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닻, 작은 행복들
“아가들아 잘 있었니?”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이 안부인사를 한다. 남편을 알아본 것들이 벌써 난리법석이다. 첨벙하고 튀어 오르고 기척을 향해 몰려든다. 금붕어가 꼬리를 심하게 흔들고 이끼 먹는 못난이 메기 두 마리도 벽을 타고 슬금슬금 다가온다. 미꾸라지들도 주인을 알아보고 세리머니를 하는 듯하다. 물고기도 생각 없이 사는 게 아닌 모양이다.
여행가방을 안에 들이지도 않고, 현관 앞 작은 연못을 들여다보며 남편은 먹이를 다 먹도록 기다린다. 붕어 밥 먹는 소리가 사람 못지않게 시끄럽다. 유난히 식사시간에 쩝쩝거리는 소리에 민감한 남편이다. 그런데 물고기의 입맛 다시는 소리엔 무척 관대하다. “그렇게 배가 고팠어?”하며 안쓰러워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친절하기가 한량없고 부드럽기가 배(梨) 속 같다. 내 기억으론 마누라인 내게도 그렇게까지 상냥했던 적은 없는 듯하다.
때맞춰 물풀을 넣어주고 연못청소도 지극정성으로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 물고기들은 튼실하다. 횟감용 금붕어라며 엽기적인 농담을 하는 나는 동물에 별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식물엔 취미가 있는가 하면 그도 아니다. 가끔 상추 잎을 따러 나가거나 토마토나 고추를 밥상에 올리긴 하나 텃밭 관리도 남편이 한다.
별스럽지도 않은 이러한 일상의 조각들이 우리 삶의 풍경을 이룰 뿐만 아니라 삶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애써 일을 만들지 않는다. 시원치 않은 몸을 핑계로 그저 무탈한 하루하루에 만족한다. 한마디로 함량 미달이며 게으르다.
오래전 영국의 BBC방송에서 ‘How to be Happy’라는 것을 제작했다. 그걸 엮은 것이 ’ 다큐멘터리. 행복’이라는 책이다. 전문가 6인의 위원회가 연구한 친구, 돈, 일, 가족, 건강, 애완동물, 휴가, 영성, 나이 들기 등 17가지 분야에 걸친 행복 지침서이다. 크고 의미 있는 일만 소중하게 여기지 말고, 사소한 일일망정 정성을 다하고 그것을 마음의 닻으로 삼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권한다. 예컨대 식물 기르기, TV 시청 줄이기, 낯선 사람에게 미소 짓기, 애완동물과 친하기 등만으로도 사람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펜데믹 동안 남편 대신 금붕어 먹이 주는 일과 텃밭의 일부를 맡아 건사했다. 늘 보아왔던 풍경으로 인해 내 안에도 일종의 귀속 감정이 생겼나 보다. 금붕어는 내게도 점프를 하며 반가워했다. 사람을 아는 머리가 아니라 먹이를 아는 거였다.
후레이크를 듬뿍 주며 나도 말을 걸었다. “붕어야 많이 먹어”. 주렁주렁 달린 한국 고추에게도 한마디 건넨다. “애썼다. 너도 이민 왔구나?”
새로 생긴 나만의 이 리츄얼(ritual)이 앞으로 나의 삶을 다독일 전망이다.
이정아(본명: 임정아)
경기여중고,이화여자대학교 졸업
1991년 교민백일장 장원
1997년 한국수필 등단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사장 역임
피오 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 후원 회장 역임.
