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유재일·CGI
중남미 청소년들의 꿈은 역시 메이저 리그 입성
운동 자질 뛰어난 흑인들은 농구와 풋볼
그동안 미국 사회를 지탱해준 힘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이 꿈을 쫓아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다. 이민자들이 미국을 선호한 절대적 요인이기도 했다. 최근들어 부의 집중, 빈부의 심한 격차로 아메리칸 드림은 사실상 없어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이 실존한다. 바로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다. 어린 시절 아프리카-아메리칸들의 출세와 신분 수직 상승은 래퍼와 스포츠 스타라고 한다. 중남미 청소년들의 꿈 역시 메이저리그다. 단숨에 일확천금을 벌어 들일 수 있는 무대다. 반면 흑인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MLB에 흑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이 배출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대릴 스트로베리(전 뉴욕 메츠)와 에릭 데이비스(전 신시내티 레즈) 등 명예의 전당급 슈퍼스타들이 나왔다. 요즘은 맥이 끊겼다. 운동 자질이 뛰어난 그들은 더 빠른 시간에 스타가 될 수 있는 농구와 풋볼을 선택한다. 야구는 마이너리그를 거쳐야 하는 고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풋볼은 시즌이 매우 짧다. 그러나 실력과 성적으로 이름을 알리면 돈벼락을 맞는다. 코치(감독)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와 NFL 감독의 연봉 차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크다. 대학 풋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성적이 유지되면 대학 풋볼 감독은 명예와 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수명도 길다.
인디애나주 브루밍턴에 소재한 인디애나 대학의 닉네임은 Hoosier다. Hoosier는 인디애나의 촌놈이라는 뜻이다. 영화로도 상영된(1985년) 바 있다. 명배우 진 해크먼이 주연으로 출연한 농구 영화다.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빅10 컨퍼런스의 인디애나는 농구 명문이다. 최근에는 레전드 보비 나이트 감독 이후 NCAA 토너먼트에서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이 1987년이다. 하지만 인디애나는 여전히 농구다. 인디애나는 NCAA 토너먼트에서 총 5차례 우승에 성공했다. 최다 챔피언은 UCLA로 11회, 그 뒤를 켄터키 8회, 노스캐롤라이나, 유니버시티 오브 코네티컷이 6회다.
이런 인디애나 대학에 풋볼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이 있다. 바로 64세의 커트 시그네티 감독이다. 대학은 지난달 시그네티 감독과 8년 9300만 달러의 계약을 연장했다. 연봉으로 1162만 달러 정도가 된다. 시그네티는 2024년에 인디애나 감독으로 영입됐다. 이 전에는 미국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을 기리는 대학 제임스 메디슨(버지니아주) 감독을 5년 역임했다.
시그네티가 재임한 초기 3년에는 제임스 매디슨은 NCAA 풋볼 등급이 낮은 FCS(Football Championship Subdivision)이었다가 2022년 FBS(Football Bowl Subdivision)으로 승격됐다. FCS는 대학 규모와 스타디움 등이 작다. FBS는 메이저 대학들이다. 시그네티가 제임스 매디슨에서 받은 연봉은 USA 투데이지에 따르면 67만 7,000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디애나 대학으로 이적하면서 약 400만 달러로 뛰었고, 2026년부터는 1100만 달러 이상을 받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이 따로 없다. 시그네티 감독의 연봉만으로 미국에서 대학 풋볼 시장 규모를 짐작케 한다.
대학은 왜 시그네티에게 거액을 안겨줬을까.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 부임 첫해인 2024시즌 개교이래 처음 시즌 11승(2패)을 달성하면서 칼리지 풋볼 플레이오프(CFP)로 이끌었다. 특히 정규시즌에 디펜딩 내셔널 챔피언 미시건 대학을 꺾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시즌 10승 무패로 출발한 것도 대학 사상 처음이다. CFP에 진출해 노터데임에게 져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농구의 인디애나 대학으로서는 개교이래 최고의 경사였다.
2024시즌 시그네티 감독이 엮어낸 성적이 Fluke인지 리더십과 지도력으로 얻은 결과인지는 다소 의문이었다. 2025시즌 시그네티의 인디애나는 원정에서 랭킹 3위 오리건 대학을 30~20으로 눌렀다. 사상 처음 원정에서 랭킹 톱 5를 꺾은 것. 인디애나 대학의 모든 최고 기록들은 1967년이 마지막이었다. 9승 2패, 컨퍼런스 6승 1패로 챔피언이 돼 로즈볼에 진출한 해다. 유일한 메이저 볼 진출이다. 시그네티는 2년 사이에 대학 최고의 황금기를 실현했다. 1967년과는 비교가 안된다. 지난달 랭킹 2위까지 올라가며 2년 연속 CFP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풋볼은 대학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인기가 높고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유명한 농구와도 큰 차이가 있다. 중계권료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NCAA 토너먼트는 방송사(CBS, TBS 계열)와 8년 88억 달러에 계약을 연장했다. 토너먼트는 67경기다. 정규시즌 중계권료는 따로다. 풋볼도 똑같다. ESPN/ABC는 CFP의 중계권료로 6년 78억 달러를 지불한다. 플레이오프 경기는 11.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다. 미국 스포츠 시장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할 뿐이다.
메이저 대학들이 감독들에게 천문학적 연봉을 지불하는데는 동문과 후원자들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해서다. 미 대학의 동문들은 말로만 배경이 되는 게 아니다. 엄청난 기부금으로 대학 풋볼 팀을 지원하다. 문제는 여기서 드러난다. 후원자들의 힘으로 시그네티처럼 2년 동안 성적으로 자신이 꿈도 꾸지 못한 거액 연봉을 받게 된다. 이후 성적이 부진했을 때 해고하면 이 연봉을 감수한다. 이른바 바이아웃이다.
지난달 풋볼 대학 LSU(Louisiana State University)는 브라이언 켈리(64) 감독을 해고했다. 지난 10월 25일 홈에서 텍사스 A&M 에게 25~49로 패한 뒤 내린 결정이다. 시즌 도중이고 5승3패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게다가 계약 기간도 남아 있었다. LSU가 켈리에게 바이아웃으로 지불해야할 액수는 무려 5400만 달러, 펜 스테이트 대학도 시즌 도중 제임스 프랭클린 감독을 잘랐다. 앞으로 4900만 달러를 줘야 한다. 만약 현재 잘나가는 조지아 대학이 커비 스마트 감독을 해고할 경우 바이아웃으로 1억5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텍사스 A&M대학도 2년 전 짐보 피셔를 해고하면서 바이아웃으로 7700만 달러를 주고 있다. 보통 사람은 구경도 못하는 낭비되는 돈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바이아웃이 대학에서 가능한 이유는 감독의 연봉이 대학 행정 예산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중계권 수입, 스폰서십, 동문 기부금 등에서 편성되는 구조다.
미국의 대학 풋볼은 산업이고 비지니스다. 더이상 아마추어 종목이 아니다. 인기에 따른 폐단이 매우 심각하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moonsytexas@sportsseoul.com
문상열
1989년부터 스포츠 기자로 활동.
현재 라디오코리아 스포츠 해설위원.
메이저리그 38개 구장 취재.
스포츠는 정직하다. Numbers Never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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