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enu

구독신청: 323-620-6717

칼럼 컷.jpg

 

 

얼마 전 늦은 밤 한 대학 선배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유산상속도 하냐고? 내용인즉 이랬다. 아는 언니가 며칠 뒤 한국으로 출국하는데 그 전에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목적은 2가지인데, 하나는 죽고 나서 ‘프로베이트(probate, 법원 공증)’없이 아들이 집을 바로 물려받을 수 있고, 또 하나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

이튿날 만나 집 외에 재산이 더 있는지 물었더니 다른 것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굳이 힘들게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지 않고 ‘TOD 증서(deed)’를 작성하실 것을 권해드렸다.

‘Transfer on Death’의 줄임말인 TOD 증서는 집 소유주가 죽고 나서 프로베이트 과정 없이 바로 집에 대한 소유권이 지정된 수혜자(beneficiary)에게 넘어가도록 하는 증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 시행됐기 때문에 유산상속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라 하더라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 전국에서는 26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TOD 증서를 도입한 이유는 리빙 트러스트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산상속에 있어 리빙 트러스트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지만 ‘트러스트(trust, 신탁)’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리빙 트러스트의 복잡한 조항을 둘러싸고 재산을 물려받을 ‘수혜자(Beneficiary)’와 집행 권한을 위임받은 ‘신탁관리자(Trustee)’ 사이의 법정 다툼이 적지 않다.

설립자가 살아 있다면 이런 분쟁을 막아주겠지만, 설립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리빙 트러스트는 설립자가 죽고 난 뒤에야 ‘일하기(work)’ 때문이다. 이때쯤에는 리빙 트러스트의 복잡한 조항을 작성한 변호사마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리고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듯, 설정자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탁관리자가 딴마음을 먹을 이유로는 충분하다. 프로베이트 과정 없이 신속하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만든 리빙 트러스트를 둘러싸고, 신탁관리자와 수혜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진다면 설립자는 저세상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지 않을까? 

 

TOD 증서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처럼 리빙 트러스트를 둘러싼 다툼을 방지하고 줄이기 위한 데도 있지만, 실제로 리빙 트러스트 설정자의 80~90%는 집 외에 별다른 재산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TOD 증서는 단독주택이나 콘도, 타운하우스, 4유닛 이하의 아파트 등에 적용된다. 따라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재산이 집이 대부분이라면 굳이 복잡하게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 외 은행 예금이나 보험, 연금, 자동차 등의 재산은 간단하게 소유주 사망 시에 수혜자에게 소유권이 바로 넘어가도록 하는 ‘POD (Payable on Death)’나 ‘TOD (Transfer on Death)’ 서류를 작성해두기만 하면 프로베이트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 생명보험 가입 시 수혜자를 지정해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2023년 기준 개인 1,292만 달러, 부부 2,384만 달러까지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세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TOD 증서는 복잡하지도 않아 몇 시간이면 작성할 수 있고, 만들어진 증서를 카운티 등기국에 가서 등록(recording)만 된다. 그렇기에 작성해주는 변호사 비용도 리빙 트러스트보다 저렴하다. 생전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무엇보다 이런 장점을 갖고서도 리빙 트러스트와 동일하게 사망 시 법원 프로베이트 절차 없이 소유권이 바로 이전되고, 비싼 변호사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은 TOD 증서의 최대 장점이라 하겠다. 

만약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재산이 주택이 전부라면, 복잡하고 어려운 리빙 트러스트보다 TOD 증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문의: 213-700-3159  

 


<필자 소개>

정대용 변호사는 고려대 사회학과와 Abraham Lincoln 로스쿨을 나왔으며, 한국의 매일경제와 미주한국일보(LA)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마케팅회사에서 현대자동차/제네시스 등을 홍보했으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교통사고/레몬법 변호사/유산상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Jungdy1821@gmail.com  

▶문의: 213-700-3159  

 

일자: 2023.06.10 / 조회수: 241

줄임말로 읽는 세상

건강 검진 결과에 SOB: NA라는 글자가 보였다. SOB는 비속어 Son of a Bitch의 줄임말인데 그게 내 건강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Shortness Of Breath: Not Applicable(호흡곤란/숨 가쁨: 해당 없음)이라는 뜻이었다. hi-res vid가 필요하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Hawaii-Reservati...

일자: 2023.06.09 / 조회수: 66

나무의 지혜, 준 드롭(June Drop)

백수로 지낸 지 오래되었다. 외출이라곤 병원에 검사하러 가거나 수영하러 스포츠센터에 가는 정도이다. 책 읽고 컴퓨터 하고, 글도 쓰면 하루가 쉽게 갈 줄 알았는데 오래 놀다 보니 지루하다. 30분 일을 하면 한 시간은 쉬어야 하는 저질 체력이 되어버려서, 앞으로도 일해서 돈...

일자: 2023.06.09 / 조회수: 43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27)

Cervical Cancer: 자궁경부암 (서비컬 캔서)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암. 자궁경부암은 암이 되기 이전 단계인 전암 단계를 상당 기간 동안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어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가능하다. Endometrial Cancer: 자궁내막암 (앤도메트리얼 ...

일자: 2023.06.06 / 조회수: 80

에일리, 6월 24일 페창가 공연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등 OST 여왕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한국의 비욘세라 불리는 가수 에일리가 오는 24일(토) 오후 6시 페창가 리조트 서밋 공연장에서 단독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한다. 에일리는 데뷔전 소녀 시절 유튜브에 올린 자신의 팝송 커버 영상...

