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enu

구독신청: 323-620-6717

이빨요정.jpg

 

 

“엄마, 나 이 빠졌어. 흔들려서 혀로 밀다보니 이렇게 툭 빠졌어.”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손바닥을 펴서 어금니를 보여줬다. 한참 어릴 때만해도 이를 빼려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났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이를 뺐다며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나이가 됐다. 아이는 “오늘도 ‘투스 페어리’가 올까. 왔으면 좋겠다. 20불 정도 줬으면 좋겠다”면서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였다. 아직도 이빨 요정, 투스 페어리(Tooth Fairy)를 믿냐는 질문엔 묘한 표정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빨 요정이란 유치를 베게 밑에 두고 자면 선물로 바꿔주는 미신 속의 요정이다. ‘이빨’은 동물의 치아를 부르는 말이지만 투스 페어리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이의 요정’보다는 ‘이빨 요정’으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빨 요정은 아이들의 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있다. 더 예쁜 왕관을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의 유치가 필요하고, 이를 베게 밑에 넣어놓고 자는 아이를 찾아가 그 아이의 이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를 가져올 때는 ‘공짜’가 아니라 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남긴다. 대부분 그 선물은 현금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잠든 사이 이빨 요정이 된다. 베게 밑에 있는 이를 꺼내고 현금을 넣어놓는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이빨 요정이 자신의 이를 돈 주고 사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빨 요정은 아이들의 이를 얼마에 사갈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이빨 요정이 남기고 간 돈은 결국 부모님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아이들의 이가 얼마에 팔렸는가’는 미국 경제를 반영한다.  

치과보험 전문회사인 델타 덴탈(Delta Dental)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빨 요정 역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델타 덴탈은 매년 이빨요정 설문조사(Original Tooth Fairy Poll)를 실시하는데 2023년 아이들의 치아는 평균 6.23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36달러보다 16% 포인트 상승한 가격이며,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25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빨 요정의 지갑도 인플에이션을 피해갈 순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승세라면 2048년에는 이 한개의 가격에 3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초 조사가 이뤄진 1998년 치아 가격은 1.30달러였다.  

 

특별히 올해 결과에서 주목 한 것은 ‘이빨요정 지수(Tooth Fairy Index)’와 S&P 500지수가 서로 다른 양상은 나타낸 부분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발표하는 S&P 500지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로 미국 500대 기업의 주가를 분석한 수치다. 지금까지는S&P 500지수와 이빨 요정의 치아 매입가가 같은 모양의 그래프를 나타냈기에 아이들 상상속 인물인 이빨 요정이 알고 보면 미국의 경제를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치아 가격은 16% 상승한 반면, 주가 지수는 11% 감소, 처음으로 두 지표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또 한가지 달라진 점은 부유한 지역일 수록 이빨 요정의 인심도 후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올해는 달랐다. 뉴욕, 보스턴 등이 위치한 동북부지역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해 왔는데 올해는 전체 평균(6.23달러)보다 낮은 6.1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36달러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가격이다. 

 

올해의 특징을 놓고 아직 전문가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그 동안의 패턴이 깨지면서 이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시간을 갖는 분위기다. 다만 이빨 요정이 다녀간 뒤라면 치아 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중요한 시기라는 부분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델타 덴탈 측은 “아이들과 이빨 요정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습관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런 주제의 대화는 어릴 때 할 수록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어릴 때 이가 빠진다는 것은 새로우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경제 교육이나 건강 교육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참고로 더 이상 ‘투스 페어리’를 믿진 않지만 20달러를 가지고 싶었던 우리집 아이는 ‘엄마 투스 페어리’가 곤한 잠에 빠져버린 까닭에 인플레이션 효과로 비싼 가격에 치아를 팔아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가 빠져도 울지 않던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투스 페어리가 오지 않았어”라며 아쉬움의 눈물을 찔끔 흘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김동희 

현재 미국병원 암센터 커뮤니티 아웃리치팀 수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 전 미주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 기자. '미국 엄마의 힘' 저자. 

