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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분 전환을 위해 새봄맞이 책장정리를 했다. 어지럽게 꽂혀 있는 책들을 꺼내 주제별로 정리하고 키를 맞춰 책꽂이에 넣다 보니 우울한 시절, 낙담이 가득하던 때에 좋은 친구가 되어준 두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따귀 맞은 영혼’, 그리고 ‘너는 나에게 상처 줄 수 없다’

두 권 모두 독일 심리학자 배르벨 바르키의 작품이다. 되는 일도 없고 내 맘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되던 어느 날, 인생이 참으로 고달프다고 여겨졌던 그 어느 날. 서점에서 만나 데려온, 한국에서 미국까지 같이 온 친구들이다. 

생각해보면 영혼이 따귀를 맞는다는 것, 아플 뿐만 아니라 외롭기까지 한 일이다. 겉으로 보이지 않으니 남들은 내가 호되게 한방 얻어 맞았다는 사실 조차 모른다. 안다고 해도 괜찮다고, 다 그렇게 산다고, 그냥 잊어버리라고 조언한다. 당시엔 한국에서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이이리저리 치이며 상처받고 있는 내 영혼을 책으로라도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다. 

책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의 마음 상함, 즉 상처는 결국 과거에 마음 상하고 상처받았던 경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때의 해결하지 못한 감정과 아픔이 다시 건드려지면 더 큰 상처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과 조각을 비유로 들었다. 사과는 몸에 좋지만 분해되어 영양분이 되지 못하고 만약 몸속 어딘가에 걸려 있다면 자극을 받을 때마다 통증과 아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백설 공주 목에 걸려 있던 사과 조각도 밖으로 튀어나왔을 때 비로소 공주가 살아날 수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과거에 제대로 아물지 못한 상처들은 평소에 숨어 있다가 어떠한 자극을 받으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상처를 현재에서 직면했을 때, 외면하거나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보듬어 안아 잘 치료할 수 있다면 상처는 새로운 시작과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같은 작가가 다음 작품으로 선보인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역시 비슷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한 발 더 나아갔다. 독이든 사과는 아예 삼키지도 말라는 조언이 붙는다. 세상을 살다보면 내 몸 속에 걸려 있는 사과조각과는 상관없이 부당한 모욕이나 이유없는 차별을 받기도 하는데, 이 때 이로 인해 마음이 상할 것인지 이를 거부할 것인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의 인터뷰를 예로 들었다. 프리먼은 독일의 한 일간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당신을 ‘니그로(흑인을 비아하는 말)’라고 부르면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상당히 자존심 상하고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프리먼은 의연하게 대처했다. 기자 당신이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과는 별로 상관없다고 여유있게 답한 것이다.

누가 봐도 상처 주는 말이지만 내 자신이 그로 인해 영향받지 않기로 선택한다면 너는 나를 상처 줄 수 없다는 것, 상처 받은 느낌이 들 때 이 ‘느낌’을 ‘상처’라는 이름으로 가져와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품고 살지, ‘너의 문제’로 만들어 상대에게 돌려줄지는 내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상처. 남에게 받았다고 생각하니 미움과 원망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상처 받는 삶’을 ‘상처를 선택하지 않는 삶’으로 바꿔갈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달라진다. 또 하나,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나 자신은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이다.   

같은 작가가 썼기 때문에 두 권의 책은 모두 같은 기도문을 소개하며 끝을 맺고 있다. 이 짧은 기도문이 꽃피는 4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안의 기도가 되길 바래 본다.    

신이여,

변화 시킬 수 없는 것은 받아 들일 수 있는 의연함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 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가지를 서로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김동희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 커뮤니티 아웃리치팀 수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 '미국 엄마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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