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 밝힌 1100만 명의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에게 8년간의 일정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2021 미국 시민권법안’(US Citizenship Act of 2021)이 구체화되고 있다. 멕시코 이민자 가정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10명이 하원에 공식 법안을 상정했다. 여기에는 현재 진행 중인 ‘불체 학생 구제안’인 DACA의 혜택을 더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미국은 레이건 이후 또 한차례 불체자 대 사면을 단행하게 된다. 레이건은 1986년 11월 6일 3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체자를 사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상원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60명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지만 공화당의 반발이 심해 표 확보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8년 걸쳐 1,100만명 불체자에 시민권
2021년 1월 현재 미국 거주자
세금 내고 범죄 없으면 영주권 후 귀화
민주당 사면안 골자
린다 산체스 연방하원의원(캘리포니아·민주당)과 밥 메넨데스(뉴저지·민주당)를 비롯해 10명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총 353페이지에 달하는 ‘미국 시민권법안’을 지난 11일 선보였다.
이 법안은 크게 2개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66페이지 요약본에 따르면 ①임시 보호 신분(TPS) 소지자와 어려서 미국에 온 불법체류자에게 우선 영주권을 준 다음 3년이 지나면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②기타 자격을 갖춘 불법체류자에게는 잠정 추방 유예와 함께 노동 허가를 준 후 8년간에 걸친 시민권 과정을 허용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선 미국에서 2021년 1월 1일 현재 합법적인 신분 없이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들은 5년 동안 임시 체류 신분 또는 노동 허가를 받는다. 이를 위해 범죄 기록 등 신원 조회를 통과해야 하고 세금 보고를 하는 등의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일단 5년간의 과정을 거치면 영주권을 부여하고 3년후에 시민권을 신청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수백만 명의 불체자들이 IRS의 납세자 번호(Taxpayer Identification Number)를 이용해 세금 보고를 하면서 소셜 시큐리티 및 메디케어 택스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없어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세금은 내는데 신분이 안돼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현재 DACA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불체 학생들은 훨씬 빨리 시민권을 받도록 한다.
이번 사면 조치 대상자는 2021년 1월 1일 이전에 미국에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며 트럼프 행정부 때 추방됐더라도 추방 전 최소 3년동안 미국에 있었음을 증명하면 인도적 예외가 인정돼 사면안에 포함되도록 했다.
상원 필리버스터 통과 난제
이 포괄적 개혁안이 민주당 다수의 하원을 통과한다고 해도 원안대로 상원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50대 50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는 상원에 상정되려면 현행법상 민주당 50명의 전원 찬성과 공화당 최소 10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소수당의 법안 상정 저지 방안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고 상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상원 본회의에 상정만 된다면 무사히 상원을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공화당을 설득할 만한 국경 강화 등 방안이 첨부되거나 개별 법안으로 쪼개져 상정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타 예산안에 묶어 공화당 표를 확보하는 정치적 전략도 가능할 것을 보인다.
이에 따라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주도의 사면안보다는 공화당 주도의 조정안을 협의해 의회의 벽을 넘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면안이 백악관의 기대와는 달리 올해 안에 의회의 비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을 보인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 특히 하원 국토 안보위원회의 존 케코(공화·뉴욕) 하원의원은 법안 자체가 하원 토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징적 표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격하했다.
법안에 실린 국경 경비안 강화안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하원에서 요구해 온 전략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결국 국경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은 아니라고 그는 반박했다.
하지만 법안을 마련한 메넨데스 의원은 “도 아니면 모식의 법안은 아니다”라면서도 “1,100만 명 대신 200만 불체자 구제안부터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해 양당의 입장을 어우르는 합의안 도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합법 이민 대폭 확대
이번 상정안의 또다른 골자는 합법 이민 확대다. 현재 배정된 국가당 가족 및 취업 이민 비자를 늘리고 사용하지 않은 비자를 재 배정해 나눠준다는 것이다. 또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가족의 영주권을 각국 배정 쿼터에서 제외시켜 이민 적체를 해소한다.
특히 취업비자 연간 할당량을 14만개에서 17만개로 늘리고 연간 추첨 비자를 5만5,000에서 8만개로 확대한다. 또 지역 경제 개발에 일조하는 이민자들에게 제공하는 비자 프로그램에 1만개를 추가 배정한다.
