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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늦은 밤 한 대학 선배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유산상속도 하냐고? 내용인즉 이랬다. 아는 언니가 며칠 뒤 한국으로 출국하는데 그 전에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목적은 2가지인데, 하나는 죽고 나서 ‘프로베이트(probate, 법원 공증)’없이 아들이 집을 바로 물려받을 수 있고, 또 하나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

이튿날 만나 집 외에 재산이 더 있는지 물었더니 다른 것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굳이 힘들게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지 않고 ‘TOD 증서(deed)’를 작성하실 것을 권해드렸다.

‘Transfer on Death’의 줄임말인 TOD 증서는 집 소유주가 죽고 나서 프로베이트 과정 없이 바로 집에 대한 소유권이 지정된 수혜자(beneficiary)에게 넘어가도록 하는 증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 시행됐기 때문에 유산상속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라 하더라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 전국에서는 26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TOD 증서를 도입한 이유는 리빙 트러스트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산상속에 있어 리빙 트러스트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지만 ‘트러스트(trust, 신탁)’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리빙 트러스트의 복잡한 조항을 둘러싸고 재산을 물려받을 ‘수혜자(Beneficiary)’와 집행 권한을 위임받은 ‘신탁관리자(Trustee)’ 사이의 법정 다툼이 적지 않다.

설립자가 살아 있다면 이런 분쟁을 막아주겠지만, 설립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리빙 트러스트는 설립자가 죽고 난 뒤에야 ‘일하기(work)’ 때문이다. 이때쯤에는 리빙 트러스트의 복잡한 조항을 작성한 변호사마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리고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듯, 설정자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탁관리자가 딴마음을 먹을 이유로는 충분하다. 프로베이트 과정 없이 신속하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만든 리빙 트러스트를 둘러싸고, 신탁관리자와 수혜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진다면 설립자는 저세상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지 않을까? 

 

TOD 증서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처럼 리빙 트러스트를 둘러싼 다툼을 방지하고 줄이기 위한 데도 있지만, 실제로 리빙 트러스트 설정자의 80~90%는 집 외에 별다른 재산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TOD 증서는 단독주택이나 콘도, 타운하우스, 4유닛 이하의 아파트 등에 적용된다. 따라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재산이 집이 대부분이라면 굳이 복잡하게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 외 은행 예금이나 보험, 연금, 자동차 등의 재산은 간단하게 소유주 사망 시에 수혜자에게 소유권이 바로 넘어가도록 하는 ‘POD (Payable on Death)’나 ‘TOD (Transfer on Death)’ 서류를 작성해두기만 하면 프로베이트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 생명보험 가입 시 수혜자를 지정해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2023년 기준 개인 1,292만 달러, 부부 2,384만 달러까지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세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TOD 증서는 복잡하지도 않아 몇 시간이면 작성할 수 있고, 만들어진 증서를 카운티 등기국에 가서 등록(recording)만 된다. 그렇기에 작성해주는 변호사 비용도 리빙 트러스트보다 저렴하다. 생전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무엇보다 이런 장점을 갖고서도 리빙 트러스트와 동일하게 사망 시 법원 프로베이트 절차 없이 소유권이 바로 이전되고, 비싼 변호사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은 TOD 증서의 최대 장점이라 하겠다. 

만약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재산이 주택이 전부라면, 복잡하고 어려운 리빙 트러스트보다 TOD 증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문의: 213-700-3159  

 


<필자 소개>

정대용 변호사는 고려대 사회학과와 Abraham Lincoln 로스쿨을 나왔으며, 한국의 매일경제와 미주한국일보(LA)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마케팅회사에서 현대자동차/제네시스 등을 홍보했으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교통사고/레몬법 변호사/유산상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Jungdy1821@gmail.com  

▶문의: 213-700-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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