연락처: (213)545-1014

일자: 2024.11.17 / 조회수: 27

엄마를 생각하다

“아이들이 엄마를 언제 생각하는지 알아요? 길가다 예쁜 사람 봤다고 엄마를 떠올리진 않아요. 엄마를 ‘맛’으로 기억해요. 김치찌개 먹으면서, 된장찌개 만들면서 엄마를 떠올리죠. ‘엄마 맛이 아니야. 엄마꺼 먹고 싶어’하면서 전화가 와요.&rdquo...

일자: 2024.10.16 / 조회수: 58

가을, 그녀의 안부를 묻고 싶은 계절

좋아했던 사람이 있다. 인생의 한 시기, 그녀들과 함께여서 참 따뜻했다.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어느 식사 자리였다. 밝고 쾌활한 그녀는 그날 모인 많은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는지,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면 모든 상황이 눈 앞에 생생하게 ...

일자: 2024.09.22 / 조회수: 40

케이크가 냉동실로 간 까닭은?

얼마전 회사 동료가 결혼을 했다. 샌디에고 바닷가에서 결혼식을 올린 그녀가 휴가에서 돌아오자 동료들은 그녀의 결혼식 이야기 듣기로 바빴다. 결혼식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과 피로연의 즐거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다가 웨딩 케이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

일자: 2024.08.09 / 조회수: 112

요즘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이름은?

딸 아이의 이름은 그레이스(Grace)다. 하지만 종종 그레이스 에스(Grace S.)로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퍼스트 네임이 같을 경우 라스트 네임의 첫 대문자를 붙인다는 것을 다른 그레이스들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한글 이름 중 동명이인을 김영희 A와 B로 구분하는 것의 미국 방식...

일자: 2024.07.14 / 조회수: 49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유난히도 바빴던 상반기를 끝내고, 7월 첫 주 휴가다. 세상의 모든 분주한 것들과 이별하고 나만의 시간, 맛있는 커피 한 잔이 간절하다. 오랜만에 여유 있는 아침이니 핸드 드립(Hand-Drip)으로 마셔야겠다. 핸드 드립은 커피를 만드는 방법 중 한 가지로 푸어 오버(Pour Over)라...

일자: 2024.06.29 / 조회수: 43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불현듯 내가 밥만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남편도 내 앞에서 아무 말 없이 밥만 먹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다. 옆 자리부터 둘러봤다. 그곳에 앉은 젊은 여성들이 우리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았다. “저 아줌마랑 아저씨는 별로 사랑하지 않나 봐...

일자: 2024.04.14 / 조회수: 182

‘가라지 세일’에서 배운 오늘의 교훈…

어느 화창한 일요일, 동네를 걷다 보니 아이들이 담요를 깔고 장난감을 팔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무에 ‘가라지 세일(Garage Sale)’이라고 써서 크게 붙여놨다. 풍선으로 예쁘게 장식도 했다. 동네 사람들은 지나가다 발길을 멈췄다. 누구는 “너희들 정말 멋진 ...

일자: 2024.03.22 / 조회수: 56

“안과 밖? 당신의 걸림돌은 어디에 있습니까?”

커뮤니티 아웃리치 담당자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현재는 암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들이 암 정기검진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

일자: 2024.02.16 / 조회수: 61

눈곱 만드는‘샌드맨’과 아기 배달부‘스토크’?

딸아이가 친구를 만났을 때다. 아이 친구 엄마와 같이 앉아 있는데 딸국질을 하는게 보였다. 혼잣말처럼 “뭐 맛있는 걸 혼자 먹었나, 딸국질을 하네”라고 하는 찰나 아이의 친구 엄마는 웃으며 영어로 “딸국질을 하는 걸 보니 키가 크려나 보다”고 했다. ...

일자: 2023.12.14 / 조회수: 119

“간암 치료 10년새 눈부신 발전, 임상시험의 힘”

시더스-사이나이 암센터 COE팀과 이웃케어클리닉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양주동 간 전문의가 간암과 임상시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더스-사이나이 병원 간암센터 양주동 디렉터 B형 간염, 간암 위험율 높여 음주·비만 ×, 건강식·운동 ○ 임상시험으로 최신 ...

