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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멕시코시티에서 막이 오른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우승 후보 프랑스-스페인(7월14일 댈러스), 잉글랜드-아르헨티나(7월15일 애틀랜타)의 ‘빅포’로 압축됐다. 유럽 3-남미 1의 대결 구도다.

4개국 모두 월드컵 우승을 안아본 축구 강국이다. 멀티 우승은 아르헨티나, 프랑스 두 국가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개최한 1998년과 2000년 러시아 대회 우승국이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화국 때 첫 우승을 달성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두 나라가 준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두 국가 가운데 승자가 우승 트로피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개최 때 유일한 우승을 했다.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부심 치고는 우승이 한 차례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4강 이상 진출이 1966년 우승을 포함해 1990년, 2018년, 2026년 총 4회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이번에 통산 4회 우승에 도전한다.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국원을 풀었던 리오넬 메시는 축구 선수로는 환갑, 진갑 다 지난 39세의 나이에도 완숙한 플레이로 축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아쉽게도 슈퍼스타 메시를 보호하려는 FIFA의 노골적인 심판 판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집트는 그 희생양이었다. 프랑스 심판은 16강에서 이집트의 골 성공을 자기네 진영 코너에서 나온 파울을 VAR로 판독해 이를 뒤집는 편파 판정을 저질렀다. 8강정에서 잉글랜드의 해리 캐인은 노르웨이 선수가 백태클 파울을 저질렀어도 지나친 뒤 곧바로 터진 골을 인정했다. 프랑스 심판의 잣대대로라면 VAR로 판독해야 됐다.

잉글랜드-아르헨티나는 구원이 많다. 서로가 공공의 적이다. 1982년 4월 두 나라는 아르헨티나에서 300아밀 떨어진 남 대서양의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도발했으나 영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참패했다. 1986년 4년 후 두 국가는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격돌했다. 유명한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핸들링)’으로 명명된 플레이로 아르헨티나가 2-1로 잉글랜드를 꺾었다.

전쟁에서는 무릎을 꿇었지만 축구 대결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난 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활약으로 통산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르헨티나는 1978년 군사 독재 시절 월드컵을 개최해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했다. 그리고 우승도 거머쥐었다. 수차례의 IMF를 겪었음에도 축구는 국가의 본능이다.

 

우승팀 이변은 아니다

이제 4개국이 남았다. 어느 나라가 우승을 해도 이변은 아니다. 대회가 열리기 전 도박사들은 스페인-프랑스-잉글랜드-아르헨티나 순의 우승 승률을 점쳤다. 딱 맞아 떨어졌다. 사실 전문가들보다 도박사들의 예상이 훨씬 맞는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공수의 전력, FIFA 랭킹 등을 고려해서 판단한다. 도박사들은 최근 경기 흐름, 부상자 등 훨씬 다면적으로 파악한다.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보다 월가의 브로커들이 투자에 더 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흔히 스포츠에서 승부의 불확실성, 예측 불가 등을 말할 때 “볼은 둥글다(The Ball Is Round)”라는 표현을 쓴다. 독일 축구의 전설적인 감독 제프 헤르베르거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원래 볼이 어디로 튈지 몰라야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법. 하지만 둥근 볼은 직선으로 가게 돼 있다. 미식축구의 풋볼이나 럭비공처럼 타원형(oval)이 돼야 종잡을 수가 없는 법이다. “볼은 둥글다” 관용구는 축구의 90분 동안 드라마에서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자리 잡은 명언이다.

 

큰 볼의 이변은 적어

그러나 실제 스포츠에서 볼이 크면 이변은 매우 적다. 볼이 큰 농구와 축구가 그렇다. 볼이 작을수록 이변과 예측이 어렵다. 가벼운 볼의 탁구는 예외다. 야구, 골프의 예측은 라스베거스 도박사들도 맞추기 힘들다. 농구의 최대 이변은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다. 68개 팀이 출전하고 시작부터 녹다운으로 벌어지는 터라 이변이 속출한다. 그래서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고 부른다.

실제 이번 월드컵에서 얼마나 많은 이변(upset)이 벌어졌을까. 이변을 토너먼트로만 압축해보자. 2026 북중미 대회는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 월드컵 사상 처음 32강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32강에서 유일한 이변은 독일이 페널티킥 끝에 우승 경험이 없는 파라과이에 진 것이다. 연장 승부 1-1에서 페널티킥 4-3으로 졌다. 독일은 이번에 전력이 매우 약한 팀이었다. 네덜란드가 모로코에 페널티킥으로 패한 것은 이변이 아니다. 모로코의 실력이 네덜란드보다 위였다. 그 밖의 14경기 승부는 이변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독일의 16강 탈락이 유일한 이변이다.

 

트럼프의 레드카드 유예 로비 무색

16강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FIFA 잔니 인파티노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폴라린 발로건에게 출전 정지 유예를 했음에도 미국은 벨기에에게 4-1로 박살이 났다. 이번 토너먼트에서 최다 4골을 허용한 팀이 미국이다.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카포 베르데도 32강에서 디펜딩 침피언 아르헤티나에 연장 승부를 하면서 3골을 허용한 게 최다였다. 16강에서 이변은 브라질이 얼링 홀랜의 노르웨이에 2-1로 패한 경기다. 그러나 브라질도 이번에 세컨드 티어 우승 후보로 전력이 강하지 않았다. 8강은 이변이라고 할 수 없다. 이길 팀이 이긴 것이고 패한 팀은 전통과 2%가 부족했다. 우승 경험 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한 배경이다. Better Team Wins The Game이라는 스포츠의 진리가 통했다.

 

기록 향상 급조는 없다

월드컵의 조별 리그에서는 종종 이변이 벌어진다. 그러나 벼랑 끝의 토너먼트 승부에서는 이변이 매우 적다. 2022 카타르 대회도 16강에서 모로코가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누른 것이 약간의 이변 정도일 뿐이다. 올해 모로코가 이겼다면 이변이라고 할 수 없다. 모로코는 카타르에서 4강까지 진출한 전력으로 이제는 축구 강국 대접을 받는다.

승부의 예측 불가 ‘볼은 둥글다’는 명언은 조별 리그 정도에서 그친다. 아울러 약팀이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투혼을 불러 일으키는 관용구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이변은 예상보다 적게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축구의 벽은 매우 높다. 문화로 정착되지 않는 한 기량 향상을 급조할 수 없는 게 축구다. 스포츠 저변이 세계 최고인 미국의 축구가 단적인 예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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