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최근 캘리포니아 레몬법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전기차(EV)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이라고 말씀드렸다. 다음으로 많은 것이 벤츠, BMW, 폭스바겐(V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다. 돈깨나 있다는 사람 중에 독일차 싫어하는 사람 없겠지만,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 사람들의 독일차 사랑은 유별나다. 실제로 독일차의 성능이나 디자인은 일부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비길 차량이 없다.
그러나 이것도 이제 옛날이야기다. 자동차에 반도체나 IT 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독일차의 명성도 예전만 못하게 됐다.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독일 그러면 기술강국, 제조업 강국은 맞지만, IT 강국은 아닌 것이다. 독일의 IT 기술은 한국이나 미국의 그것보다 뒤떨어진다. 자체 생산 능력도 떨어지기에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일단 차를 생산해 파는 데는 그럭저럭 따라가지만, 고장이라도 나면 이때부터가 문제다. 딜러 직원들은 IT 지식이 부족해 수리는커녕, 진단조차 제대로 못한다. 2~3번 정도 대충 수리하다 네 번째 문제가 반복되면 그제야 본사에 부품 교환을 요청한다. 본사는 이때에야 외국 업체에 부품을 발주(back order)한다. 이렇게 딜러에서 부품 교환을 요청하고 본사에서 부품이 오는 데까지 빠르면 3달, 길게는 6달까지 걸린다(그 사이 ‘수리기간 30일 이상’이라는 레몬법 요건을 충족하고, 고객은 환불을 요구하게 된다).
독일차 레몬법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독일의 전기차 기술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를 전기차로 제한한다는 방침에 따라 독일차를 비롯한 외국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외국 업체들의 전기차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이 때문에 1년 또는 1만 마일이 지난 전기차에는 전기 계통에서 많은 고장이 발생한다. 특히 독일업체들은 배터리도 생산 능력도 없어 한국이나 중국에서 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를 수입하는 터라 수급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초 2023년형 벤츠 전기차 EQS 450을 리스한 S 손님은 한 달 만에 에어백 경고등이 들어오고, 썬루프가 제대로 닫히지 않는 문제로 딜러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 손님은 3월 말에 차를 맡겨 4달 이상의 수리했고, 그 사이 레몬법을 통해 환불받기로 했다.
또 다른 벤츠 손님 L도 지난해 11월 2023년형 벤츠 전기차 EQS 580를 구입했다 올해 5월부터 충전할 때 붉은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해 2번 수리한 뒤, 차를 반납하기로 했다.
BMW도 예외는 아니다. 손님 L은 지난 8월 말에 2024년형 전기차 ix xDrive50를 리스했다가 열흘 만에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2달 만에 4번 수리한 끝에 내비게이션 부품을 아예 교체하기로 했지만, 최대 6개월이 걸린다는 소식에 레몬법을 통해 반품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손님 A씨는 지난 6월 초에 2024년형 X7 M60i를 구입했다가 한 달 만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딜러로 견인했고, 약 20일 동안 수리한 끝에 차를 찾았지만, 열흘 만에 다시 엔진경고등이 켜져 레몬법으로 환불받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문제가 특정 부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차 전체가 불량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차나 영국차나 상상할 수 있던 현상이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자동차가 ‘기계(machine)’에서 ‘전자제품(electronics)’으로 진화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혹시 독일 자동차를 구매 또는 리스한 한인 가운데 잦은 고장으로 속 썩이는 분이 있다면 부지런히 딜러를 찾아 수리받고, 필요할 경우 레몬법으로 보상받으실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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