과거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농장 노동자는 곧바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완전한 신분 조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혁안에는 중미 국가 범죄 예방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중미로부터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이민 행렬의 주요 원인은 중미 국가의 범죄, 부패, 빈곤으로 비롯됐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는 바이든 행정부에 2022~2025년 연간 1조 달러를 배당해 중미 국가의 범죄, 부패, 빈곤 퇴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으로 오려는 중미 불체 행렬을 막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연방정부가 위기의 어린이를 포함해 중미 라틴계 이민자들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난민 처리 센터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경 강화 방안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주로 불법 입국자 처리에 중점을 둔다. 국토 안보부에 ‘스마트’국경 보안 방안을 지시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책정한다. 국경 입국 관리소에서 난민 신청자를 접수하고 불법 마약 밀수를 근절하는 인프라도 확대한다.
특히 국토 안보부는 이민 행렬을 저지하기 위해 실시돼 온 부모와 자녀의 분리 수용 정책을 금지시켜 미성년 이민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새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있다.
또 경찰이나 수사 당국을 돕는 중범 피해자를 위해 3만 개의 비자를 할당하고 미국 난민 신청을 하는 망명 시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현행법을 폐지한다.
영주권 신청 도중 21세를 넘었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에이지 아웃도’폐지한다. 또 과거 불법체류 기록에 따라 3년 또는 10년간 미국 재입국을 금지시키는 규정도 없앤다.
범죄자 규정도 완화돼 거센 반발 예상
국경 경비 조치 미흡으로 보수 진영 반발 클 듯
미국내 불체 인구 1,050만명
미국에 얼마나 많은 불법체류자가 살고 있을 까. 권위 있는 조사 기구 ‘퓨 리서치 센터’가 2017년 미국 인구 센서스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미국내 불체 인구는 약 1,050만 명이다. 또 외국 태생으로 시민권을 받은 미국인은 3,500만명이고 1,230만 명은 영주권자, 220만 명은 임시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불법 체류자들의 60%는 미국에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의 미국 태생 자녀도 4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이들이 미국 노동 인구에 차지하는 비율은 5%다.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나면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자동 미국 시민권자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불체자 10명중 4명은 월경 입국자가 아니라면서 이들은 학생 비자 또는 취업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거나 내전 등을 피해 자국을 도망 쳐 나온 이주민들이라고 보도했다.
DACA 프로그램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미성년자 추방 유예)는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불법체류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된다. 우리는 이들을 ‘드리머’(Dreamer)라고 부른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2021년 1월 1일 현재 합법 신분 없이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다. 다만 절차를 간소화해 3년 후면 시민권 신청을 가능하게 했다. 버락 오바마는 2014년 이와 유사한 DAPA(Deferred Action for Parents of Americans and Lawful Permanent Residents)를 시행한 바 있었다. 미국 시민권 또는 합법 영주권자 자녀를 둔 불법체류자 부모는 추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7년 행정명령 13768을 통해 DACA는 유지하되 DAPA는 폐지해 버렸다.
바이든 이민 개혁 대상자는
불법체류자·DACA 드리머·임시 보호 신분 소지자·농장 근로자·고아, 미망인, 어린이·2차대전 당시 미국 편에 서서 싸웠던 필리핀계 참전용사·미국 가족 초청 이민자 자격으로 미국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는 사람·망명 신청자(망명 신청 1년 기한 조항을 삭제시키려 함)·U비자, T 비자, VAWA 비자 신청자·미군에 조력한 외국 국적자가 바이든 이민 개혁 대상이다.
다카 청소년, 3년후 시민권 급행 가능
미국 불법체류 전력자 3년·10년 재입국 금지도 폐지
과거 이민 개혁 노력
과거에도 수차례 이민 개혁이 논의됐지만 번번히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에서 마지막을 이민 개혁법이 의회를 통과한 것은 1990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이었다. 그 후 이렇다할 이민 정책이 마련되지 못했고 이로 이해 불체 이민자들이 남부 국경을 통해 봇물처럼 미국으로 들어왔다.
이민 행렬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불법 월경 단속에 대한 요구가 보수진영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미국내 합법 근로 인력 부족과 난민 가족에 대한 문제 역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사회 문제로 대두돼 왔다.
30년 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계속됐지만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만족할 만한 법은 나오지 못하고 진통만 이어가는 형국이 돼 버렸다.
2001년과 2006년, 2007년, 2013년 불체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대신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이민단속을 강화하는 절충안이 상정됐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들 법안에는 미국 임시 노동자수를 늘리고 망명신청을 담당하는 인력 충원, 고급 노동인력 확충, 가족 이민 제한,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불법 이민자 보호 등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나마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2006년과 절충안이 상하원에서 부결됐고 2007년에는 상원의 벽에 막혀 주저 앉았다.
2013년 오바마가 이민개혁안을 마련해 상원에서 68대 32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지만 당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 특히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반대로 하원 표결도 못해보고 역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4년 동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행정 명령을 통해 국경 장벽등 다양한 반 이민 정책을 강행해 왔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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