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작이다(The beginning is the most important part of the work.)”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한국보다 좀 줄여서 “시작이 삼분의 일(Making the beginning is one third of the work.)”이라고 말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플라톤의 말대로라면 2023년의 가장 중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고 한국 속담으로 따지면 올해의 전반전이 이미 한창 진행 중이다. 새해를 맞아 시작과 관련된 영어 표현을 정리해 보고 계묘년에 맞춰 토끼와 관련된 관용구도 살펴보자.
시작과 관련된 흥미로운 표현은 turn over a new leaf이다. “새 출발을 하다, 마음을 고쳐먹다"로 번역할 수 있다. leaf는 나뭇잎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서는 책장을 뜻한다. 16세기 영어에서는 책장을 page보다는 leaf로 썼다고 한다. 즉 새로운 책장을 넘기듯이 심기일전해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이다. 나쁜 버릇을 버리고 앞으로는 환골탈퇴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Erin promises to turn over a new leaf if we give her one more chance. 에린은 우리가 그녀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준다면 새 출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out with the old (and) in with the new도 간단하고 재미있는 관용구다. 말 그대로 송구영신,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와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새술은 새 부대에"와도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다짐을 실행에 옮길 때 구호처럼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1월 이맘때쯤 가장 많이 들리고 새로운 사람이나 일이 등장할 때도 사용한다. With the new year comes. I’ll go to the gym everyday. Out with the old, in with the new! 나는 새해에 맞춰 헬스클럽에 매일 갈 거야. 낡은 버릇은 버리고 새롭게 할 거야!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 속담이 된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千里之行 始於足下)"는 영어로 “A journey of a thousand miles begins with a single step.”으로 번역한다. 미국에서도 꽤 알려진 표현이다. 천리를 따져보면 400km 정도 된다는데 영어 번역에서는 천리를 1000 miles로 썼다. 이는 1600km에 가깝다. 영어로 번역하면서 가는 길이 4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break new ground는 직역하면 새 땅을 깨다/파다 즉 첫 삽을 뜨다이겠지만 의미는 새로운 장을 열다, 신기원을 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로 해석 된다. 여태껏 보지 못한, 누구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경우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파생된 형용사가 groundbreaking(획기적인, 신기원을 이룬)이다. BTS continues to break new ground on Billboard Chart. 방탄소년단이 계속해 빌보드차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go/quit cold turkey도 잘 알려진 표현으로 술, 담배, 마약 등 나쁜 습관을 한 번에 완전히 끊는다는 의미다. 나쁜 습관을 단박에 물리치고 단호하게 계획을 실행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하필 “차가운 칠면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정확하지 않다. 19세기에 쓰던 표현 talk turkey가 솔직하게 터놓고 말한다는 뜻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talk cold turkey로 변형됐고 quit cold turkey는 뭔가를 단도직입적으로 중단한다는 의미로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계묘년을 맞았으니 토끼 관련 관용구도 살펴보자. 토끼가 번식을 빠르게 한다는 특징을 잡아 “breed like rabbits: 토끼처럼 번식한다”는 표현을 쓴다. 자식을 자주 많이 낳는 사람들을 가리켜 다소 비아냥거리는 슬랭이다. go down the rabbit hole은 무언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헤어져 나오기 힘든 곳에 빠져 허우적 된다, 탐닉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서 검색한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rabbit hole 자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 은유적 표현으로 이상하고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뜻한다.
한국 속담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한 마리도 못 잡는다”와 같은 표현도 있다. If You Chase Two Rabbits, You Will Not Catch Either One. 불어, 러시아, 일어 등 많은 언어에도 같은 속담이 있다고 한다. 욕심부리지 말고 하나에 집중하라는 교훈은 어디서나 통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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