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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나라 캐나다 밴프는 원시 감각 담아내는 갂아지른 돌산과 침엽수림 그리고 말고 청록색 내뿜는 빙하호가 일품이다. 눈맞은 늦가을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 같다.

 

 

Cover Story

 

웅장한 돌, 빽빽한 침엽수림, 호수

시니어 여행 계절 늦가을에 찾은 밴프

풍화에 깎이지 않은 ‘젊은’ 로키산맥

동계 올림픽의 도시 캘거리서 1시간

 

 

 

시니어들을 위한 여행의 계절인 늦가을. 캐나다 밴프(Banff) 여행길에 나섰다. 

밴프는 동계 올림픽의 본고장 캐나다 캘거리 인근에 위치한 관광 명소다. 많은 한인들이 단풍 구경을 연상하며 앞다퉈 밴프를 찾는다. 

지구의 신석기 시절쯤, 강한 지각 변동으로 공중으로 치솟은 지구 표층이 굳어 만들어진 돌산들. 아직 풍화가 덜 돼 삐죽삐죽 하늘로 솟구친 바위들이 장관을 이룬다. 고산의 침엽수림이 빽빽이 들어 차고 곳곳의 빙하 호수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며 수채화를 그려내는 명소 중의 명소다. 

 

멀리 미국 버몬트에서 들려오는 단풍 소식에 들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울긋불긋 꽃 대궐’을 상상하며 달려간 밴프. 이미 옷을 벗어젖친 채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나무들이 사시사철 침엽수 사이에 끼어 눈 맞을 준비를 하는 철 지난 단풍 구경이지만 또 다른 가을의 풍경을 맞본 10월의 멋진 여행이었다. 한국 금강산의 겨울 풍경을 ‘개골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개골산의 풍광이 캐나다 밴프에 깔려 있다고 표현하면 어울릴까. 

10월 16일. 5박 6일 일정으로 기자가 달려간 밴프에는 단풍 대신 뽀얗게 눈 쌓인 겨울 초입의 또 다른 풍경을 드러낸 미 대륙의 웅장한 모습이 우리 일행을 반겼다. 

 

눈을 맞아 적나라하게 골격을 드러낸 깎아 지른 절벽의 돌산들. 그 사이를 빽빽이 뒤덮은 침엽수림. 산을 끼고 도는 강줄기. 그리고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맑고 차가운 호수들이 한데 어우러진 명불허전의 최고 절경 중 하나다. 

관광을 많이 다녔던 한인들은 북미 대륙을 “유럽의 모든 경치가 다 들어있는 곳”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태여 유럽에 가지 않아도 미 대륙에 다 있다는 말이다. 캐나다 밴프가 스위스보다 못하겠나. 이 말에 한 여성은 “미국은 높고 멋진 산을 오르려면 내 발로 걸어야 하지만 스위스는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게 잘 닦여 있다”라고 웃었다. 

 

해가 짧아지면서 겨울을 재촉하던 늦가을. 10월 16일부터 5박6일 코스로 캐나다 밴프 여행길에 올랐다. 

미국 동부에서 들려오는 단풍 소식에 들떠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밴프로 목적지를 정했다. 하지만 밴프는 이미 초겨울이다. 낮에는 50도대, 밤에는 20~30도 대다. 

LA에서 동계 올림픽의 본고장 캐나다 캘거리까지 유일한 논스톱 비행기 ‘웨스트 제트’를 타고 3시간 반을 날았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비행기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공항에서 빌린 미니밴을 타고 캘거리에서 1시간 떨어진 작은 스키의 마을 캔모어(Canmore)를 향해 출발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양편에 둥근 건초 더미들과 방목해 기른 소들이 들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미국 여느 시골 풍경과 같다. 

갑자기 눈을 가로막는 돌산들. 비스듬히 솟아오른 돌산에 나이테가 둘려진 듯 수십 겹의 지층이 모습을 드러내며 풍화를 덜 맞은 듯 거칠게 솟아 있다. 전날 눈이 내렸나 보다. 나이테처럼 둘려진 지층이 하얀 눈에 덮여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목적지는 ‘캔모어’.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 입구에서 10분 떨어진 작은 마을로 스키의 명소다. 아직 스키 시즌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시즌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밴프 국립공원 내 숙소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한국 식당도 눈에 들어온다. 마을 전체가 우뚝 솟은 돌산 틈에 끼어 있다. 앞으로 5일간 돌산의 기를 듬뿍 받고 돌아가리라. 

캐나다 소고기 맛이 일품이라는 말에 저녁은 마을 내 유일의 대형 마켓인 ‘세이프웨이’에서 손바닥 두 배만 한 스테이크 두개를 구입했다. 기자와 와이프, 그리고 누님 내외. 일행 4명이 첫 식사를 부드럽고 맛있는 스테이크로 자축하며 첫날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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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의 늦가을 풍경은 눈으로 뒤덮인 겨울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 비수기 늦가을 밴프는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다.

