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대한 공포는 미국에 온 초기부터 있었다. 한국의 알만한 대학을 나온 남편과 남편의 친구 검프 아저씨는 의좋게 대학원 첫 수업을 다녀왔다. 다녀와 둘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심상치가 않다.
“내일 수업이 있다는 기가 없다는 기가?”
“글쎄 교수 글마가 텍사스 사투리를 쓰는지 영 못 알아 묵었다”
“그럼 내일 일단 가보고 아무도 없으면 그냥 오자” 이러는 게 아닌가? 가슴이 덜컹했다.
미 공병단의 해외공사에 QC로 참여한 직장경력에 TOEFL도 높은 점수, GRE 점수도 좋아서 영어는 되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수업이 있다 없다 정도를 모르다니 쇼크였다.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집 팔아 공부하러 왔는데 실망도 보통 실망이 아니었다.
미국에 와서 10년 가까이 되는 사람이 초보적인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저런 멍청한 일이 있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처음 한두 해는 나도 남부럽지 않은 영어를 해 보이리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텍사스 주립대학의 기혼 기숙사에서 살림을 살았던 시절, 남편이 공부하러 간 후의 무료한 낮 시간을 미국 남 침례교 부인회에서 여는 미국 생활 적응 클래스에 다녔다. 그곳에선 영어 회화와 미국 살림살이, 요리, 퀼트 이런 것들을 무료로 배울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되는 강습이었다.
그 후론 파트 럭(음식 한 가지씩 해오는 미국식 간단 파티)에도 열심히 쫓아다니며 미국인들과의 대화를 하려고 애를 썼었다.”영어를 남들처럼 해보자”는 꿈이 있었고, 될 듯 말 듯 한 영어에 몹시도 안타깝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는 사이 조급함 대신 마음의 고요를 찾게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단념’이라는 평화의 사도였다.
나는 질기지 못한 사람이다.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영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희희낙락 살게 되었다. 텍사스에서 살 때의 3년 동안의 영어가 내 영어 능력의 전부이다. 나성에 살게 되면서, 그리고 한글로 글을 쓰면서는, 영어는 극복 안 해도 좋을 과제가 되었다. 공부를 싫어하는 나는 영어에 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나성이 그래서 좋다.
혹간 사람들은 미국 직장 경험이 10년도 넘는 나를 영어실력이 대단한 사람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직장의 영어는 뻔한 범위를 넘지 않으며 내 일에 관한 전문용어 몇 가지만 알면 어렵지 않게 직장생활이 가능하다. 동료들과는 으흠~ 오케이, 오라 잇, 이런 맞장구만 잘 넣어주면 대화 소통이 눈치껏 되었다. 정 급하면 글씨를 쓰면 되고 바디 랭귀지라는 국제 언어도 있으니 말이다. 평소에 과묵하게 보이면 별말 안 하고 하루가 지나기도 했다. 직장의 상사가 한국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을 우연히 봤다며 회사에서와 딴판이었다고 할 정도였다.
회사에선 조신하고 조용했다. 이유 있는 과묵함인 줄 몰랐으리라. 내가 그만둘 때 그 자리에 너와 꼭 같은 한국 사람을 구해놓고 가라는 청을 받았을 정도로 cool 한 대접을 받았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Broken English 나 Konglish 가 내가 요즘 쓰는 언어이다. 남미 직원 통솔을 위해 남편은 Spanish를 하고 아들아이는 내게 한국어를 쓴다. 그러고 보니 죄다 완벽하지 않은 언어로 소통 중이다. 브로큰이 통하는 세상이 다행스럽다.
한국보다 더 오래 산 미국인데 아직도 영어는 내게 높은 산이다.
