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시 중인 놀턴사이먼 미술관에서 보내온 전시장 내부.
<Paul Gauguin 과 Norton Simon Museum>
놀턴 사이먼이 평생 모은 8,000여 점의 미술 소장
폴고갱‘The Swineherd’11월 14일까지 전시
남가주의 많은 미술관 중에서 파사데나에 위치한 놀턴 사이먼 미술관(Norton Simon Museum)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다른 미술관에 비해서 규모는 방대하진 않지만 아담하게 꾸며진 현대식 건물과 모네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뒷뜰과 조각공원, 무엇보다도 실속있게 컬렉된 예술품들은 많은 볼거리를 갖게 한다.
20세기의 뛰어난 미술 수집가 중의 한 사람인 놀턴 사이먼((Norton Simon)은 일찌감치 사업에 강한 성향을 보여 부를 축척하였고, 시각예술이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수단임을 판단하였다. 소통하는 예술의 힘을 믿었던 그의 삶의 철학은 약 30년의 기간 동안 인상파 및 근대 작품을 중심의 컬렉트로 이어졌고, 그 후에도 인디아 및 동남아시아 미술로도 소장 영역을 넓혔다. 그가 평생 모은 8,000여 점의 미술 소장품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개인 미술 컬렉션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놀턴 사이먼 미술관에서는 LACMA의 특별 장기 대출(11월 13일 2019년~11월 14일 2022년)로 폴고갱의 ‘The Swineherd’(1988)가 19세기 아트윙에서 전시되고 있다. 1886년과 1890년 사이 고갱은 파리를 떠나 잠시 프랑스 서부의 브리타니 지방에서 체류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지역사회에 몰입하면서 자연환경을 단순화한 표현력과 꿈결 같은 느낌을 주는 시각적 언어를 계발 하였다.
전시되고 있는 작품은 그림 같은 폴트아방(Port-Aven) 마을에서 돼지를 기르는 농부의 장면을 그린 것으로 목가적이며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955년 놀턴 사이먼의 7번째 중요한 컬렉션이었으나 이후 사이먼의 첫번째 부인에 의해 라크마(LACMA)에 선물로 기증이 되었었다.
이번 전시회는 라크마의 관대함 덕분에 이 걸작과 함께 미술관 소장의 후기 인상파 관련 작품들이 재결합하여 만들어졌으며, 그 당시 작가들의 그림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미술관의 설명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폴 고갱(Paul Gauguin)은 후기 인상파의 화가 중 한 명으로 1900년대 초 상징주의 미술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그림에서 눈에 띄이는 것은 대담한 색의 사용이다. 다소 원색적인 듯 하나 과장된 표현 방식이 차별화되어 원시주의 예술 운동의 초석이 되기도 하였다. 많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 중에서도 ‘고갱 스타일’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작품에서는 독특한 개성과 원시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1848년 파리에서 출생한 고갱은 태어나자마자 프랑스 혁명의 정치적 혼란기를 맞게 된다. 식구들 모두 페루의 리마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부친은 심장병으로 여객선 안에서 사망하며, 1853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올 때까지 고갱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리마에서 보내게 된다.
고갱의‘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파리로 온 청년 고갱은 결혼과 함께 증권거래 사무실에서 비교적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인상파 작품들을 수집하기도 하였다. 1882년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고갱은 증권사 직원을 그만두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화가 카미유 피사로가 재능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회화 연구소에서 그림 수업을 받은 그는 인상파전 이후의 주요 멤버가 되기도 한다.
30대 중반부터 화가가 되기 위해 모든 것들을 희생하며 스스로 어려운 삶을 선택하였으나, 그의 자신감 넘치는 솔직한 표현 방식은 오늘날의 마스터 ‘고갱’을 기억하게 한다. 1891년 창작에 필요한 고독과 자유를 찾아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 2년 정도 체류하여 작품에 대한 영감을 찾고, ‘타히티 여인’등 독특하고 과감한 색채가 돋보이는 60여 점의 회화와 조각작품을 완성한다.
파리로 돌아간 고갱은 생활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타히티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의 나이 55세에 매독의 재발로 건강 악화, 우울증과 자살시도를 하며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시기에도 붓을 놓지 않고 그린 그림이 바로 걸작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375×139cm의 대작) 였다. 그의 작품은 사후 오랜 시간을 지나서야 작품의 가치를 인정 받고 세상에 존재감을 나타냈으며, 파란만장했던 고갱의 인생을 소재로 다룬 소설 ‘달과 육펜스’는 작가 서머셋모햄에 의해 1919년 발표 되기도 했다.
작가와 컬렉터는 예술의 완성도를 위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훌륭한 예술품을 제작하는 창작의 고통과 함께 작가에게는 그들의 작품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데 컬렉터의 조력이 필요하며, 컬렉터 역시 예술의 가치가 삶의 소통과 힘을 믿는 소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각기 분야는 다르지만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며 자신의 열정을 불태웠던 작가 고갱과 비범한 그의 비즈니스 업적과 동일한 미술품 수집가로서의 놀턴 사이먼.
사후에도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며 감사할 수 있음은,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가치에 대한 그들의 노력과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한 힘의 아름다운 결합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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