 

 

겨울이 더 멋있다는 캐나다 밴프 내셔널 국립공원

단풍은 끝났지만 늦가을 눈 덮인 돌산의 아름다움 

곳곳에 펼쳐지는 청록색 호수가 그려내는 수채화 물결

 

 

 

밴프 국립공원

마라톤 클럽 멤버들과 밴프를 다녀왔던 한 친척이 ‘어떻게 하면 관광객 돈을 빼먹을까 궁리하는 곳’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매일 입장료를 자동차가 아니라 1인당 가격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밴프 국립공원 입구 매표소에 다다랐다. 입장료는 자동차 대당으로 계산하지 않고 승객 명수대로 받는다는 말이 생각나 4명이 탑승했으므로 하루 80달러(캐나다 달러. 약 58 미국 달러)를 예상했다. 

매표 부스 직원에게 당일(1일) 티켓을 달라고 했더니 대당 가격으로 22 캐나다 달러(약 15달러)를 받았다. 이 가격은 최고 6명까지 가족이 탄 자동차 입장료다. 하루 입장료라고는 하지만 유효 기간이 다음 날 오후 4시로 되어 있으니 사실상 이틀 가격과 같다. 어리둥절했다. 

이틀 후 다시 입장료를 구입했을 때는 대당 가격이 아니라 이번에는 1인당 가격으로 계산해 준다. 매표소 직원이 3명이 탔는데 “2명이냐”라고 묻더니 시니어 가격(65세 이상 9.5 캐나다 달러)으로 19 캐나다 달러(약 13달러)를 받는다. “매표소 직원마다 다르네…”

 

웅장한 자연의 풍미

밴프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달리는 자동차 앞에 펼쳐지는 경치가 일품이다. 병풍처럼 솟아오른 돌산을 마주 보고 달리고 물길을 끼고 돈다. 카메라에 장관의 풍경을 연신 찍어 댔다.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아름다운 거친 신비의 돌산들이다. 구름이 낀 돌산과 침엽수림. 금방이라도 신선이 뛰어나올 것은 신비롭게 예상치 않은 분위기다. 

고속도로 옆에 줄지어 철망이 쳐져 있다. 동물들이 길을 건너지 못하게 막은 철망이다. 동물들이 고속도로로 분단된 자연 한쪽에서만 살아야 하나? 아니다. 고속도로 곳곳의 위를 통과하는 ‘오버패스’들이 설치돼 있다. 동물들은 이곳들을 통해 양쪽을 오고 간다. 동물도 보호하고 달리는 차량도 보호하는 ‘자연보호’ 장치다. 

 

레익 루이스

첫 목적지는 ‘레익 루이스’와 ‘레익 모레인’. 밴프 시내에서 약 60킬로(40마일) 거리의 유명 호수들이다. 하지만 모레인은 걸어서만 갈 수 있어 포기했다. 하룻밤 숙박비가 1,000달러가 넘는다는 ‘샤토 레익 루이스’ 호텔이 우뚝 서 있다. 

빙하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여 만든 넓은 호수다. 관광객들이 열심히 눈으로 카메라로 풍광으로 담는다. 돌산 가까운 호수 색은 청록색. 바위의 작은 입자들이 빙하에 수없이 깎여 내려와 비취색 호수를 만든다. 이곳에 유난히 인도계 관광객들이 많다. 아마 절반은 인도계인 것 같다.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등인 듯싶다. 캐나다의 첨단 인력 유치 정책과 적극적인 이민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눈 덮인 등산로

등산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등산로 곳곳이 눈으로 덮여 있다. 도중에 많은 관광객들이 등산을 포기한다. 스파이크를 달지 않으면 신발이 미끄러져 등산이 어렵다. 

와이프와 누님 내외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호텔로비에서 커피 마시며 창밖 풍경을 즐기겠다며 나만 혼자 올라갔다고 오라고 한다. 

여러 등산로 중에서 호수에서 5킬로미터(3마일) 거리의 중턱 호수 등산로를 택했다. 걸음을 재촉하면 2시간이면 될 것 같았다. 

역시 힘들고 비틀비틀 미끄러지며 겨우 목적지에 다다랐다. 한국에서 온 듯한 3명의 중년 여성들과 인도계 젊은 여성 2명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하산하는 길에 미끄러지면서 아찔한 순간도 맞았다. 뒤로 넘어졌지만 백팩 덕분에 허리와 뒤통수는 보호했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가 눈길 위로 빼곡히 머리를 내밀고 있던 돌부리에 떨어졌다. 심한 통증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한국 관광 같다가 뼈 부러지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한 메디케어 보험사 직원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발가락을 움직여 봤다. 괜찮았다. 다행히 정강이뼈 옆 근육에 돌이 부딪친 것 같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조심조심 눈을 걸었다. 눈발까지 흩날린다. 

