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enu

구독신청: 323-620-6717

떠나야 보이는 것들

wellbeing 2023.03.12 13:03 Views : 39

이정아 수필.jpg

 

 

아침저녁으로 혈압약,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에 각종 비타민 등 한 움큼씩 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식성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장기 이식 환자는 평생 먹어야 하는 약들이므로 내 식욕에 감사한다. 뭐든 잘 먹으니 약 먹는 건 일도 아니지 뭔가.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은 가야 하는 병원 출입. 이것도 감사하다. 투석할 땐 일주일에 세 번씩 가서 죽음의 문턱까지 왕래하다 곤죽이 되어오곤 했는데 한 달 두 번은 가볍지 않은가? 잠시 따끔한 피검사를 견디고 닥터의 조언을 착한 학생처럼 들으면 되니 예전에 비하면 마음 편한 병원 출입이다.

 

병원에 일찍 가서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많은 동지를 만난다. 투석 중인 이들을 보면서 예전 고통을 추억하면 마음이 짠해진다. 이식수술 대기자들에겐 선험자인 내가 관심 대상이어서 질문들이 많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불안하여 전전긍긍이다. 수술 전후의 주의할 점, 식생활과 운동 등 환자의 섭생에 대한 조언을 하며 속으로 놀란다. 무척이나 안 지켜서 주치의와 남편을 실망시킨 주제에 남을 가르치려 들다니. 그들의 불안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자꾸 떠들게 된다. 오래전 학교 선생을 했던 버릇이 드러난다.

 

병원 다녀오는 길엔 나도 모르게 착해진다. 만나는 이들에게 관대하게 된다. 누가 좀 무례하다 할지라도, 저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 남모를 아픔이 있겠지 한다. 교통법규를 안 지키는 차를 만나도, 저 사람도 가족 중 환자가 있을지 몰라 하며 너그러워진다. 연대감 같은 게 생겨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크게 아프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형편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므로.

환자는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누구에게든 기대게 된다. 누군가에게 나를 맡기게 된다. 혈관 잘 보이게 주먹 폈다 쥐었다 열 번만 하세요 하면 횟수 맞춰 쥐락펴락하고, 아프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하면 아파도 참고, 이제 다 끝났어요 하면 휴우 안도하고 미소짓게 된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와 인사하고 나오면 맑은 하늘이 참 좋다. 다음 검진까지 또 살 수 있다는 약속을 받은 사람처럼 가벼운 마음이 된다. 나는 약솜처럼 포근하고 하얘진다.

 

집에 와선 환자 돌보느라 지친 남편에게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거 해줘 저거 해줘 늘 보채다가도 이 날만큼은 남편이 좋아하는 삼겹살도 굽고 굴전도 부친다. 한 시간 부엌에서 서성거리면 체력이 바닥나, 두 시간은 누워 쉰 후에나 밥상을 마주할 기력이 될망정 잠시 유순한 마누라가 되어 보는 것이다.

사랑이 떠나면 사랑이 보인다. 부모가 떠나면 부모가 보인다. 소중한 것들은 떠나면 그 소중함이 보인다. 건강을 잃으면 뒤늦게 알게 된다. 얼마나 건강이 소중한 것인지.

 

병원 다녀온 날엔 모든 생명이 귀하고 감사하다. 살아 있다는 게 행복하다. 목숨 지키려면 잘 먹고 운동해야지 전의가 솟는다. 약한 나를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병원 가는 날, 내 삶에 있는 그 장치가 감사하다. 완벽하지 않고 결핍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하질 않던가. 골골 100년 계속 가보자.

일자: 2023.04.05 / 조회수: 61

경기고 남가주 총동창회 2023년 정기총회

경기고 남가주 총 동창회(회장 임관혁)의 정기 총회가 지난 3월7일 한인타운 전통 한식당‘용수산’에서 각 기별 대표와 이사회, 산하 단체 관계 임원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부 동반으로 모인 이번 총회에서 임관혁 회장은 올 한해 사업 계획 등을 밝혔다. ...

일자: 2023.03.17 / 조회수: 252

레몬법 변호사비, 정말 공짜일까?

캘리포니아 레몬법을 주제로 고객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이 변호사비가 정말 공짜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확히 말해 변호사비가 공짜는 아니다. 고객이 내지 않을 뿐, 고객이 아닌 자동차 제조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이 더 적절하다. 미국에 여러 가...

일자: 2023.03.14 / 조회수: 38

3월 추천 詩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

일자: 2023.03.14 / 조회수: 38

11살 다솔이의 그림일기

빗속에서 춤을 추는 법 (Dancing in the rain) 올해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비오는 날의 아름다움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비오는 날이 얼마나 멋진 날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일자: 2023.03.12 / 조회수: 248

YB 윤도현 밴드 페창가 공연

4월15일 오후6시 대한민국 대표 록 밴드 YB가 오는 4월15일(토) 오후 6시 페창가리조트 카지노의 최신 대형 공연장인 ‘페창가 서밋’에서 단독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97년 윤도현 밴드라는 이름으로 결성했다 2005년 이름을 변경한 YB는 무려 26년간 꾸준히 전 국민의...

일자: 2023.03.12 / 조회수: 39

떠나야 보이는 것들

아침저녁으로 혈압약,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에 각종 비타민 등 한 움큼씩 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식성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장기 이식 환자는 평생 먹어야 하는 약들이므로 내 식욕에 감사한다. 뭐든 잘 먹으니 약 먹는 건 일도 아니지 뭔가. 한 달에 적...

