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11일 A조 개막전에서 멕시코는 격투기를 방불케하는 경기에서 남아공화국을 2-0으로 눌렀다. 퇴장당하는 레드카드를 남아공화국은 2, 멕시코는 1개를 제재받았다.
멕시코는 국기가 축구이고 이번까지 3차례(1970, 1986, 2026년)나 월드컵을 개최했다. 최고 성적은 8강이다. 국민들의 열기와 저변에 비해서 결과물은 신통치 않다. 25일 한국과 A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과달라하라에서 벌어진 첫판에서 체코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전은 양팀이 밋밋한 경기를 펼쳤다. 후반전에 3골이 터졌다. 체코가 세트 피스 상황에서 헤더로 선취골을 뽑았다. 캡틴 래디슬라프 크레지가 후방에서 치고 들어와 장신을 살려 골로 연결했다. 한국 대표팀은 선취점을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는 줄기찬 공격으로 황인범의 재치있는 로빙 동점골에 이어 교체 멤버로 투입된 오현규의 역전 결승골로 코리안의 자존심을 세웠다.
슈퍼스타 손흥민은 전반전 두 차례의 슈팅이 크게 빗나가 아쉬움을 샀다. 이강인은 폭넓은 플레이로 한국의 원활한 공격을 주도했다. 파리 생제르맹 명문 팀 소속다운 플레이가 돋보였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끈 경우는 2010년 남아공화국 대회에서 그리스를 꺾은 이후 16년 만이다. 조별 리그에서 유럽 상대 3연속 경기 승리다. 2018년 독일, 2022년 포르투갈에 이어 2026년 체코를 제물로 삼았다.
〮유럽에 강한 한국 축구?
한국 축구사에서 유럽에 내리 3연속 승리한 경우는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막연히 유럽과 남미와 대결 때 체력 좋은 유럽에 약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개인기의 남미는 늘 해볼 만한 상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록은 거꾸로다. 2002년 안방에서 벌어진 한일월드컵 이후 대표팀은 두 차례 16강에 진출했다. 8강 진출 덜미를 모두 남미 팀에 당했다. 2010년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을 때 16강에서 우루과이에 2-1로 졌다. 2022년 카타르에서는 브라질에 4-1로 완패했다.
유럽에서 마지막 티켓을 확보하고 20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체코는 선수 전원이 미식축구 선수처럼 당당한 체격만큼의 축구 기량은 보여주지 못했다. 선취골을 넣었을 때의 헤더만 강력했고 선수도 조직력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체코의 다음 상대는 남아공화국이다.
〮미 방송사를 위해 신설된 Hydration Break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향후 월드컵사를 새로 쓴 전환점의 무대다.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다. 경기수는 64경기에서 총 104경기로 확대됐다. 철저한 상업주의
의 노골화다. 명분은 본선 진출국을 늘리면서 대륙별로 다양한 국가의 참여를 이끈다는 취지이지만 본질은 돈이다.
게다가 전후반 각각 경기 도중 수분을 섭취하는 Hydration Break을 신설했다. 전반 22분, 후반 67분 사이에 3분 동안의 브레이크 타임이다. 이는 미 방송사를 염두에 둔 브레이크 타임이다. 2014년 브라질 대회 때 뜨거운 날씨로 잠시 선보인 바 있다. 미국은 FIFA 가입국 가운데 시장이 가장 커 중계권료도 가장 비싸게 지불한다. 2022년 카타르 대회도 중계권을 갖고 있던 FOX는 4억8000만 달러에 북중미 권리를 따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내의 다른 방송사와의 경쟁이 아닌 혜택이나 다름없는 수의 계약을 맺었다.
이유는 2022년 카타르 대회를 사막 날씨 때문에 FIFA는 11월 대회로 추진했다. 그 때 가장 큰 돈을 지불한 FOX가 크게 반발했다. 이 때는 미국의 대학풋볼과 NFL 타임이다. 폭스는 큰 손해를 봤다. FIFA는 FOX의 이런 입장을 알고 2026 북중미 대회 중계권을 ESPN, NBC와 경쟁없이 수의 계약으로 줬다. FOX는 카타르 대회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 혜택을 입었다. 북중미 대회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대박이다. 자국내 대회인 터라 시차 걱정도 없다. 일단 게임 수가 종전보다 40경기가 늘었다. 히스패닉어 방송사 텔레문도도 4억6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미국의 두 방송사 중계권료가 거의 10억 달러에 가깝다. 한화로 치면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미 방송사가 지불하는 천문학적 중계권료
미국 시장 규모를 짐작케하는 중계권료다. FIFA는 두 방송사에 또 하나의 혜택을 줬다. 바로 Hydration Break인 셈이다. 이는 방송사의 자연스러운 광고 타임으로 연결된다. 경기 피크의 광고 타임이다. 미국 방송사가 축구 중계에서 가장 애를 먹는 게 게임이 시작되면 하프타임 브레이크 외에는 광고를 할 수 없는 난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계와 광고 화면을 같이 띄운다. 효과 면에서는 절감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스포츠 중계는 광고 여부에 달려 있다. 풋볼이 최고 인기를 자랑하고 중계권료가 천문학적으로 오르는 이유도 광고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가 축구와 비슷하다. 야구는 이닝별, 투수 교체 때가 광고 타임이다. 농구는 ‘커머셜 타임아웃’이라는 게 있다.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우승의 변수는
2026 북중미 대회 우승 후보로 스페인-프랑스-잉글랜드 순으로 도박사들이 꼽았다. 이 가운데 프랑스가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 끝에 졌다. 이번에도 베테랑 킬리언 음바페를 비롯해 우스만 뎀벨레, 마이클 올리세 등 부동의 스타들이 버틴다. 스페인은 18세의 라민 야말이 떠오
르는 스타로 평가받는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팀이다. 잉글랜드는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늘 한계가 있는 국가다.
도박사들은 3개국 외에 영원한 강자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포르투갈 등을 2선의 우승 후보로 전망했다. 월드컵 우승은 이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돌연변이 우승은 출현하기가 쉽지 않다. 기량이 전통의 축구 강국을 넘어서는 게 커다란 벽처럼 느껴진다.
북중미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종전보다 1경기를 더 이겨야 한다. 32강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3개국에 걸쳐서 펼치는 대회라 이동 거리가 넓다. 미국과 캐나다는 시차가 3시간이다. 카타르 대회의 경우 한 도시에 옹기종기 모여서 대회를 치렀다. 사실상의 미국 대회인 북중미 월드컵은 이동 거리, 기후, 1경기를 더 이겨야 하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1경기를 더 치러야 된다는 것은 체력 소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체력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월드컵은 머니 게임
월드컵 우승국에는 5000만 달러 상금이 수여된다. 카타르 대회 때는 4200만 달러였다. 800만 달러가 늘어났다. 준우승국은 3300만 달러, 3위 2900만 달러, 4위 2700만 달러, 8강 1900만 달러, 16강 1500만 달러, 32강 1100만 달러다. 본선 진출만으로도 900만 달러를 받는다. 아울러 대회 준비 경비 용도로 150만 달러를 추가로 보상받는다.
1994년 미국 올림픽 때 우승국은 브라질이었다. 미국과 가깝고 시차가 비슷하 남미 국가에서 우승국이 배출됐다. 1970년 멕시코 대회 때는 브라질, 1986년 멕시코에서도 아르헨티나로 시차 라인이 같은 대륙에서 우승국이 나왔다. 이번에 이 징크스를 유럽 국가에서 깰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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