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enu

구독신청: 323-620-6717

부러운 이모작

wellbeing 2023.10.23 22:18 Views : 33

이정아 수필.jpg

 

 

 

운동을 마치고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안면이 있는 J 여사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식사 약속이 있어 오는 줄 알고 인사했더니 일하러 왔단다.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고 콩나물을 다듬기 시작한다. 식탁 정리하고 식재료 손질하는 일을 하루에 4시간씩 하고 있단다. 신선했다. “당당해서 보기 좋아요” 했더니 내 손을 잡고 무척 고마워한다.

만나는 이마다 “뭐 하는 짓이냐?” 하기도 하고 측은한 눈빛으로 보기도 해서 민망하고 기분도 안 좋았는데 그리 말해주니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 같다며 좋아한다.

식사 마친 후 둘러앉아 함께 콩나물을 다듬었다. 아귀찜에 넣을 거라며 대가리와 꼬리를 다 떼어야 한단다. 집에서도 안 해본 짓이 처음엔 재미있었으나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허리도 아프고 힘에 부쳤다. 콩나물 다듬기도 어려운 저질 체력의 나는 칠십 넘은 J 여사의 건강이 부러웠다.

 

한의대 교수였던 남편이 소천했지만 생계가 어렵지도 않고 든든한 아들들이 지원하고 있는 그녀는 돈 때문에 일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던 터여서 이해했다. 집에서 TV 보고 뒹구는 것보다 사람도 구경하고 재미있어서 일하는 게 즐겁단다.

소설가 Y 선생님은 60세 넘어 늦은 취업을 하시고 15년 넘게 일하시다 얼마 전 은퇴하셨다. 인생 이모작을 마치신 셈인데 아직도 활력이 넘치셔서 삼모작도 가능해 보인다. 늦게 은퇴할수록 건강하다는 게 맞는 말인가 보다. 나보다도 젊어 보이신다.

서울의 강남에서 서점을 하던 친구는 서점 문을 닫은 후 5년 동안 소설집 네 권을 냈다. 서점 경기가 나빠 폐업하더니 종이책을 낸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인생의 갈피엔 늘 이중성이 있기 마련이 아닌가? 지금도 부지런히 글을 쓴다. 문학상도 받고 소설가로서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젊어서는 생계를 위해 해야만 했기에 몰랐던 일의 즐거움. 이모작을 통해 행복해하는 이들의 삶을 자주 본다. 인생 2막을 교육하는 라이프 코치로 활동 중인 한국의 수필가 L 선생도 부럽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이미 이모작 한 후 남들에게 이모작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어떤 이는 머리를 쓰고 때론 몸을 쓰며 직업에 종사한다. 무슨 종류의 일이거나 애쓰고 수고하는 일은 귀하다. 펜을 굴려도 노동이요 몸을 굴려도 노동이니 일하는 종류가 다를 뿐이지 종사하는 사람의 인격이 다른 건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이는 사농공상의 틀에 묶인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의 구절처럼 밥을 위한 생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밥이 우선순위가 아닌 시니어들에게 일거리가 있다는 건 덤이자 축복이다. 노년의 일자리는 단순한 것이 좋으리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건 게으름이 아닐까?

베이비 부머 세대가 퇴직하는 2020년경부터 서방 경제는 고령화 충격으로 근본부터 흔들릴 것인데 그 강도가 리히터 지진계로 치면 9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사회학자들은 경고했다. 그리고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시니어 인구가 지금의 세 배로 늘어나 무려 19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당면한 일이 되었다. 

인생의 이모작은 최우선이 건강이다. 건강이 있어야만 이모작이 이루어지고, 질 좋은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아프다며 사무실 일도 안 시키는 남편에게 야구 연습장의 코인이라도 팔겠다고 사정해야겠다. 이모작이 어려우면 1.5 모작이라도 해야 덜 억울할 100세 시대이기에.

