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마치고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안면이 있는 J 여사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식사 약속이 있어 오는 줄 알고 인사했더니 일하러 왔단다.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고 콩나물을 다듬기 시작한다. 식탁 정리하고 식재료 손질하는 일을 하루에 4시간씩 하고 있단다. 신선했다. “당당해서 보기 좋아요” 했더니 내 손을 잡고 무척 고마워한다.
만나는 이마다 “뭐 하는 짓이냐?” 하기도 하고 측은한 눈빛으로 보기도 해서 민망하고 기분도 안 좋았는데 그리 말해주니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 같다며 좋아한다.
식사 마친 후 둘러앉아 함께 콩나물을 다듬었다. 아귀찜에 넣을 거라며 대가리와 꼬리를 다 떼어야 한단다. 집에서도 안 해본 짓이 처음엔 재미있었으나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허리도 아프고 힘에 부쳤다. 콩나물 다듬기도 어려운 저질 체력의 나는 칠십 넘은 J 여사의 건강이 부러웠다.
한의대 교수였던 남편이 소천했지만 생계가 어렵지도 않고 든든한 아들들이 지원하고 있는 그녀는 돈 때문에 일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던 터여서 이해했다. 집에서 TV 보고 뒹구는 것보다 사람도 구경하고 재미있어서 일하는 게 즐겁단다.
소설가 Y 선생님은 60세 넘어 늦은 취업을 하시고 15년 넘게 일하시다 얼마 전 은퇴하셨다. 인생 이모작을 마치신 셈인데 아직도 활력이 넘치셔서 삼모작도 가능해 보인다. 늦게 은퇴할수록 건강하다는 게 맞는 말인가 보다. 나보다도 젊어 보이신다.
서울의 강남에서 서점을 하던 친구는 서점 문을 닫은 후 5년 동안 소설집 네 권을 냈다. 서점 경기가 나빠 폐업하더니 종이책을 낸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인생의 갈피엔 늘 이중성이 있기 마련이 아닌가? 지금도 부지런히 글을 쓴다. 문학상도 받고 소설가로서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젊어서는 생계를 위해 해야만 했기에 몰랐던 일의 즐거움. 이모작을 통해 행복해하는 이들의 삶을 자주 본다. 인생 2막을 교육하는 라이프 코치로 활동 중인 한국의 수필가 L 선생도 부럽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이미 이모작 한 후 남들에게 이모작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어떤 이는 머리를 쓰고 때론 몸을 쓰며 직업에 종사한다. 무슨 종류의 일이거나 애쓰고 수고하는 일은 귀하다. 펜을 굴려도 노동이요 몸을 굴려도 노동이니 일하는 종류가 다를 뿐이지 종사하는 사람의 인격이 다른 건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이는 사농공상의 틀에 묶인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의 구절처럼 밥을 위한 생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밥이 우선순위가 아닌 시니어들에게 일거리가 있다는 건 덤이자 축복이다. 노년의 일자리는 단순한 것이 좋으리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건 게으름이 아닐까?
베이비 부머 세대가 퇴직하는 2020년경부터 서방 경제는 고령화 충격으로 근본부터 흔들릴 것인데 그 강도가 리히터 지진계로 치면 9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사회학자들은 경고했다. 그리고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시니어 인구가 지금의 세 배로 늘어나 무려 19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당면한 일이 되었다.
인생의 이모작은 최우선이 건강이다. 건강이 있어야만 이모작이 이루어지고, 질 좋은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아프다며 사무실 일도 안 시키는 남편에게 야구 연습장의 코인이라도 팔겠다고 사정해야겠다. 이모작이 어려우면 1.5 모작이라도 해야 덜 억울할 100세 시대이기에.
이정아(본명:임정아)
- 경기여중고,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1991 교민백일장 장원
-1997년 한국수필 등단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사장 역임
-피오 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 후원 회장 역임.
- 선집『아버지의 귤나무』외 수필집 다수
- 조경희 문학상외 다수
- 한국일보 (미주) 문예공모전 심사위원
- 한국일보 칼럼 집필(1998년~2012년)
현재 중앙일보 미주판 칼럼(이 아침에)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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