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enu

구독신청: 323-620-6717

김연신 컷.jpg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편이다. 핼러윈이 끝나면서 서서히 시동이 걸리고 추수감사절 직후부터는 holiday spirt이 수직 상승한다. Halloween, Thanksgiving, Christmas를 합쳐 HALLOTHANKSMAS가 필요하다는 농담도 한다. 

11월 말부터는 다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고 지금쯤이면 일반 회사원들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쇼핑 업계는 매출 총력전에 돌입한다. 12월에는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연말이잖아…”라는 공감대가 은연중에 형성돼 회사 일도 일단정지가 모드가 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새해로 넘어간다. 학교들도 방학 전까지 겨울 행사 준비로 수업 시간을 채우곤 한다.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면 1년 중 가장 행복하고 멋지다(It’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된 것이다.

 

평소에도 인사하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즐거운 연말에는 더 열심히 서로 인사를 한다. 연말 인사는 누가 뭐래도 Merry Christmas가 가장 대표적이다. 16세기부터 영국에서 쓰기 시작해 이제는 누구나 아는 인사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Merry Christmas가 기독교에 국한된 인사말이고 타 종교를 배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민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Happy Holidays로 대신해야 한다는 논쟁이 일었다. 더 나아가 유대인에게는 Happy Hanukkah, 흑인에게는 Happy Kwanzaa라고 세세하게 문화를 구분해 인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누카(Hanukkah)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있는 유대교 명절로 메노라 촛대에 8일에 거쳐 9개 촛불을 밝히는 전통이 유명하다. 크리스마스와 날짜가 비슷하기 때문에 유대인 아이들은 하누카 기간에 매일 밤마다 선물을 받기도 한다. 

콴자(Kwanzaa)는 1960년대에 시작된 미국 흑인들의 명절이다. 당시 흑인 인권 운동가들이 크리스마스보다는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명절을 만들자는 뜻에서 12월 26일부터 1월 1일까지를 스와힐리어로 first fruit(최고의 열매/첫 수확)을 뜻하는 Kwanzaa라고 칭하고 아프리카 및 흑인 문화를 기념하는 축제일로 정했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교육할 정도로 꽤 알려진 명절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Merry Christmas 퇴출을 반대하는 의견도 강하다. 크리스마스의 시작은 기독교지만 서구권에서 크리스마스는 이미 종교적 의미를 넘어 보편적인 휴일로 여겨지는 만큼 Merry Christmas도 일반적인 인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Merry Christmas의 사용 반대는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즉 PC 주의라는 지적이다. 한때 Merry Christmas라고 하면 보수, Happy Holidays라고 하면 진보라는 미국식 이념 논쟁이 일기도 했다.

 

필자도 유대인 이웃에게 무심코 Merry Christmas라고 인사를 했다가 속으로 혼자 깜짝 놀라 황급히 Happy Hanukkah로 고쳐 말했던 기억이 있다. 흑인 친구에게는 Happy Kwanzaa라고 인사했더니 자기는 콴자보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잔뜩 받고 싶다고 말해서 서로 웃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음력 설을 쇠는 일부 동양인에게 양력 1월 1일에 Happy New Year이라는 인사도 무례한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친구들과 하기도 했다. 단 회사나 학교 등 공적인 자리에서는 연말 인사로 Happy Holidays가 제일 무난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영국에서는 Merry Christmas보다 Happy Christmas를 더 많이 쓴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영국에서 merry는 술에 취한 듯한 떠들썩한 행동을 뜻하는 단어로 주로 하층민들이 쓰던 표현으로 인식됐고 happy는 행복한 심리 상태를 뜻하는 상류층들의 어휘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래서 왕실을 비롯한 영국인들이 Happy Christmas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Season’s Greetings는 대화보다는 이메일이나 문자, 카드, 광고 등에 문어체로 많이 사용한다. 1915년에 홀마크 카드에 인사말로 인쇄됐고 1950년대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백악관 크리스마스카드에 Season’s Greetings를 썼다. 모든 종교를 포괄하는 인사말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많은 대통령 공식 카드에 이 문장이 등장했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항상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이라고 쓰인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다.

