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의 정석: 자신에 맞는 대학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식 지원 ‘NO’
8월부터 주로 사립대 지원에 사용되는 공통원서(Common App)이 오픈됐다. 이는 곧 2023년 가을학기 신입생 선발을 위한 본격적인 입시 시즌 돌입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방학을 계획적으로 보낸 학생들은 에세이 작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것이고, 자신이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윤곽을 잡아 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 지에 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데 있어 주의할 점들을 알아보자.
대학 랭킹의 유혹
해마다 언론과 각종 기관들은 미국 내 대학 순위를 발표한다. 하지만 저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다 보니 순위도 저마다 뒤죽박죽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아마 US뉴스의 순위 발표 자료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순위는 학부모들에게는 아주 절대적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순위가 마치 성공의 순위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들이 의외로 많다. 최상위권 대학이 아닌 경우 그저 그런 대학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미국에 4년제 대학만 수천 개란 사실을 안다면 이런 생각은 갖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알아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순위가 높다고 해서 그 대학의 모든 전공이 똑같은 순위를 얻는 게 절대 아니다.
대학들은 저마다 특징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환경과 시설, 전공, 규모, 학생 관리 등에서 차이가 있고, 이런 차이들 속에서 정말 자신과 잘 어울리는 대학을 찾아 지원하는 게 바로 “입시의 정석”이라 하겠다. 그만큼 지원 대학 리스트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뜻도 된다.
물론 명문대들은 전반적으로 모든 것들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도 자신과 궁합이 맞아야 4년이란 시간이 알차고 성장의 기회가 돼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 예로 이공 계통 전공을 원하고 졸업 후 안정된 직장 취업을 원한다면 칼 폴리 샌루이스오비스포 같은 대학이 제격이고, 실리적인 선택이다.
때문에 간판에 매달리는 것 보다는 면밀한 리서치를 통해 어느 대학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제시하는 지를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얼리 디시전”은 필수가 아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를 준비하면서 조기전형과 정시전형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 조기전형을 학생에게 주어지는 또하나의 입시 기회로 판단하기도 한다.
특히 합격하면 반드시 입학의무가 주어지는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을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들도 제법 있다.
얼리 디시전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분명 정시 보다 높은 합격률일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전형을 지원할 때는 오로지 이 대학이 “변치 않는 드림스쿨”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데 합격률에 매달려 지원하고 합격까지 한다면 더 이상 다른 대학들에 눈을 돌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시 전형이란 다른 기회가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또 학비보조가 중요한 학생들 역시 얼리 디시전 지원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부분의 연장선에서 다른 대학들이 제공하는 학비보조 내용을 전혀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확실한 드림스쿨 ‘넘버1’이 아니라면 합격해도 입학 의무가 없는 “얼리 액션”(Early Action)과 정시 전형을 활용하는 게 올바른 지원 전략이고 이에 부합하는 대학들을 찾아 보고 결정해야 한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와 종합대학
아이비리그 등 명문 종합대학들에 익숙했던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리버럴 아츠 칼리지(LAC: Liberal Arts Colleg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종합대학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학생 숫자와 교수가 10~20 정도의 스몰 클래스에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교육의 질, 그리고 대학의 적극적인 학생 지원과 관리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장점만을 봤기 때문일 수 있다.
LAC는 학생 수가 적은 만큼 학생 개개인이 쉽게 드러나며, 수업도 토론식이 많아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발표력과 논리력을 필요로 한다. 수업이나 과제 스트레스도 상당히 크다는 게 재학생들의 전언이다.
이에 반해 종합대학은 연구 중심인 만큼 학부 과정은 조교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캠퍼스가 크기 때문에 LAC에 비해 더 활동적이고, 더 많은 교내 활동들이 이뤄진다. 그리고 대학 스포츠 팀이 디비저I에 속했다면 멋진 경기들을 수천, 수만의 동문 및 재학생들과 즐길 수 있다.
이런 비교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의 성격과 취향 등을 지원대학 선정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학생이 LAC에 간다면 보이지 않는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이런 학생은 오히려 큰 물결에 흘러갈 수 있는 종합대학이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몇 개 대학에 지원해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본인의 능력과 스펙을 바탕으로 결정하면 된다.
캘리포니아 주 거주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UC와 칼스테이트 계열에 지원하고, 사립대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대학들을 골라 지원하게 된다.
몇 개 대학에 지원하든 본인의 결정사항이지만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관심이 없는 대학은 아예 빼버리는 게 좋다. 특히 정시 전형 막판에 불안감에 의해 갑자기 지원 대학을 추가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은데, 이 역시 올바른 결정이 아니고, 이런 대학들은 나중에 합격 통보를 받아도 실제 입학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리고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자신의 실력 보다 확실히 높은 대학에 지원하는 것도 무의미한 행동이다.
때문에 지원 대학 리스트를 만들 때 충분한 검토와 분석, 비교 등을 통해 우선 안정권에 해당하는 대학들을 결정한 뒤, 이 보다 다소 합격 가능성이 낮은 도전적인 대학들을 골라야 한다.
그래서 사립대 지원은 가급적 10개 미만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자신의 입학 의지가 있는 대학이어야 하고, 추가 에세이 등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 대학 수가 많으면 그만큼 할 일도 많아져 알찬 지원서 패키지를 만들 여유를 잃을 수 있다.
필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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