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희와 눈물로 얼룩진 월드컵 스페인은 우승으로 끝나.
48개국 참가 미국, 멕시코, 캐나다 15개 도시서 성공적 개최.
스페인의 티키타카 축구에 막혀 아르헨티나는 예상외 졸전.
FIFA 2026북중미 월드컵이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6주 동안 치른 104경기는 환희와 눈물로 얼룩져 있다.
지난달 11일 48개국이 참가해 멕시코, 미국, 캐나다 3개국 15개 도시에서 벌어진 북중미 월드컵은 성공작이었다. 미국 축구의 저변을 보여준 대회다. 1994년 개최 때도 미국은 축구에 별 관심없는 나라로 취급받은 적이 있다. 1994년 대회도 성공이었다. 이번 대회는 지나친 상업주의(고가의 티켓,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결승전 하프타임쇼), 개최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개입(폴라인 발로건의 레드카드 번복) 등의 사소한 잡음은 있었다.
스페인과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은 명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리오넬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의 공격, 골키퍼 우나이 시몬(어슬레틱 빌바오)으로 대표된 스페인의 수비로 압축되는 창과 방패의 대결은 지루했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전 사상 90분 동안 슈팅 1개를 날려보지 못하는 졸전의 연속이었다. 엔조 페르난데스의 레드카드 퇴장에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스페인의 원천봉쇄에 슈팅을 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결국 연장전에 들어가 117분 만에 슈팅을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의 불명예-90분 동안 노 슈팅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정규 90분 동안 슈팅을 쏴보지 못한 팀은 3개국 뿐이다. 1990년(브라질), 2022년(스페인)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다. 이번에 결승전에서 월드컵 3차례 우승국 아르헨티나가 처음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 슈팅을 거꾸로 해석하면 스페인의 철통 수비로 이어진다. 스페인은 준결승에서도 킬리언 음바페로 상징되는 프랑스 오펜스를 무력화했다. 스페인에 0-2로 패한 이 경기에서 프랑스는 공격 기회가 원천봉쇄됐다. 원인은 스페인의 완벽한 티키타카 패스다. 한국의 패스와는 다르다. 볼을 빼앗기지 않는 패스로 상대가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바로 축구만의 특성이다. 합법적인 공격은 실점했을 때 하프라인에서의 킥오프다. 스페인은 다른 기록은 제쳐 두고라도 패스에서 압도했다. 결승전 아르헨티나전 볼 점유율은 65-35%다. 정확한 패스에서는 763(89%)-357(77%)회다. 총 패스에서도 853-464로 아르헨티나를 압도해 공격 기회를 막았다. 준결승 프랑스전 점유율 51-49(%), 정확한 패스 427-395였다.
스페인 우승의 원동력은 결국 감독이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65)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해야 된다. 상대의 전술과 전략을 완벽하게 대비했다. 루이스 감독은 2013년 스페인 청소년 감독으로 시작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다. 선수들을 완벽하게 파악한 지도자다.
〮티키타카 패스 스페인의 우승은 당연했다
2026북중미 월드컵 우승은 이길 만한 팀이 이긴 것이다. 이변은 없었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화국 대회 이후 16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7번째 멀티 우승 국가가 됐다. UEFA 유로 2024를 포함해 명실상부한 세계 축구 최고의 국가다. 도박사들은 2030년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 3개국이 개최하는 대회 우승을 점치고 있을 정도다. 스페인은 500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본선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상금도 늘었다. 준우승국 아르헨티나는 3300만 달러를 받았다.
대회 MVP격인 플레이어 오브 더 토너먼트(골든 볼)는 스페인 미드필더 로드리(맨체스터 시티)에게 돌아갔다. 로드리는 기록상 노 골, 노 어시스트다. 그럼에도 스페인 무적함대의 야전 사령관으로 팀의 우승을 이끄는데 앞장섰다.