저기 호수가 청록색 호수가 보인다. 기다리던 지친 와이프가 날 찾으러 온다며 저 멀리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휴 이제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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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풍화에 깎이지 않는 깎아지른 돌산들

협곡을 따라 떨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

3,000피트 오르는 곤돌라 관광도 쏠쏠

로키산맥 자락의 침엽수림 단지의 장관들

 

 

 

 

협곡 존스턴 캐년

밴프 시내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존스턴 캐년(Johnston Canyon)을 찾았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산길로 30킬로미터 거리다. 잘 닦여진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주차장에 들어섰다. 여름 성수기에는 파킹랏이 부족해 산길에 세우고 30분은 걸어야 입구에 도착한다고 한다. 

한국 관광객들을 잔뜩 실은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벌써 두 대째다. 부산에서 오고 분당에서 왔다고 한다. 관광지 곳곳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넘친다. 

등반 코스는 아래 폭포(Lower Fall)와 위 폭포(Upper Fall) 그리고 이를 지나 ‘잉크팟’(Ink Pot)이 최종 목적지로 총길이는 6킬로미터(3.7마일)다.             

폭포까지 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또 절벽에 박은 금속 난간을 따라 협곡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걸어가며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 폭포까지는 약 2킬로미터. 계곡을 따라 물줄기가 콸콸대며 10미터 높이에서 쏟아진다. 신선하고 깨끗한 자연의 물줄기가 시원하다. ‘선녀와 나무꾼’을 이어준 ‘선녀탕’ 같다. 나무 벤치에 한국말 낙서가 써 있다. 가족인지 연인인지 4명의 이름이 칼로 새겨져 있다. “이거 자연 훼손인데…”

다시 1킬로미터 남짓한 위 폭포를 향한다. 계곡 옆으로 크고 작은 폭포들이 무리를 지어 경쟁하듯 아래로 물줄기를 쏟아낸다. 

최종 목적지 ‘잉크팟’까지는 다소 경사가 심하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곳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넓은 분지나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6개의 작은 연못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온천수다. 

초록과 파랑, 황색 등 수온에 따라 여러 가지가 색을 낸다고 해서 ‘잉크 팟’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뜨거운 온천수는 아니다. 바닥 모래들이 움직인다. 바닥으로 올라오는 따듯한 물로 인해 춤을 추듯 바닥 흙과 모래가 모양을 바꿔가며 움직인다. 관광객들의 훼손이 심했던 것을 1997년 다시 원상태로 복원했다고 한다. 온도에 따라 초록색, 황색 작은 이끼들이 색을 이룬다. 신비로운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밴프 곤돌라

2,281미터(7,800피트) 높이의 밴프 루프톱에 올랐다. 날씨가 가장 좋은 마지막 날을 택했다. 밴프에 왔다면 꼭 봐야 할 관광 명소 중 하나다. 

4명씩 태우는 곤돌라가 바닥에서부터 884미터(2,900피트)를 10분간 올라 루프톱 전망대에 도착한다. 가격은 1인당 84 캐나다 달러(약 60달러). 금액은 시즌마다 다르고 또 요일별로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여름 시즌이나 주말에서 예약이 필수지만 이날은 월요일이어서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탈 수 있었다. 

 

참고로 여름 성수기에는 밴프 전체가 일찍 서둘러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4층 높이의 루프탑 전망대에 오르면 밴프 일대가 발아래로 깨알같이 펼쳐진다. 한쪽은 로키산맥의 깎아지른 절벽, 다른 한쪽은 마을을 끼고 도는 물줄기와 분지 그리고 돌산들. 대자연의 우리에게 주는 장엄한 수채화다. 

전망대에서 기상대 봉우리까지 나무로 만든 계단으로 연결된다. 걸어서 10여 분 거리다. 

계산 길을 따라가며 양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곤돌라를 타지 않아도 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바닥에서 지그재그 길로 약 7킬로미터(4.3마일) 거리다. 중급 정도의 경사로이므로 잘 단련된 등산객이라면 힘들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날도 눈 덮인 등산로를 따라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곤돌라 밑으로 많이 보였다. 

 

밴프 보우 폭포(Bow Fall)

곤돌라 관광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덤으로 볼 수 있는 보우 폭포(Bow Fall)도 명품이다. 

밴프 시내를 휘감는 보우 강(Bow River)이 만드는 대규모 계단식 폭포다. 넓은 폭의 강물이 계단식 돌무더기를 따라 장엄하게 아래로 흐른다. 보우강 옆 산책로는 밴프 시내로 연결되며 거리도 1킬로 남짓하기에  가까워 밴프 시내 관광의 필수 코스다. 

밴프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수없이 이어진다. 

 

거리 중간에 오고 가는 관광객들의 몸을 녹여주는 커다란 화덕도 준비돼 있다. 마을 한가운데 한국 식당도 보인다. 중식, 일식, 월남식 등등 세상의 온갖 음식이 다 모여든 것 같다.

간단히 쇼핑을 마치고 숙소인 캔모어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므로 이른 저녁 후 일찍 잠을 청했다. 

김정섭 기자 john@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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