일자: 2023.03.10 / 조회수: 106

봄을 알리는 3월의 특이한 기념일들

어느 시인은 겨울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어차피 3월은 오고야 만다고 말했다. 고대 로마에서 원래 한 해의 시작은 3월 March부터 였고 나중에 달력이 생기며 1월과 2월이 추가됐다. 전쟁의 신 마르스(Mars)가 March의 어원이다. 겨울에 쉬던 전쟁을 봄이 되면 다시 시작했...

일자: 2023.03.06 / 조회수: 75

한국 문화를 상자 박물관서 한눈에 감상

한국문화원, 3월 24일까지 움직이는 박물관 공개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2월 23일(목)부터 3월 24일(금)까지 LA한국문화원 2층 전시실에서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에서 제작한 움직이는 박물관 ‘한국문화상자’ 전시를 일반에 공개한다. 한국문화상자는 전...

일자: 2023.03.06 / 조회수: 221

“메디칼 반드시 갱신해야 혜택 유지”

재가입하지 않으면 끊겨 주의해야 우편물 확인하고 서류 제때 접수 팬더믹 비상사태(COVID Emergency Declarations)가 종료되면서 공중보건 비상(Public Health Emergency, PHE) 지원이 빠르면 3월부터 중단돼 저소득층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되고 있다. 이웃케어클리닉(Kheir...

일자: 2023.03.01 / 조회수: 50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24)

Lynch syndrome: 린치증후군 대장암 또는 다른 특정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유전질환. Crohn’s disease: 크론병 소화관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대장암 발병위험을 높임. Tenesmus : 테네스무스 배설후에 남는 불쾌한 통증으로 후중기라고도 함. Anemia: 빈혈(아네미...

일자: 2023.03.01 / 조회수: 36

한국 벚꽃 구경 및 안보 투어 모집

재미 한국노인회(회장 박건우)는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서부 지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고국 벚꽃 구경 및 안보 투어’ 참가자를 모집한다. 4월 11일(화)~4월 16일(일) 5박 6일 일정이며 비용은 1,625.00(팁은 별도)와 항공료다. 판문점 견학, 백령도 ...

일자: 2023.02.23 / 조회수: 43

교통사고 보상금, 어떻게 정해질까?

뺑소니 교통사고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LA 한인타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766건)의 절반가량이 뺑소니였고, 특히 웨스턴 애버뉴(28건)나 버몬트 애버뉴(27건)에서 뺑소니 사고가 가장 많았다고 하니 이곳을 지날 때는 각별히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

일자: 2023.02.17 / 조회수: 25

사람과 사람 사이

아침 출근길 101번 할리우드(Hollywood) 프리웨이에서 110번 하버(Harbor) 프리웨이로 갈아타야 하는 길은 늘 어렵다. 모이고 갈라지는 8차선의 큰 도로여서 맨 오른쪽으로 진입한 나는 차선을 대여섯 번 빠르게 바꾸어야 왼쪽 편 110번의 가장자리라도 걸칠 수 있다. 나처럼 겁이...

일자: 2023.02.12 / 조회수: 94

로맨스 감성 되찾아 줄 매혹의 맛 초콜릿

다양한 맛의 봉봉 쇼콜라가 고급스러운 상자에 담겨있는 어쏘티드 초콜릿 박스.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다. 구찌와 디올 등 명품 브랜드 들도 앞다퉈 고급스러운 패키지의 초콜릿을 선보이고 있다. 달콤 쌉싸름한 맛의 초콜릿은 상큼한 맛의 과일과 함께 잘 어울린다. 생크림과 섞은...

일자: 2023.02.12 / 조회수: 31

2월 추천 詩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1929~)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

일자: 2023.02.11 / 조회수: 31

11살 다솔이의 그림 일기

호랑이처럼 용감하게 올해 1월에 새해가 두 번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 속에는 음력 설이 한 번 더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 문화를 배우고 옛날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호랑이가 많이 나옵니다. 한국을 생각하면 호랑이가 생각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이야기들 속에는 모두 호랑이가...

일자: 2023.02.08 / 조회수: 285

발음이나 불규칙한 영어 표현 많아

영어의 발음이나 문법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는 부분은 원어민들도 동의한다. 한국어는 비교적 어법이 규칙적이지만 마냥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연패’를 생각해 보자. 으뜸 패자를 쓰면 경기를 계속 이기는 연속 우승 연패(連霸)다. 패할 ...

일자: 2023.02.03 / 조회수: 76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23)

Defibrillator: 제세동기 (디파이브럴레이러) 응급 의료기기의 하나로 심장이 멈췄을 때 전기 충격을 주어서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게 만드는 장치로 심장 충격기라고도 한다. Ventilator: 인공호흡기 (벤틀레이터) 환자가 자력으로 호흡을 할 수 없을 때 인공적으로 호흡을 조절하...

일자: 2023.02.03 / 조회수: 167

모다모다 샴푸 특별가 세일

‘리스버그사’는 매일 샴프하며 염색하는 제품으로 알려진 ‘모다모다’를 특별가 세일한다. 세일 가격은 20달러(택스 포함). 아마존에서 현재 30달러 + 택스에 판매된다. ‘모다모다’는 ‘자연의 항산화’ 샴프로 과일, 식물의 갈변현...

일자: 2023.01.23 / 조회수: 371

리스차, 중고차도 레몬법 가능할까? (2)

지난 칼럼에서 “리스차나 중고차도 레몬법이 가능할까?”라는 주제를 다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다. 이번 호에서는 캘리포니아 레몬법에 대해 한국분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들에 대해 Q&A 형식으로 정리해본다. Q. 리스차도 레몬법 가능한가?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