일자: 2023.11.17 / 조회수: 65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 계절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닥터 리’, 10여 년 전 썼던 기사의 주인공이다.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유는 그와의 인터뷰가 정신없이 달리던 내 삶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냉기가 느껴지던 작은 방에서 그와 처음 마주했다. 치과의사였던 그를 만난 곳...

일자: 2023.10.23 / 조회수: 59

여성 건강 적신호“젊은 유방암이 증가한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걸려 오는 전화가 있다. 가슴에 멍울이 있는데 유방암 검사를 어디서 받을 수 있냐는 질문부터 유방암 진단을 받았는데 건강보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에 이르기까지 유방암 관련 문의들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되...

일자: 2023.09.19 / 조회수: 62

2023년, 당신의‘장미’는 어떻습니까?

일 주일에 한 번, 팀미팅을 한다. 팀원들이 모두 모여서 한 주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앞으로 계획된 행사들을 논의하는 시간이다. 이 때마다 가장 처음엔 하는 일이 체크 인(Check-in)이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 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공유한다. 이 때 가장 ...

일자: 2023.08.17 / 조회수: 63

“함께 길찾기를 하실 분을 찾습니다”

여기저기 얼마나 전화를 해댔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연결이 되어도 이 사람이 하는 말,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달라서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언제인가 봤던 영화에서 산길을 잃은 주인공이 밤새 길을 헤메었지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

일자: 2023.07.15 / 조회수: 90

좌충우돌‘김 코디’의 미국직장 적응기

어느새 5년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에 미국에 왔다. 미국병원에서 일하게 됐다고 했을 때 내 영어 실력을 아는 지인들은 “보스랑은 어떻게 의사소통 할거야?”라고 물었다. 나 역시도 영어가 걱정이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날마다 &lsquo...

일자: 2023.06.09 / 조회수: 75

자카란다 피는 계절이 되면…

사진 출처: Designmatters at ArtCenter College of Design ‘자카란다’ 피는 계절이 되면 건강검진을 생각한다. 아주 사소한 대화가 자카란다라는 ‘꽃’과 건강검진이라는 ‘행동’을 연결시켰다. 5년전 이맘때다. 회사 동료들과 길을 걷고 있었...

일자: 2023.05.17 / 조회수: 96

이빨 요정, 인플레이션 영향 받았을까?

“엄마, 나 이 빠졌어. 흔들려서 혀로 밀다보니 이렇게 툭 빠졌어.”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손바닥을 펴서 어금니를 보여줬다. 한참 어릴 때만해도 이를 빼려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났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이를 뺐다며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나이가 됐다. 아...

일자: 2023.04.14 / 조회수: 87

따귀 맞은 영혼의 상처 받지 않는 법

최근 기분 전환을 위해 새봄맞이 책장정리를 했다. 어지럽게 꽂혀 있는 책들을 꺼내 주제별로 정리하고 키를 맞춰 책꽂이에 넣다 보니 우울한 시절, 낙담이 가득하던 때에 좋은 친구가 되어준 두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따귀 맞은 영혼’, 그리고 ‘너는 나에...

일자: 2023.03.12 / 조회수: 87

“3월에는 대장암 검사 하세요”

3월은 대장암 인식의 달(Colorectal Cancer Awareness Month)이다. 유방암 인식의 달을 기념하는 10월 곳곳에서 분홍색 리본을 만날 수 있다면 3월에는 파란 리본이다. 대장암연합(Colorectal Cancer Alliance) 등의관련 단체들은 3월 한 달 동안 파란 리본을 내걸고 대대적인 인...

일자: 2023.02.12 / 조회수: 427

스트레스, 암의 원인일까?

암 예방 교육을 할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암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암은 왜 걸릴까요?”가 질문이다. 나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참석자들은 술, 담배, 비만, 운동 부족 등을 답으로 말한다. 이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