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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추천 詩

wellbeing 2023.02.12 19:09 Views : 31

이달의 시.jpg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1929~)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해설>

시인이 그리는 풍경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리다. 산다는 게 뭘까? 부부의 연은 또 무엇일까?

“서로 모르는 사이가 /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책하는 목소리에 담아 우리를 나무랍니다.

거창하게 인생이니, 철학이니, 종교니 하며 마치 삶의 본질이 거기에 있기나 한 것처럼 핏대를 올리는 당신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고.

진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아내와 나 사이’의 거리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서로 부부인 줄 아는 동안만이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더 주는 날이 되길 바라며.

 


추천작가

이정아(본명 임정아)

-서울 경기여자 중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가정대      

-1985년 미국 이민                         -1997년 한국 수필 등단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 심사위원(2008~2012)

-재미수필문학가 협회장 및 이사장(2009~2012)  

-현 국제펜한국본부 미서부 지역회 부회장(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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