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enu

구독신청: 323-620-6717

떠나야 보이는 것들

wellbeing 2023.03.12 13:03 Views : 27

이정아 수필.jpg

 

 

아침저녁으로 혈압약,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에 각종 비타민 등 한 움큼씩 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식성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장기 이식 환자는 평생 먹어야 하는 약들이므로 내 식욕에 감사한다. 뭐든 잘 먹으니 약 먹는 건 일도 아니지 뭔가.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은 가야 하는 병원 출입. 이것도 감사하다. 투석할 땐 일주일에 세 번씩 가서 죽음의 문턱까지 왕래하다 곤죽이 되어오곤 했는데 한 달 두 번은 가볍지 않은가? 잠시 따끔한 피검사를 견디고 닥터의 조언을 착한 학생처럼 들으면 되니 예전에 비하면 마음 편한 병원 출입이다.

 

병원에 일찍 가서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많은 동지를 만난다. 투석 중인 이들을 보면서 예전 고통을 추억하면 마음이 짠해진다. 이식수술 대기자들에겐 선험자인 내가 관심 대상이어서 질문들이 많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불안하여 전전긍긍이다. 수술 전후의 주의할 점, 식생활과 운동 등 환자의 섭생에 대한 조언을 하며 속으로 놀란다. 무척이나 안 지켜서 주치의와 남편을 실망시킨 주제에 남을 가르치려 들다니. 그들의 불안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자꾸 떠들게 된다. 오래전 학교 선생을 했던 버릇이 드러난다.

 

병원 다녀오는 길엔 나도 모르게 착해진다. 만나는 이들에게 관대하게 된다. 누가 좀 무례하다 할지라도, 저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 남모를 아픔이 있겠지 한다. 교통법규를 안 지키는 차를 만나도, 저 사람도 가족 중 환자가 있을지 몰라 하며 너그러워진다. 연대감 같은 게 생겨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크게 아프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형편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므로.

환자는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누구에게든 기대게 된다. 누군가에게 나를 맡기게 된다. 혈관 잘 보이게 주먹 폈다 쥐었다 열 번만 하세요 하면 횟수 맞춰 쥐락펴락하고, 아프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하면 아파도 참고, 이제 다 끝났어요 하면 휴우 안도하고 미소짓게 된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와 인사하고 나오면 맑은 하늘이 참 좋다. 다음 검진까지 또 살 수 있다는 약속을 받은 사람처럼 가벼운 마음이 된다. 나는 약솜처럼 포근하고 하얘진다.

 

집에 와선 환자 돌보느라 지친 남편에게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거 해줘 저거 해줘 늘 보채다가도 이 날만큼은 남편이 좋아하는 삼겹살도 굽고 굴전도 부친다. 한 시간 부엌에서 서성거리면 체력이 바닥나, 두 시간은 누워 쉰 후에나 밥상을 마주할 기력이 될망정 잠시 유순한 마누라가 되어 보는 것이다.

사랑이 떠나면 사랑이 보인다. 부모가 떠나면 부모가 보인다. 소중한 것들은 떠나면 그 소중함이 보인다. 건강을 잃으면 뒤늦게 알게 된다. 얼마나 건강이 소중한 것인지.

 

병원 다녀온 날엔 모든 생명이 귀하고 감사하다. 살아 있다는 게 행복하다. 목숨 지키려면 잘 먹고 운동해야지 전의가 솟는다. 약한 나를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병원 가는 날, 내 삶에 있는 그 장치가 감사하다. 완벽하지 않고 결핍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하질 않던가. 골골 100년 계속 가보자.

일자: 2023.05.21 / 조회수: 36

5월 추천 詩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1946~)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

일자: 2023.05.12 / 조회수: 134

물려줄 게 집뿐인데, 리빙 트러스트 꼭 필요할까? (2)

지난 호에서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의 대부분이 집이라면 굳이 리빙 트러스트를 설립할 필요 없이 ‘Transfer On Death (TDO)’ Deed를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칼럼이 나간 뒤 많은 분들로부터 문의를 받았는데, 유산상속에 대한 시니어들의 관심이 그...

일자: 2023.05.12 / 조회수: 86

사람 이름이 들어간 영어 표현

아킬레스건(Achilles’heel), 머피의 법칙(Murphy’s law),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 이름이 들어간 표현이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고 아킬레스건의 뜻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머피의 법칙은 미국 공군 대위 에드워드 머피...

일자: 2023.05.07 / 조회수: 42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26)

Endodontist: 근관치료 전문의 (앤도돈티스트) 치아 내부에 있는 신경이 충치 등에 의해 손상되었을 때 통증을 없애고 치아를 보전하기 위해 받는 신경치료(근관치료)를 진행하는 데 이를 전문의로 하는 치과의사로 전문 수련을 받아야 한다. Orthodontist: 교정 전문의 (오소돈티...

일자: 2023.05.06 / 조회수: 121

신분·크레딧 없어도 은행 구좌처럼‘척척’

‘블루원 프리페이드 마스터 카드’로 걱정‘끝’ “체류 신분 때문에 은행 구좌가 없다고요? 웰페어 돈을 한꺼번에 찾아 장롱 속에 넣어 두고 불안해하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블루원 카드’가 해결해 드립니다” 신분이 불확실하...