Comment 0
일자: 2024.04.09 / 조회수: 143 지역 보건의료 발전 공로 6개부분 수상 메디칼 신청 무료 대행 서비스도 비영리 의료 재단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 소장 애린 박)이 연방정부의 ‘헬스센터 리더’로 선정됐다. 이웃케어는 지난 한해 지역사회와 미국 보건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연방... |
일자: 2024.04.07 / 조회수: 333 3.1절 105주년을 맞아 LA한국문화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기리는 특별 전시가 성황리에 개막됐다. 국가보훈부 산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공동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민주공화정의 시작,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주제로 임시정부의 역사와 수립과정, ... |
일자: 2024.04.07 / 조회수: 127 어스틴 텍사스주립대학 간호대학은 미국에 거주하며 유방암을 진단받은 아시안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기술 기반의 정보 및 코칭/지지 프로그램 연구에 참여할 여성들을 모집한다. 참여 자격은 ▲18 세 혹은 그 이상의 아시아계 미국 거주 여성으로서 ▲최근 5년 내에 유방암을 진단받... |
일자: 2024.04.07 / 조회수: 102 국악 퓨전 밴드‘두번째 달’의 미주 순회 공연 다수 드라마 OST 퓨전 히트곡 선보여 4월 15일 오후 7시 문화원 3층 아리홀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5월 아시안문화유산의 달(AAPI)을 기념해 4월 15일 저녁 7시 문화원 3층 아리홀에서 한국 퓨전 밴드 ‘두번... |
일자: 2024.03.27 / 조회수: 116 Q: “건강보험이 없는 50대인데요?” 저희 부부는 LA에 거주하고 있는데 사정상 건강보험이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50세가 넘어가니 건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국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고 오는 지인들도 있는데 저희에게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최근 지인 중... |
일자: 2024.03.27 / 조회수: 95 흑인 역사의 달을 기념하며 지난 2월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역사의 달이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는 누군가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고, 임기 동안 많은 성취를 이뤘습니다. 2009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 |
일자: 2024.03.22 / 조회수: 70 소금 달 정현우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사람이 그 작은 단지에 담길 수 있다니 엄마는 길게 한번 울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 눈물을 소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슬플 때의 맛을 알 수 있을 텐데 둥둥 뜬 반달 모양의 뭇국만 으깨 먹... |
일자: 2024.03.20 / 조회수: 63 한국국립현대미술관-구겐하임미술관 공동주최 29명 작가 참여, LA 해머미술관에서 5월 12일까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시가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에서 2월 11일부터 5월 12일까지 열린다.... |
일자: 2024.03.20 / 조회수: 66 레몬법 케이스와 관련, 최근 들어 테슬라 손님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어떤 전기차를 사는 것이 좋은가 고객이 문의해 오면, 그래도 아직은 테슬라가 낫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테슬라의 여러 가지 고장과 문... |
일자: 2024.03.13 / 조회수: 47 지난번 큰 비로 방 하나가 못쓰게 되었다. 마루판이 튕겨 올라와서 신발을 신고 들어가 책을 꺼내와야 했다. 공부방으로 쓰던 방이었다. 급하지 않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신경질을 부렸더니만 그제서야 고치기 시작했다. 돈이 안 나오는 공사라며 자기 집은 잘 안 고친다. 다... |
일자: 2024.03.13 / 조회수: 88 GCEO 제 16기 교육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4주간의 교육 과정을 마치고 지난달 16일 졸업식을 가졌다. <글로벌 CEO 제공> ‘글로벌 디지털시대의 가치창출’4주 과정 마쳐 2008년 LA서 출발, 5개 도시 484명 원우 배출 한국외국어대학교의 ... |
일자: 2024.03.13 / 조회수: 160 명문 서울여상 남가주 동문회가 JJ 그랜드 호텔에서 신년하례식을 겸한 새해 첫 정기모임을 가졌다. 이날 동문들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에도 동문들 가정과 사업에 축복만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등 덕담을 나누었다. 또 명금자 전임회장과 장경애 심임회장의 회장 이취임... |
일자: 2024.03.13 / 조회수: 52 2월부터 무료 금연 패치에 20달러 선물권 제공 흡연자, 베이프 사용자에게까지 확대 서비스 담배는 백해 무익하는 사실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이 담배다. 한인금연센터(Asian Smokers’ Quitline, ASQ)가 담배를 끊고 싶어 하는 한인들을 ... |
일자: 2024.03.13 / 조회수: 46 독립선언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공동 4월 12일까지 미주지역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수립과정 및 활약상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국가보훈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관장 김희곤)과 공동으로 4월 12일까지 문화원에서 3.1절 105주년 기념 LA특별전: <... |
일자: 2024.03.13 / 조회수: 56 올해부터 서류 미비자도 메디칼 신청 가능 독신 월소득 1,677달러, 부부 2,269달러면 혜택 메디칼 받는다고 영주권 신청시 불이익 없어 새해부터 저소득 주민을 위한 캘리포니아 정부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칼(Medi-Cal, Medicaid+California) 수혜대상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 |
일자: 2024.02.25 / 조회수: 58 기다리는 이유 이정하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기다린다는 것. 그건 참으로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해가 지고, 내 삶의 노... |
일자: 2024.02.18 / 조회수: 62 할 수 있어요 (We can do it)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쉬운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면 미술, 축구, 피아노 같은 것인데 저에겐 배구가 그랬어요. 배구 만화 보는 것을 좋아해요. 키가 크지 않은 주인공이 최고의 배구 선수가 되기 위해 천천히 나아... |
일자: 2024.02.16 / 조회수: 53 영어에 대한 공포는 미국에 온 초기부터 있었다. 한국의 알만한 대학을 나온 남편과 남편의 친구 검프 아저씨는 의좋게 대학원 첫 수업을 다녀왔다. 다녀와 둘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심상치가 않다. “내일 수업이 있다는 기가 없다는 기가?” “글쎄 교수 글마... |
일자: 2024.02.16 / 조회수: 52 2월 15일 연극‘여자만세’ 3월 7일 발레‘지젤’ LA 한국문화원은 2월과 3월 문화원 아리홀에서 한국 공연영상 두 편을 상영한다. 이번 ‘공연 예술 콘텐츠 특별 상영회’는 한국 예술의 전당에서 만든 ‘색 언 스크린’(Sac on Screen)... |
일자: 2024.02.12 / 조회수: 59 “우울증일까요? 상담을 받아볼까요?” 우울하고 불안해서 자꾸만 일을 미뤄요. 게으름이 심해져서 회사 일도 집안일도 엉망이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몸도 아프고 이렇게 사느니 사라져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것에서 무기력해진 지 6개월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