을 느끼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으르렁 거리거나 짖어 사람을 깨우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개는 전혀 방해를 받지 않는 것도 있다.
그는 “주인만 좋다면 개와 침대에서 함께 자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침대에서 함께 잔다고 해서 개가 “내가 왕이다”는 생각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개는 인간과 다른 개 들과의 관계를 구별할 수 있고 집안에서 인간과의 상호관계를 절제하는 방법으로 서열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민한 개는 숙면 방해
하지만 모든 개를 다 침대에서 재울 수는 없다.
매우 어린 강아지 또는 늙은 개는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병이 났거나 갑자기 놀래 깨어나면 공격적이 되는 애완동물도 있다.
특히 갓난 아기가 부모와 함께 잔다면 애완동물과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은 금물이다.
애완동물이 아기를 질식시킬 수도 있고 공간이 좁아 잠을 자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시라쿠사 박사는 애완 동물과 오랜 기간 함께 잤는데 숙면에 방해가 된다면 서서히 침대 아래로 내려 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침대에서 걷어 차 내쫓는 것 보다는 단계적으로 차츰 밀어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선 침대 옆쪽으로 평안하게 잘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고 다시 침대 아래로 내려 보낸다.
개도 방해 안받는 편안한 잠자리 찾아
어떤 개는 주인과 함께 자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주인이 코를 골거나 밤에 자주 몸을 뒤척이면 아예 멀리 떨어져 자려고 할 것이다. 개 입장에서는 숙면에 방해를 주고 또 매우 불편하게 느껴 지기 때문이다.
시라쿠스 박사는 “개가 잠을 잘 때는 안전한 공간과 방해를 받지 않는 곳을 찾는다”면서 “사람과 같다”고 말했다.
나탈리 해스팅과 그녀의 남편은 70파운드 무게(중견)의 박서 불독 혼종견 미키를 입양할 때 처음에는 침대에서 재우려고 했지만 개가 이리저리 움직여 결국 소파에서 자게 했다.
미키가 어느정도 집안에 적응을 하자 요즘은 침대에서도 편안하게 숙면도 한다.
나탈리는 남편이 출장을 갈 때마다 미키와 침대에서 잔다. 오히려 미키가 나탈리의 숙면을 도와준다.
“이제는 미키가 침대에서 숨도 고르게 쉬며 숙면한다. 매우 따듯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자넷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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