tis the season도 자주 보이는 인사말이다. 유명한 캐럴 Deck the Halls의 가사 일부로 it is the season을 영어 고어 방식으로 줄여 tis the season이라고 쓴 것이다. 종교와 문화, 인종에 관계 없이 모두에게 즐거운 연말이 되길 기원한다. May this Christmas bring you comfort, joy, peace and happiness to last throughout the coming year. (크리스마스가 당신에게 평안과 기쁨, 평화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주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김연신 
UCLA 정치학 전공 TESOL 부전공 / 라디오 코리아. 미주 한국일보 기자 / 영어 관련 블로그 , 소셜미디어 그룹 운영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milesmiles0803

일자: 2023.12.15 / 조회수: 151

유행어로 되돌아보는 2023년

역시 다사다난 하지 않은 해는 없다. 물가 인상과 정세 불안으로 얼룩졌던 2023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유행한 슬랭과 영어 신조어를 정리해 보는 것도 한 해를 되돌아보는 하나의 방법이다. 특정 단어나 표현이 유행하고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 유행어와 신조...

일자: 2023.11.08 / 조회수: 32

전쟁 중에는 자라지 않는 올리브 나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사망자는 계속 늘어가고 지역 정세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누군가는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흐리멍덩한 전후 처리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테고, 누군가는 이스라엘이 기원전 10세기부터 그 땅의 주인이라고...

일자: 2023.10.10 / 조회수: 36

할로윈 으스스한 영어 단어 풀어보자

올해도 어김없이 할로윈이 다가온다.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사고 때문에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오랜 전통인 trick or treat이 어김없이 진행될 것이다. 미국에서도 할로윈에 실제로 각종 사건사고가 증가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할로윈에 폭력 범죄...

일자: 2023.08.09 / 조회수: 31

영화 대사와 렉시콘

여름은 영화의 계절이다. 1975년 죠스(JAWS)가 처음 블록버스터로 등장한 후에 많은 대형 영화들이 여름에 대거 개봉한다. 영화는 우리 삶의 비어있는 공간을 간편하게 채워주고 무료함도 쉽게 해결해 주는 친숙한 문화 분야다. 영화는 사회적 파급이 큰 매체인 만큼 언어에 미치...

일자: 2023.07.11 / 조회수: 68

고전 문학과 유명한 책에서 시작된 영어 관용구

한국은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지만 미국은 여름이 독서의 계절이다. 미국은 여름방학에 별다른 숙제 없이 책 몇 권을 읽으라는 식의 숙제가 대부분이고 휴가 때 고즈넉하게 책을 읽는 문화도 있다. 유명 작가들은 여름에 신작을 집중적으로 발표하고 출판사들은 Summer Reading 마...

일자: 2023.06.10 / 조회수: 137

줄임말로 읽는 세상

건강 검진 결과에 SOB: NA라는 글자가 보였다. SOB는 비속어 Son of a Bitch의 줄임말인데 그게 내 건강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Shortness Of Breath: Not Applicable(호흡곤란/숨 가쁨: 해당 없음)이라는 뜻이었다. hi-res vid가 필요하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Hawaii-Reservati...

일자: 2023.05.12 / 조회수: 93

사람 이름이 들어간 영어 표현

아킬레스건(Achilles’heel), 머피의 법칙(Murphy’s law),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 이름이 들어간 표현이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고 아킬레스건의 뜻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머피의 법칙은 미국 공군 대위 에드워드 머피...

일자: 2023.04.10 / 조회수: 149

공짜 영어 선생 Chat GPT

정관사 the는 이미 알고 있는 특정한 사물이나 개념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the book은 불특정한 책이 아니라 화자가 말하고 싶은 이미 아는 특정한 책을 가리키는 것이다. I saw a cat. The cat was black. 두 번째 문장의 the cat은 첫 문장에 언급된 고양이 a cat을 가리킨다. ...

일자: 2023.03.10 / 조회수: 79

봄을 알리는 3월의 특이한 기념일들

어느 시인은 겨울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어차피 3월은 오고야 만다고 말했다. 고대 로마에서 원래 한 해의 시작은 3월 March부터 였고 나중에 달력이 생기며 1월과 2월이 추가됐다. 전쟁의 신 마르스(Mars)가 March의 어원이다. 겨울에 쉬던 전쟁을 봄이 되면 다시 시작했...