선집『아버지의 귤나무』외 수필집 다수
조경희 문학상외 다수
한국일보 (미주) 문예공모전 심사위원
한국일보 칼럼 집필(1998년~2012년)
현재 중앙일보 미주판 칼럼(이 아침에) 집필
Comment 0
일자: 2025.04.20 / 조회수: 2 두 여자(女子) 노영임 온 삭신 쑤실 때는 목간통이 젤이여 젤 바쁠 것인디 뭘라고 이 먼 길을 왔다냐? 꽃무늬 면팬티 엉거주춤 벗다말고 한 손으로 거웃을, 한 팔로 젖가슴 가릴 때 쭈글쭈글 다 늙은 몸 누가 본다요? 눙치며 어머니 뱃살 주름자락 한 겹씩 때밀다말고 이 뱃속이 ... |
일자: 2025.04.17 / 조회수: 9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불릴 정도로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많이들 말한다. 그런데 건강 심리 전문가인 캘리 맥고나걸은 스트레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998년, 미국에서 3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스트레스가 건강에 ... |
일자: 2025.04.15 / 조회수: 15 올 들어 자동차 보험료가 올랐다는 문의가 많아졌다. 한 손님은 월 100달러 정도 올랐다며, 레몬법 클레임 때문에 보험료가 오른 것은 아닌지 물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레몬법과 자동차 보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히려 올 1월부터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 보험 최저 보상 한... |
일자: 2025.04.11 / 조회수: 44 마음의 닻, 작은 행복들 “아가들아 잘 있었니?”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이 안부인사를 한다. 남편을 알아본 것들이 벌써 난리법석이다. 첨벙하고 튀어 오르고 기척을 향해 몰려든다. 금붕어가 꼬리를 심하게 흔들고 이끼 먹는 못난이 메기 두 마리도 벽을 타고 슬금슬금... |
일자: 2025.04.06 / 조회수: 206 4월 28일 롱비치 엘도라도 골프 코스 예비역 자녀 장학금과 리더십 기금 마련 ‘한미재향군인 골프대회’가 4월 28일 롱비치에 위치한 엘도라도 골프코스에서 US메트로뉴스 후원으로 열린다. 재향군인회미남서부지회와 예비역기독군인회미남서부지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 |
일자: 2025.04.06 / 조회수: 40 주선희 씨가 기획하는‘지구의 날 55주년 기념’미술 전시회 유니스 김의‘물속 갈대’ 태그 갤러리서 4월 23~5월 16일 9명 작가의 작품으로 보는‘지구’ 한인타운 서쪽에 위치한 태그 갤러리에서 태동의 계절 4월을 맞아 색다른 전시회가 진행된다. 화가 주선희씨가 기획하는 지구의 날 55주년 기념 ‘환경전&rsq... |
일자: 2025.04.06 / 조회수: 38 OC 한미시민권자협회 문종철 신임회장이 서니 박 이임회장으로부터 시민권자협회 기를 전달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종철 씨 OC한미시민권자협회 16대 회장에 취임 차세대 산하 단체 C-2-C 60여 학생들 행사 진행 의미 더해 문종철 US이민생활정보센터 대표가 OC 한미 시민권... |
일자: 2025.04.06 / 조회수: 23 한인 최대 서울메디칼그룹 인수 이어 두 번째 “자본, 기술 지원으로 한인 의료 서비스 혁신 기대” 미국 의료서비스 혁신 기업인 어센드 파트너스(Ascend Partners, 어센드)가 한인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한미 메디칼 그룹을 인수했다. 2023년 한인사회 최대 메디컬 그... |
일자: 2025.03.26 / 조회수: 43 얼마 전 신문에 ‘토잉트럭 사기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됐다. 교통사고가 난 뒤 운전자가 당황하는 순간, 토잉 트럭을 몰고 와 도와주는 척하고 차를 견인한 뒤, 차를 볼모로 돈을 챙긴 후 돌려준다는 것이다. 일종의 신종 사기 수법이다. 만... |
일자: 2025.03.21 / 조회수: 45 봄의 따뜻한 포옹 (Spring’s Warm Embrace) 차가운 겨울바람이 따뜻하고 맑은 햇살로 변할 때, 저는 그 활기찬 에너지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부드러운 분홍색 꽃잎을 가진 목련은 이 계절을 상징하기에 완벽해요. 신선하고, 생기 넘치며, 새로운 가능성이 가득하거... |