 


 

이정아(본명:임정아)

- 경기여중고,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1991 교민백일장 장원

-1997년 한국수필 등단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사장 역임

-피오 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 후원 회장 역임.

- 선집『아버지의 귤나무』외 수필집 다수

- 조경희 문학상외 다수

- 한국일보 (미주) 문예공모전 심사위원

- 한국일보 칼럼 집필(1998년~2012년)

현재 중앙일보 미주판 칼럼(이 아침에) 집필

일자: 2023.11.15 / 조회수: 31

11월 추천 詩

추천사 서정주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

일자: 2023.11.14 / 조회수: 3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단골 옷가게의 사장인 S 씨가 결혼을 한다. 그녀의 신랑감과 밥을 함께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대화가 궁했다. 잘 모르는 사이에 공통화제도 없으니 어색했다. 한국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향과 족보에 대해 몇 마디 말을 하다가, 뜻밖의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신랑의 누이가 내가 ...

일자: 2023.11.12 / 조회수: 26

다솔이의 그림일기

그 날… (One day in Korea) 몇 년 전 일인데도 아직도 그 날을 선명하게 기억해요. 나는 태양이 수평선을 가로질러 빛나던 순간, 약간의 바람이 내 뺨에 스치던 순간, 그리고 그 바람에 따라 나뭇잎이 움직이던 순간을 기억해요. 더운 날이었어요.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시...

일자: 2023.11.08 / 조회수: 42

전쟁 중에는 자라지 않는 올리브 나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사망자는 계속 늘어가고 지역 정세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누군가는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흐리멍덩한 전후 처리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테고, 누군가는 이스라엘이 기원전 10세기부터 그 땅의 주인이라고...

일자: 2023.11.07 / 조회수: 46

“간과 위 건강의 모든 것 알려드립니다”

11월 8일 오전 10시 이웃케어 클리닉 시더스-사이나이 양주동 교수 세미나 주요 장기 중 하나인 간과 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문의 세미나가 열린다. 이웃케어클리닉(Kheir·소장 에린 박)과 시더스-사이나이 암센터 아웃리치팀은 오는 11월 8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

일자: 2023.11.07 / 조회수: 55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32)

Gastroenterology: 소화기내과 식도, 위, 소장, 대장 질환과 간 질환, 췌장 및 담도(담낭) 질환 등 각종 소화기 질환에 대해 전문적인 진료 및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Cardiology: 순환기내과 심장내과라고도 하며, 심장 및 혈관에 관계된 질환 모두를 아울러 진료하는 특성화된 ...

일자: 2023.11.04 / 조회수: 37

샌디에이고 미술관서 4개월간‘생의 찬미전’개최

19~20세기 초 한국 회화 등 34명 총 50점 전시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샌디에이고미술관(관장 Roxana Velásquez),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장호)과 공동으로 10월 28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4개월간 샌디에이고미술관(SDMA) 1층 제1~...

일자: 2023.11.04 / 조회수: 58

“클럽 가입하면 다양한 리워드 제공” 한국 가수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

페창가 리조트 애나 트랜 VIP 및 아시안 커뮤니티 담당 매니저(오른쪽)과 한인 이그제큐티브 호스트인 세실리아 바다벙컬씨가 페창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페창가 애나 트랜 매니저 인터뷰 페창가 카지노 리조트가 한인 사회 고객 유치를 위한 홍보전에 나섰다. 지난달 초 열렸...

일자: 2023.11.04 / 조회수: 28

LA카운티 정신건강국 홍보행사

LA 카운티 정신건강국(DMH)은 지난달 12~15일 한인축제에 참여해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행사를 가졌다. 최영화 프로모터는“종교단체, 기관, 학교, 회사 등 5인 이상 모인 곳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찾아가는 웍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d...

일자: 2023.11.04 / 조회수: 27

서울 메디칼 그룹‘커뮤니티 건강 엑스포’성황

서울메디칼 그룹이 지난달 7일 한인타운에서 개최한‘커뮤니티 건강엑스포’이 5시간동안 성황리에 개최됐다. 정준 내과 등 의료진, 5시간 동안 1대 1일 상담 한인사회 최대규모인 서울 메디칼그룹의 ‘커뮤니티 건강 엑스포’가 지난달 지난달 7일 LA 한인타...