일자: 2023.05.04 / 조회수: 34

제 2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

제1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 대상 유미선 씨 작품. 리앤리 갤러리가 주최하는 시니어 미술 공모전이 작년 많은 분들의 성원에 이어 올해로 제2회를 맞이합니다. 이번 공모전은 55세 이상으로 미술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미술에 대한 꿈은 있어...

일자: 2023.05.04 / 조회수: 30

재미한인 1세대 전낙청 선생 기념행사 성황

전낙청 한국어 선집 발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주제 발표에 나섰던 관계자들. 문화원 제공 “120년전 이민 선조 소중한 문화 유산” LA한국문화원은 4월 14일 문화원 아리홀에서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 USC 동아시아 도서관과 공동으로 재미교포 1세대 작가인 전...

일자: 2023.05.04 / 조회수: 28

페창가, 골퍼 가브리엘라 덴 공식 후원

페창가 리조트 관계자들과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은 가브리엘라 덴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창가 제공 페창가 리조트 카지노가 여성 프로 골퍼인 가브리엘라 덴 (Gabriella Then)과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다. 덴은 앞으로 LPGA 내에서 페창가의 홍보 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페창가...

일자: 2023.05.04 / 조회수: 23

한국문화원 한국어 스토리 타임 행사 LA 동물원서 개최

LA 동물원에서 열린 지구의 날 한국어 스토리 타임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화원 제공 지구의 날 맞아‘초록별’ 한국 동화 구연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4.22(토) LA동물원에서 지구의 날을 기념한 한국어 스토리 타임 행사를 성...

일자: 2023.04.16 / 조회수: 490

물려줄 게 집뿐인데, 리빙 트러스트 꼭 필요할까? (1)

얼마 전 늦은 밤 한 대학 선배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유산상속도 하냐고? 내용인즉 이랬다. 아는 언니가 며칠 뒤 한국으로 출국하는데 그 전에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목적은 2가지인데, 하나는 죽고 나서 ‘프로베이트(probate, 법원 공증...

일자: 2023.04.16 / 조회수: 23

11살 다솔이의 그림일기

내 마음의 한 부분(A Piece of My Heart) 요즘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분노와 슬픔, 이 감정들이 저에게 어떤 느낌인지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슬프고 화가 나지만, 괜찮습니다. 이 감정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이 감정이 어떤 것인...

일자: 2023.04.11 / 조회수: 111

4월 추천 詩

그 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1941~)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

일자: 2023.04.10 / 조회수: 147

공짜 영어 선생 Chat GPT

정관사 the는 이미 알고 있는 특정한 사물이나 개념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the book은 불특정한 책이 아니라 화자가 말하고 싶은 이미 아는 특정한 책을 가리키는 것이다. I saw a cat. The cat was black. 두 번째 문장의 the cat은 첫 문장에 언급된 고양이 a cat을 가리킨다. ...

일자: 2023.04.09 / 조회수: 409

접인춘풍(接人春風) 임기추상(臨己秋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동물들과 벌레들이 놀라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나고, 미국에서는 First day of spring 이라는 춘분도 지났다. 아직 쌀쌀하다. 뒷마당의 매화는 피었다 지고 어제 내려가 보니 자두꽃과 복숭아꽃 살구꽃이 활짝 피었다. 봄이 오기는 오나 보다. 그러나 요 ...

일자: 2023.04.08 / 조회수: 24

한인타운 시니어센터 대장암 세미나

4월 17일 2층 강당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이사장 정문섭, 이하 시니어 센터)가 오는 4월 17일(월) 오후 12시10분부터 1시까지 2층 강당에서 ‘대장암 검사와 조기발견’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커뮤니티 파트너인 고려보건소와 시더스-사이나이 아웃...

일자: 2023.04.08 / 조회수: 32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25)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 계절성우울증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 가장 많은 형태는 겨울철 우울증으로 특히 가을, 겨울에 우울증상과 무기력증이 악화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증상이 나아진다. Bipolar disorder: 조울증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기이 ...

일자: 2023.04.05 / 조회수: 18

현대, 기아 일부 모델에 운전대 잠금장치 무료 제공

USB로 간단히 시동, 비디오도 증가 지난해 소셜미디어 틱톡에 기아와 현대 자동차 모델을 쉽게 절도할 수 있는 방법이 공개되면서 최근 수개월 동안 이들 자동차의 절도 사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자동차보험 회사들이 이들 모델에 대한 보험 판매를 철회하는 사태...

일자: 2023.04.05 / 조회수: 50

경기고 남가주 총동창회 2023년 정기총회

경기고 남가주 총 동창회(회장 임관혁)의 정기 총회가 지난 3월7일 한인타운 전통 한식당‘용수산’에서 각 기별 대표와 이사회, 산하 단체 관계 임원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부 동반으로 모인 이번 총회에서 임관혁 회장은 올 한해 사업 계획 등을 밝혔다. ...

일자: 2023.03.17 / 조회수: 236

레몬법 변호사비, 정말 공짜일까?

캘리포니아 레몬법을 주제로 고객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이 변호사비가 정말 공짜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확히 말해 변호사비가 공짜는 아니다. 고객이 내지 않을 뿐, 고객이 아닌 자동차 제조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이 더 적절하다. 미국에 여러 가...

일자: 2023.03.14 / 조회수: 23

3월 추천 詩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