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do it, there's nothing to it.
I can do it by myself!
-Barney
제 남편 이야기입니다. 좋게 말하면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마음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성취하는 사람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뭐든 하다가 멈추는 법이 없고 꼭 무리를 하기 때문에 온몸이 산화되어 날아갈 지경입니다.
저희 차가 마일리지도 높고 오래되기도 해서 문제가 조금씩 생기던 때의 일입니다. 특정 부품이 문제인 것 같다는 의심 아래 며칠 유튜브를 들여다보더니 그걸 자기가 고쳐보겠다고 말합니다.
최근에 자잘한 잔고장도 스스로 고치기 시작해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중이라 본인이 하겠다고 하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하루 날을 잡아서 작은 차고에서 차를 고치기 시작합니다.
차 정비소에서 네 시간 걸리는 작업이라 했다고, 이 차는 엔진이 이상한 위치로 들어가 있어 어렵긴 하다는데 자기 대학 때 첫 자동차도 그렇게 스스로 고치곤 했다면서 자신은 최대 세 시간이면 충분할 거라고 큰소리치며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차고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흘러갑니다.
세 시간째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사람에게 물 좀 갖다주고. 다섯 시간째 끌고 올라와 뭘 좀 챙겨서 먹이고. 저도 아이들 스케줄로 바쁜 하루라 바쁘게 다녔습니다. 여섯 시간 째부터 저도 내려가서 라이트도 비춰주고 같이 있어 줬습니다.
차는 이미 엔진까지 모두 해체되어 있는 상태. 앞쪽 부품은 쉽게 교체했는데 뒤쪽이 문제라 어찌어찌 다 해체해서 뒤쪽을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부품 하나가 깊이 박혀서 나오질 않습니다.
지치고 지친 상태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는 다 해체되어 있는데 이미 밤은 깊었고, 내일로 일을 미루자니 아파트 차고가 작아서 차를 반쯤 빼놓고 작업한 터라 문을 닫으려면 차를 밀어 넣어야 하는데 기어조차 안 움직이는 상태. 초보자가 너무 높은 난이도에 도전했으니 대충 재조립한 후 AAA에 연락해서 정비소에 맡기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뭔가 해체해놓고 다시 조립하려면 너무 어려운 거! 우리 이러다가 폐차하는 거 아니냐고 이게 정크지 차냐 농담 몇 마디 주고받으며 저는 집으로 올라왔는데 이 사람은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아 간절히 기도했다고 합니다. 주여 기적을 베푸시사 차 폐차 안 하게 해주소서. 하여간 남편은 해체된 차를 다시 조립합니다. 순차적으로 나사 하나하나 다시 조이고 연결하고, 기억을 더듬어 더듬더듬. 열 시간째 드디어 재조립 성공!! 완전 할렐루야, 주여 감사합니다 순간이었습니다.
데리고 올라와서 기름때 묻은 팔과 손, 얼굴을 오일과 디쉬솝으로 닦아주고 욕조에 물 담아 몸 담그게 해서 솔로 손톱 밑 기름 때 벗겨줬습니다. 역시나 이 큰 아들내미가 제일 말썽입니다. 아이들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걱정거리를 더 많이 만듭니다. 초보자가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한 차를 어디 무서워서 타겠나요? 주말 동안은 세워 놓았다가 월요일에 정비소에 맡기자고 했는데 바쁜 일정에 그 차를 그대로 끌고 나갑니다. 반전은 차 엔진소리가 굉장히 부드러워졌습니다. 부품을 반만 교체했는데도 말입니다.
더 재밌는 것은 차 수리 실패 후 매우 겸손해진 남편이 평소라면 스스로 했을 엔진오일 교환을 하러 나갔는데 거기 만난 사람과 그날의 해프닝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자기도 그 차의 그 부품을 교체해 봤는데 그건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다면서 자기가 따로 시간을 내서 개인적으로 고쳐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혼자 할 수 있다고 자랑하며 돈 절약을 하려다가 더 큰 수리비를 떠안을 뻔 했는데 오히려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게 된 것입니다.
유투브만 열어봐도 DIY를 외치며 너 스스로 홀로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세상입니다. 남이 하는 것을 보면 나도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며 나도 겸손히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DIY도 좋지만 함께 더불어 기대어 가는 세상이 더 풍성한 삶 아닐까요?
임희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졸업.
음악치료 과정 수료.
현재 벨플라워 가나안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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