결승골은 교체 멤버로 출전한 페란 토레스(바르셀로나)가 연장전에 성공했다. 결승전 사상 교체 멤버의 골은 통산 5번째다. 스페인은 월드컵에서 총 9차례 연장전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연장전에서의 골은 단 2개다. 모두 우승으로 연결됐다. 2010년 남아공 대회 때 안드레 이니에스타와 토레스가 결승골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8경기 동안 단 1개의 골(8강 벨기에전)을 허용한 골키퍼 우나이 시몬이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우승국으로 역대 최소골 허용이다. 아르헨티나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도 결승전에서 무려 11개의 유효 슈팅을 막아내는 신기의 손을 과시했으나 결정적 골 허용으로 아쉬움을 곱씹었다.
〮슈퍼스타의 건재-샛별은 등장하지 못했다
대회 최다골의 골든 부트 어워드는 프랑스의 킬리언 음바페(레알 마드리드)가 수상했다. 음파베는 의미없는 잉글랜드와의 3,4위전에 출전해 골을 추가 통산 10골로 리오넬 메시(21골)를 제치고 월드컵 사상 통산 최다 22골을 기록했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독일의 밀로슬라브 클로제(16골)의 역대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으나 대회 도중 음바페에게 왕관의 자리를 넘겼다.
이번 대회는 사상 첫 기록들이 여럿 있다. 48개국 확대는 처음이다. AP는 more teams, More Drama라며 많은 팀의 출전으로 더 많은 화제를 뿌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아프리카 서쪽의 작은 섬나라 카보 베르데의 2강 토너먼트 진출은 이번 대회 최고의 얘깃거리로 남았다. 32강에서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특히 40세의 골키퍼 보진하의 활약에 모두가 박수를 쳤다. 카보 베르데의 국민영웅으로 자리 잡았다.
슈퍼스타들도 건재했다. 보통 대회를 치르면 슈퍼스타들과 새로운 영파워들이 등장해 신구 조화를 이뤘다는 기사들이 주를 이루게 마련. 그러나 이번 대회에 도드라진 영건은 이미 예상한 스페인의 19세 라민 야말에 불과하다. 야말은 역대 결승전 사상 처음 출전한 틴에이저다. 슈퍼스타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음바페는 10골로 골든 부트, 레전드 리오넬 메시는 8골로 실버 부트, 노르웨이의 얼링 홀란과 잉글랜드 주드 베닝햄은 7골로 브론즈 부트의 주인공이 됐다. 베닝햄은 캡틴 해리 케인(6골)을 제치고 팀내 최다골을 차지했다.
〮사상 첫 하프타임 쇼-하프타임 27분
팀 확대와 슈퍼스타의 건재는 긍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도입한 혹서기의 탈진 방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축구의 원형을 깨는 상업적 발상에서 비롯돼 지지를 받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은 2028년 유로 대회에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침을 세웠다.
티켓값 폭등도 문제였다.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결승전 티켓값은 2,030 달러에서 10,990달러 선이었다. 일반 시민은 접근조차 힘든 가격이다. FIFA는 티켓값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대행 업체로 돌리는 비겁함마저 보였다.
결승전 하프타임 쇼 도입은 월드컵 사상 처음이다. 미국 최대 이벤트 슈퍼볼을 흉내낸 쇼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BTS의 출연으로 반갑기는 했다. 마돈나, 샤키라, 저스틴 비버 등 글로벌 슈퍼스타들이 출연해 화려함을 더했다. 하지만 하프타임 쇼 공연으로 스페인-아르헨티나전의 하프타임 휴식은 역대 가장 긴 27분이었다. 원래 축구 하프타임은 15분이다. 미국 스포츠는 모든 게 방송사로부터 출발한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내기 때문이다.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 FOX 방송사에 휘둘린 대회다.
이런 사소한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2026북중미 월드컵은 대성공이었다. 미국의 인프라는 완벽했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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