일자: 2023.02.08 / 조회수: 224

발음이나 불규칙한 영어 표현 많아

영어의 발음이나 문법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는 부분은 원어민들도 동의한다. 한국어는 비교적 어법이 규칙적이지만 마냥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연패’를 생각해 보자. 으뜸 패자를 쓰면 경기를 계속 이기는 연속 우승 연패(連霸)다. 패할 ...

일자: 2023.01.07 / 조회수: 80

새해 첫출발‘turn over a new leaf’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작이다(The beginning is the most important part of the work.)”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한국보다 좀 줄여서 “시작이 삼분의 일(Making the beginning is one ...

일자: 2022.12.09 / 조회수: 324

‘Season’s Greetings’모든 종교 포괄하는 인사말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편이다. 핼러윈이 끝나면서 서서히 시동이 걸리고 추수감사절 직후부터는 holiday spirt이 수직 상승한다. Halloween, Thanksgiving, Christmas를 합쳐 HALLOTHANKSMAS가 필요하다는 농담도 한다. 11월 말부터는 다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고 지금...

일자: 2022.11.06 / 조회수: 113

‘Money doesn’t grow on trees’땅 파도 돈 한푼 안 나온다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뉴스가 넘쳐난다. 얼마 전에는 Amazon 창업자 Jeff Bezos의 짧은 트위터 포스팅이 주요 뉴스로 등장했다. 그는 “the probabilities in this economy tell you to batten down the hatches. 현재 경제의 여러 개연성 들이 당신에게 위기에 대비하라고 ...

일자: 2022.10.06 / 조회수: 99

흥미로운 숫자 표현 들‘seven year itch’…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와 칠전팔기처럼 숫자로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한국말 속담과 사자성어가 있듯이 영어에도 숫자가 들어간 유용한 표현들이 많다.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하는 주요인이 언어와 수학적 능력임을 고려하자면 숫자가 들어간 언어 표현은 꽤나 흥미로운...

일자: 2022.08.17 / 조회수: 121

wearing multiple hats“직원 없어 다른 일도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회사들도 비즈니스 환경에서 많이 쓰는 업무 용어가 따로 있다. 직장인들만의 언어 사전이 존재하는 것이다. 회사라는 공적 공간에서 특유의 규칙과 소속감, 문화, 예의 때문에 업무 분위기를 반영하는 특이한 직장 용어들이 생겨난다. 업무 이메일에 &ldq...

일자: 2022.05.19 / 조회수: 1300

“퉤퉤퉤”미국선 세 번 두드리며“knock on the wood”

미국 사람들도 의외로 미신을 많이 믿는다. 평균적으로 한국이 자잘한 미신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지만 미국인들도 네잎클로버 행운(four-leaf clover), 거울이 깨지면 불행(breaking a mirror is bad luck),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 등 꽤 많은 미신을 믿는다. 미국인들...

일자: 2022.04.25 / 조회수: 738

생활인 이민자들의 영어 표현력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개개인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의 답이 나올 것이다. 우리 이민자들은 시험을 보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험생들을 위해 고안된 한국식 영어 공부법은 큰 효과가 없다. 한국의 영어 공부법은 기본적으로 ...

일자: 2022.02.12 / 조회수: 742

어원이 특이한 영어 표현

영어 원어민은 4억 명 정도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15억 명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 콘텐츠의 60%는 영어로 쓰여있다. 만다린 중국어 사용자가 11억 명에 달하고 중국의 국력이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영어는 아직도 세상에서 사회-경제-문화적으로 가장 강력...

일자: 2022.01.22 / 조회수: 6705

친구를 부르는 다양한 영어 단어

미국인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서로 친구라고 부르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 장유유서 관습이 없어 나이와 관계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한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일수록 직장에서 동료를 부르거나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부...

일자: 2021.12.13 / 조회수: 624

영어‘별다줄<별걸 다 줄인다>’만만치 않네

한국에서도 줄임말이 너무 많아져서 “별걸 다 줄인다”의 줄임말 ‘별다줄’이 생길 정도지만 미국 영어 줄임말도 만만치 않다. 텍스트와 채팅이 전화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소통 수단이 된지 오래고 재택근무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증가하면서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