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화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커뮤니티 헬스워커
많은 사람들이 “나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이미 쌓여 있는 긴장이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큰 사고나 극단적인 사건에서만 생기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실제 스트레스는 훨씬 더 조용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 자녀의 진로에 대한 고민, 경제적 부담, 은퇴 후의 변화에 대한 불안 같은 일들이 모두 우리 몸과 마음에 부담을 준다.
스트레스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외부의 요구가 자신의 대처 능력을 넘어설 때 나타나는 긴장 반응이다. 흥미로운 점은 긍정적인 변화에서도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여행, 결혼, 이사, 승진처럼 기대되는 일도 우리에게 적응을 요구한다. 변화는 그 자체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풀리지 않을 때다. 긴장이 지속되면 사고는 부정적으로 기울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진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두통, 근육 긴장, 소화 불량, 만성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감정은 쉽게 소진되고, 행동적으로는 과식이나 음주, 회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네 가지 반응을 보인다. 투쟁, 도피, 동결, 순응 반응이다. 누군가는 분노로 맞서고, 누군가는 자리를 피하며, 누군가는 순간적으로 굳어버리고, 또 누군가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과도하게 맞춘다. 이 반응들은 모두 생존을 위한 본능이지만, 지나치게 반복되거나 과도해지는 경우 관계와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한국 문화권에서는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참고 견디는 태도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힘들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고, “괜찮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을 눌러두는 것이 해결은 아니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결국 신체적·정신적 증상으로 나타나기 쉽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우리는 다루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에서 말하는 생각-감정-행동의 연결 구조는 중요한 통찰을 준다. 같은 상황이라도 해석을 조정하면 감정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무시당했다”는 단정 대신 “이번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생각을 전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경계선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 책임감은 아니다. “지금은 어렵다”고 말하는 용기가 자신을 보호한다. 또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타인의 감정이나 사회 전반의 문제까지 짊어질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10분 산책, 따뜻한 차 한 잔, 가벼운 스트레칭 같은 작은 루틴이 신경계를 안정시킨다. 하루에 꼭 해야 할 세 가지를 정해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완벽을 목표로 하기보다 균형을 목표로 삼는 태도가 필요하다.
과거의 실수에 머무는 것도 스트레스를 키운다. 이미 지나간 장면을 반복 재생하는 것은 현재의 에너지를 소모할 뿐이다. 그때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회복탄력성이다. 스트레스를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균형을 찾는 힘이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운동 같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그 토대가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을 찾는 사고의 전환은 회복을 빠르게 한다.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최근 마음이 무거웠다면 나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셀프케어를 떠올려보는 것이 좋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하루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오늘도 잘했다. 수고했다. 그 인정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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