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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는 일상 언어로서의 생명력은 잃은지 오래지만 현대 영어 단어를 분류하면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의 비율이 3분의 1에 육박한다.  학문, 법, 예술 분야의 전문 용어에 라틴 어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원어민들의 일반 대화에서도 고상하고 함축적인 표현을 하고 싶을 때 라틴어 관용구가 자주 등장한다.

원어민들이 라틴어 관용구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고상하고 함축적인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중국의 고사 성어나 특이한 외국어를 끌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많이 쓰이고 색다르고 격식 있는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은 라틴어 관용구를 살펴보자. 

 

유행어처럼 많이 쓰이는 라틴어 관용구는 단연 per se다. per se는 부사로 by itself, by definition이라는 의미이고 그 자체로, 기본적으로, 본질적으로 정도로 해석된다. 한국어 번역에서 ‘그 자체로’를 빼도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듯이 영어에서도 per se는 큰 의미가 없다. 문장을 강조하고 대화의 묘미를 더하기 위해 쓰는 표현이다. The drug is not harmful per se, but is dangerous when taken with alcohol. 그 약이 그 자체로 해롭지는 않지만 술과 함께 먹으면 위험하다.

carpe diem은 seize the day라는 뜻으로 현재를 즐겨라,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라틴 표현이다. 로마의 시인 호레이스(Horace)의 시에서 나온 문구로 미국에서는 1989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대사로 나오면서 유행어처럼 퍼져 나갔고 이제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라틴어 표현이 됐다.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라. Enjoy yourself while you have the chance.”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mea culpa는 내 탓   이야, 내 잘못이야(my fault/my bad)라는 뜻이고 주로 농담조로 사용한다. 라틴어 mea=by me, culpa=fault에서 나온 표현이다. 잘잘못을 따지다가 “그래! 내 탓이라고 해두자”라는 뉘앙스(nuance)로 “mea culpa!”라고 말하는 식이다. 명사로 쓰이면 언론 기사의 정정, 고침을 뜻한다. 로마 가톨릭 교인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신에게 용서를 구하던 기도 문구에서 기원한 표현이다. 

persona non grata도 재미있는 표현인데 원래는 외교 용어로 타국에서 물의를 일으켜 추방 명령을 받은 외교관, 외국인을 칭했지만 지금은 이상하고 용납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 특정 장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person not welcomed) 또는 인기가 없는 사람을 뜻한다. 

 

verbatim도 자주 사용하는데 말한 그대로, 원본 글자 그대로라는 뜻으로 비즈니스 용어로 많이 쓴다. 명사처럼 보이지만 부사/형용사로 쓰인다.  타인의 말을 인용할 때 한 글자도 안 틀리고 그대로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면 적절한 단어다. I can remember lines from movies verbatim. 나는 영화의 대사를 한자 한자 그대로 기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라틴어 표현으로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장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라는 의미의 vice versa, 사실상이라는 의미의 de facto, 현재 상황이라는 의미의 status quo, 즉석의 의미의 ad hoc 등이 있다. 출신 학교는 alma marta라고 표현하는데 alma marta의 원뜻인 인자한 어머니(nourishing mother)와 한국어 모교(母校)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많이 쓰는 etc는 et cetera의 줄임말로 ~등등이라는 뜻이고 circa는 줄여서 c.라고 많이 쓰는데 시간을 나타날 때 약, ~경이라는 뜻이다. c. 1960=1960년 경. 진실한, 진짜(real)라는 의미의 bona fide와 무료의, 공익을 위해라는 의미의 pro bono도 많이 사용하는 라틴어 단어다. He acted bona fide. 그는 진실되게 행동했다. pro bono lawyers 공익을 위해 무료로 봉사하는 변호사. 

라틴어 문구들은 모두 소문자로 쓰고 하이픈(hyphen -)이나 별도의 문장 부호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에서도 고사성어를 남발하면 어색하고 잘난척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라틴어 관용구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문장의 맛을 살리기 위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연신 

UCLA 정치학 전공TESOL 부전공 / 라디오 코리아. 미주 한국일보 기자 / 영어 관련 블로그 , 소셜미디어 그룹 운영 .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milesmiles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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