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밤 뉴욕 시는 지축이 흔들렸다. NBA 뉴욕 닉스가 1973년 이후 53년 만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구촌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시선을 빼앗겼으나 뉴욕 시민들은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 온통 쏠렸다. 시리즈 3승1패로 앞서 적지에서 승리를 거두면 53년의 묵었던 한을 푸는 상황이었다. 시리즈를 여유있게 앞서 5차전 승패에 큰 부담은 없었으나 닉스 팬들은 승리할 경우 우승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파이널 MVP 제일린(29) 브런슨이 45득점을 올리며 94-90으로 닉스의 승리로 끝나자 뉴욕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불법적인 돌출 행동으로 63명이 체포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하지만 심정은 이해가 됐다. 한 팬의 문구에서 닉스 우승의 절절함이 묻어났다. “내가 태어나기 전이다. 내 일생의 꿈이 닉스의 우승이다”라는 데서 드러난다.
〮스포츠 메카로 되살아난 MSG
닉스의 우승으로 스포츠의 메카 메디슨 스퀘어 가든(MSG)의 위상이 되살아났다. 그동안 워스트 구단주로 평가받았던 제임스 돌란(71)의 어처구니없는 잇단 결단으로 닉스의 위상은 평범한 NBA 구단으로 전락했다. 케이블 TV 소유자이기도한 돌란은 MSG를 매입하고 1999년 닉스의 최대 주주로 구단주가 됐다. 천문학적인 돈으로 무분별한 거액 프리에이전트 영입과 숱한 판단 미스로 닉스 팬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됐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은 1970년대 역대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의 헤비급 매치 등 스포츠의 한 획을 그은 곳이다. 이곳을 홈코트로 사용하는 닉스의 추락으로 스포츠 메카 자리도 LA에 빼앗겼다.
이번에 닉스가 우승하면서 뉴욕에 거주하는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평범한 팬들과 다를 바 없는 응원으로 미디어에 크게 주목을 받았다. 닉스를 사랑하는 셀럽의 존재는 할리우드를 안고 있는 LA 레이커스를 훨씬 능가했다. 뉴욕 닉스 팬의 저변을 알 수 있다. 뉴욕은 양키스라는 최다 챔피언이 도시이기도 하지만 농구가 먼저다. 뉴욕 도시 자체가 농구로 통한다.
〮유명 연예인들의 닉스 사랑
닉스의 앰버서더인 흑인 지성파 스파이크 리 감독은 “닉스가 이긴다면 아카데미 상을 포기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진심이다. 드라마 LAW & ORDER SVU 스타 마리스카 하기테이는 4차전에서 OG 아누보비의 풋백 팁인 버저비터로 107-106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나자 코트로 뛰어나와 “고맙다. 너희들 때문에 기쁘다”고 브론슨을 포옹했다. MSG에는 셀러브리티 좌석(Celebrity Row)가 있다.
5차전 원정에도 스파이크 리를 포함해 코미디언 트레이시 모건, 현재 최고 인기배우 티모시 샬라멧, 배우이며 영화제작자 존 터투로 등이 관전하며 닉스의 우승 감격을 선수들과 함께 나눴다.
닉스는 지난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패한 뒤 팀 티보도(68) 감독을 해고했다. 5년 동안 4차례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팬들과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다. 또 돌란 구단주의 돌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를 대신한 마이크 브라운 감독(56)의 스타일이 티보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은 수비 위주 스타일이다.
〮위닝 멘탈리티의 빌라노바 커넥션
브라운의 고른 선수 기용과 팀 캐미스트리가 결국은 닉스 우승의 원동력이다. 그동안 NBA는 선수의 기량이 우승과 연결됐다. 스타들이 즐비한 슈퍼팀이다. 마이애미 히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이다. 2023년 덴버 너기츠, 지난해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올해 뉴욕 닉스의 우승으로 슈퍼팀 패턴은 깨진 셈이다. 지난 8년 동안 NBA 챔피언은 모두 다른 팀이다. 연패가 없다.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닉스는 슈퍼스타 팀이 아니다. 포인드가드 제일렌 브런슨과 슈팅가드 조시 하트, 스몰포워드 미칼 브릿지스의 삼각편대는 2016년 NCAA 토너먼트를 우승한 빌라노바 커넥션이다. 빌라노바는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카톨릭 대학으로 사립 농구 명문이다. 당시 브런슨과 브릿지스가 1학년이고 하트가 3학년이었다. 현재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서 활약하는 돈테 디빈센조도 1년생으로 브런스의 결혼 때 하트, 브릿지스와 함께 가장 가까운 친구로 참석했다.
브런슨은 2018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33번으로 지명됐다. 3학년 때 지명된 터라 아주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6피트 2인치의 단신이고 스피드도 보통이었다. 대학에서 돋보이면 이른바 one & done이라고 해서 1학년을 마치고 NBA로 전향하는 게 코스다. 댈러스 매버릭스에 지명돼 슈퍼스트 루카 돈치치의 백업으로 성장했다. 루키 계약(4년)이 종료되는 2022년 PO에서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댈러스는 헐값에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시도했다. 뉴욕은 4년 1억4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닉스도 몸값을 후려치려고 했다. 전문가들도 한 시즌 반짝한 브런슨의 연봉으로는 비싸다는 평가가 나왔다.
〮드래프트는 성적순이 아니야
닉스로 이적하면서 브런슨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레온 로즈 사장이 브런슨과 FA 계약한 가장 큰 이유는 빌라노바 우승 멘탈리티를 높게 샀다. 로즈 사장이 이후 조시 하트와
미칼 브릿지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브런슨과 삼각편대를 만든 배경이다. 우리말로 하면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안다’는 것이다. 슈퍼 에이전트 출신의 로즈 사장의 판단은 장기적 안목에서 들어 맞았다. 브라운 감독 영입과 빌라노바 우승 멘탈리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센터 칼-앤서니 타운스 트레이드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브런슨이 5차전에서 45득점의 역대급 활약으로 만장일치 MVP에 선정된 데는 클러치 플레이도 빼놓을 수가 없다. 아울러 닉스 전 선수들의 이기심을 버리는 협력 관계가 53년 만의 우승 결과로 이어졌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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