일자: 2023.10.23 / 조회수: 72

불법 주차된 차와 사고 나면 누구 잘못일까?

교통사고 났을 때 제일 궁금한 것이 누구 잘못이냐는 것이다. 과실 여부에 따라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결정되고, 보험료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에서 앞차를 받는 추돌사고(rear-end)나 비보호좌회전의 경우 과실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다. 추돌사고에서는 대부분 뒤차 잘...

일자: 2023.10.23 / 조회수: 34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료 영단어(31)

Ductal Carcinoma In Situ (DCIS): 유관 상피내암 전 암 상태, 또는 유방암 0기라고 한다. 유방관에서 발병하며 암이 원 부위의 경계를 넘어 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In situ는 라틴어로 ‘원 자리에’라는 뜻이다. Invasive Breast Cancer (IDC/ILC): 침윤성 유방암 유...

일자: 2023.10.23 / 조회수: 33

부러운 이모작

운동을 마치고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안면이 있는 J 여사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식사 약속이 있어 오는 줄 알고 인사했더니 일하러 왔단다.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고 콩나물을 다듬기 시작한다. 식탁 정리하고 식재료 손질하는 일을 하루에 4시간씩 하고 있단다. 신선했다...

일자: 2023.10.13 / 조회수: 49

정동하·소향, 10월 28일 페창가 콘서트

10월 28일 오후 6시 한국 가수 정도하와 소향이 10월 28일 오후 6시 페창가 리조트 카지노에서 공연한다. 정동하는 대한민국 전설의 록 그룹 부활의 최장수 보컬 (9년)이자 ‘불후의 명곡’ 최다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3월부터 가수 소향과 ‘The Gr...

일자: 2023.10.10 / 조회수: 58

할로윈 으스스한 영어 단어 풀어보자

올해도 어김없이 할로윈이 다가온다.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사고 때문에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오랜 전통인 trick or treat이 어김없이 진행될 것이다. 미국에서도 할로윈에 실제로 각종 사건사고가 증가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할로윈에 폭력 범죄...

일자: 2023.10.10 / 조회수: 26

한글 시집‘지평선’출간 50주년 기념 세미나

10월 12일 오후 2시 LA 한국문화원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미주한인이민 120주년을 맞아 미주한국문인협회(이사장 이용우, 회장 오연희)와 공동으로 10월 12일 LA한국문화원 3층 아리홀에서 한글 시집 ‘지평선’출간 5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한다. ‘지평...

일자: 2023.10.06 / 조회수: 30

독특한 아이디어, 작품 구성 돋보여

리앤리 갤러리에서 열린 제 2회 시니어 공모전 시상식에서 작품을 출품한 시니어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아그네스 리관장. 출품작 전시회 성황리에 열려 리앤리 갤러리(아그네스 이 관장)이 주최한 제 2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 시상식이 9월 30일 리앤리 갤러리에서 열...

일자: 2023.10.06 / 조회수: 22

샌디에고 한국 문화의 날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9월 24일 오후 샌디에고 발보아 파크에서 ‘한국관’(House of Korea 관장 황정주)와 공동으로 ‘한국 문화의 날’(Lawn Program)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관 개관 2주년과 추석을 기념해 개최됐다. LA재미국...

일자: 2023.10.06 / 조회수: 31

남가주 한인미술가협회 정기 전시회 성황리에 마쳐

LA 한국문화원 68명 작가 참여 남가주 한인미술가 협회의 제54회 정기 전시회(The 54th Annual Exhibition of Korean Artists Association of Southern California)가 LA문화원에서 9월 29일까지 개최됐다.‘자연의 연민’을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68명의 소속작...

일자: 2023.10.01 / 조회수: 43

노인들

9월 추천 詩 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