일자: 2023.06.06 / 조회수: 41

유방암 환우&가족 위한 ‘한국인의 유방암: 과거 현재 미래’ 세미나

6월 28일 오전 10시 이진선 시더스-사이나이 유방암 전문의 전국 암생존자의 달인 6월을 맞아 유방암 환자와 서바이버, 가족들을 위한 전문의 세미나가 열린다. 시더스-사이나이 암센터 커뮤니티 아웃리치(COE)팀은 오는 6월 28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30분까지 LA 온누리교회...

일자: 2023.06.02 / 조회수: 29

이민 120주년 3인 작가전 성황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지난달 12일부터 6월 2일까지 2층 갤러리에서‘2023년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The Beautiful Journey>(아름다운 동행)’특별전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특별전에는 미술가 강태호, 김소문, 현혜명씨의 3인의 작품 45점이 전시됐다. 오프닝 ...

일자: 2023.06.02 / 조회수: 36

한국 소설‘고래’작가 초청 북토크

천명권 작가 김지영 번역가 작가 천명관, 번역가 김지영 LA는 8일, 댈러스는 11일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작에 선정된 한국 소설 ‘고래’(Whale)의 천명관 작가와 김지영 번역가를 초청해 6월 8일과 11일 각각 LA...

일자: 2023.05.21 / 조회수: 28

11살 다솔이의 그림 일기

지구의 날 (Earth Day)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우리는 타버릴 정도로 태양에 가깝지도 않고, 얼어붙을 정도로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지구의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본다면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는 시간은 3초라고 ...

일자: 2023.05.21 / 조회수: 48

5월 추천 詩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1946~)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

일자: 2023.05.12 / 조회수: 157

물려줄 게 집뿐인데, 리빙 트러스트 꼭 필요할까? (2)

지난 호에서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의 대부분이 집이라면 굳이 리빙 트러스트를 설립할 필요 없이 ‘Transfer On Death (TDO)’ Deed를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칼럼이 나간 뒤 많은 분들로부터 문의를 받았는데, 유산상속에 대한 시니어들의 관심이 그...

일자: 2023.05.12 / 조회수: 125

사람 이름이 들어간 영어 표현

아킬레스건(Achilles’heel), 머피의 법칙(Murphy’s law),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 이름이 들어간 표현이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고 아킬레스건의 뜻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머피의 법칙은 미국 공군 대위 에드워드 머피...

일자: 2023.05.07 / 조회수: 78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26)

Endodontist: 근관치료 전문의 (앤도돈티스트) 치아 내부에 있는 신경이 충치 등에 의해 손상되었을 때 통증을 없애고 치아를 보전하기 위해 받는 신경치료(근관치료)를 진행하는 데 이를 전문의로 하는 치과의사로 전문 수련을 받아야 한다. Orthodontist: 교정 전문의 (오소돈티...

일자: 2023.05.06 / 조회수: 131

신분·크레딧 없어도 은행 구좌처럼‘척척’

‘블루원 프리페이드 마스터 카드’로 걱정‘끝’ “체류 신분 때문에 은행 구좌가 없다고요? 웰페어 돈을 한꺼번에 찾아 장롱 속에 넣어 두고 불안해하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블루원 카드’가 해결해 드립니다” 신분이 불확실하...

일자: 2023.05.04 / 조회수: 50

제 2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

제1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 대상 유미선 씨 작품. 리앤리 갤러리가 주최하는 시니어 미술 공모전이 작년 많은 분들의 성원에 이어 올해로 제2회를 맞이합니다. 이번 공모전은 55세 이상으로 미술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미술에 대한 꿈은 있어...

일자: 2023.05.04 / 조회수: 45

재미한인 1세대 전낙청 선생 기념행사 성황

전낙청 한국어 선집 발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주제 발표에 나섰던 관계자들. 문화원 제공 “120년전 이민 선조 소중한 문화 유산” LA한국문화원은 4월 14일 문화원 아리홀에서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 USC 동아시아 도서관과 공동으로 재미교포 1세대 작가인 전...

일자: 2023.05.04 / 조회수: 40

페창가, 골퍼 가브리엘라 덴 공식 후원

페창가 리조트 관계자들과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은 가브리엘라 덴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창가 제공 페창가 리조트 카지노가 여성 프로 골퍼인 가브리엘라 덴 (Gabriella Then)과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다. 덴은 앞으로 LPGA 내에서 페창가의 홍보 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페창가...

일자: 2023.05.04 / 조회수: 42

한국문화원 한국어 스토리 타임 행사 LA 동물원서 개최

LA 동물원에서 열린 지구의 날 한국어 스토리 타임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화원 제공 지구의 날 맞아‘초록별’ 한국 동화 구연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4.22(토) LA동물원에서 지구의 날을 기념한 한국어 스토리 타임 행사를 성...

일자: 2023.04.16 / 조회수: 554

물려줄 게 집뿐인데, 리빙 트러스트 꼭 필요할까? (1)

얼마 전 늦은 밤 한 대학 선배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유산상속도 하냐고? 내용인즉 이랬다. 아는 언니가 며칠 뒤 한국으로 출국하는데 그 전에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목적은 2가지인데, 하나는 죽고 나서 ‘프로베이트(probate, 법원 공증...

일자: 2023.04.16 / 조회수: 36

11살 다솔이의 그림일기

내 마음의 한 부분(A Piece of My Heart) 요즘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분노와 슬픔, 이 감정들이 저에게 어떤 느낌인지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슬프고 화가 나지만, 괜찮습니다. 이 감정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이 감정이 어떤 것인...

일자: 2023.04.11 / 조회수: 130

4월 추천 詩

그 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1941~)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