일자: 2025.03.19 / 조회수: 46 따돌림(Bullying),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폭력 2월과 3월은 Black History Month와 Women’s History Month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따돌림(bullying)은 인종, 성별, 경제적 배경 등 다양한 차별을 반영하며, 직장과 학교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 내 따돌림을 겪... |
일자: 2025.03.19 / 조회수: 40 두 여자(女子) 노영임 온 삭신 쑤실 때는 목간통이 젤이여 젤 바쁠 것인디 뭘라고 이 먼 길을 왔다냐? 꽃무늬 면팬티 엉거주춤 벗다말고 한 손으로 거웃을, 한 팔로 젖가슴 가릴 때 쭈글쭈글 다 늙은 몸 누가 본다요? 눙치며 어머니 뱃살 주름자락 한 겹씩 때밀다말고 이 뱃속이 ... |
일자: 2025.03.17 / 조회수: 43 터줏대감 우리 속담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웃에 있는 사람이 멀리 있는 친척이나 친구보다 더욱 가깝다는 의미인데 요즈음엔 이 말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이웃이 더 이상 이웃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한국 뉴스를 보면 이웃끼리 층간소음이니 주차문제로 ... |
일자: 2025.03.09 / 조회수: 44 LA한국문화원은 외벽에 영화‘기생충’속 그림으로 유명한 지비지(ZiBEZI) 작가 작품가 그린 대형 벽화 작품‘유니티’를 설치했다. LA에 녹아드는 한국 문화를 독창적으로 나타내 한국과 미국 상호 이해와 교류, 소통과 유대감을 심화시킨다는 의미를 담는다... |
일자: 2025.03.04 / 조회수: 44 3월 13일‘항거: 유관순 이야기’부터 11월‘암살’까지 6편 3월 13일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로 상영회의 막을 올린다. 이 개막작은 3월1일 만세운동 그리고 3월 여성 역사의 달을 기념하여 선정됐다. 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고아성,... |
일자: 2025.03.04 / 조회수: 43 4.5 에이커 초대형 ‘더 코브’2월 24일부터 페창가 리조트 카지노가 봄방학을 앞둔 게스트들에게 희소식을 알렸다. 페창가의 4.5 에이커 규모 수영 단지인 ‘더 코브 (The Cove)’을 2월 24일부터 재개장한다. 더 코브는 국내에서 가장 큰 리조트/카지노 수... |
일자: 2025.03.04 / 조회수: 37 서울메디칼, 앤섬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최우수 그룹에 선정 전국 19개 최우수 의료 그룹 중 하나로 뽑혀 예방, 만성질환 관리, 약물 순응도 등 우수 평가 한인 사회 최대 규모의 의사 그룹인 서울메디칼그룹(SMG)가 보험사 앤섬블루크로스(앤섬)가 뽑은 전국 19개 우수 의료 서비스 그룹에 뽑혔다고 SMG가 밝혔다. 앤섬 보험은 앤섬보험과 ... |
일자: 2025.02.17 / 조회수: 50 한국의 작은 아름다움 (The Small Beauties of Korea) 겨울 방학 동안 떠난 한국 여행에서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름다운 풍경과 곳곳에 스며든 고요한 평온함이었어요. 동네를 돌아다니면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하는 익숙... |
일자: 2025.02.17 / 조회수: 58 Q: “혈뇨가 있는데 전립선암일까요?” 지난 주부터 혈뇨 증상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으나 괜찮아져서 병원에 가진 않았습니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소변이 마렵고, 소변을 볼 때도 잘 나오지 않거나 너무 가늘게 나옵니다. 잔뇨감도 있... |
일자: 2025.02.17 / 조회수: 49 山中問答(산중문답) 조지훈(1920~1968)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 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통소나 한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