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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 MLB와 어깨 나란히 하는 수준

2025년까지 71명 화수분처럼 우수 선수 배출

 

 

일본 프로야구(NPB)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은 1964년이다. 최초의 인물은 무라카미 마사노리(80)다. 일본 프로야구의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딱 2년 뛰었다. 자이언츠는 일본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무라카미를 융숭하게 대접하고 구장에 그의 사진도 걸려있다. 

 

무라카미는 1963년 낭카이 혹스(현 후쿠오카 소프트뱅크스 혹스) 소속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실업팀과 KBO리그에서 감독으로 활동한 김영덕(작고) 씨도 낭카이 혹스에서 뛴 바 있다. 요즘이야 일본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 문을 두들기는 상황이지만 당시는 기량 차이가 커 엄두를 낼 수 없던 때다. 그럼에도 NPB에서 고작 1년 활동한 풋내기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쇼킹한 뉴스였다. 도전 정신이 강하고 독특한 성격도 한몫했다. 

무라카미 이후 NPB 출신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사실상 멈췄다. 이후 1995년 31년 만에 다시 MLB의 문을 노크한 게 노모 히데오(56)다. 무라카미가 MLB의 첫 문을 연 선구자라면 일본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 MLB에 본격 진출한 노모 때문이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노모는 MLB 개척자다. 데뷔 첫해 삼진 퍼레이드와 13승 6패 평균자책점 2.54를 마크하며 일본인 최초의 신인왕을 수상했다. 전반기 성적과 삼진으로 역시 첫 올스타에 선정됐다. 191.1이닝 투구에 삼진 236개로 MLB 1위에 올랐다. 몸을 뒤트는 독특한 투구폼에 삼진을 낚아 ‘토네이도(회오리)’라는 닉네임을 얻게 됐다. 

 

데뷔 첫 해 삼진 9이닝 기준 11.101은 다저스 레전드 ‘황금의 왼팔’ 샌디 쿠팩스의 10.540을 뛰어 넘는 대단한 기록이다. MLB 사상 데뷔 후 3년 연속 탈삼진 200개 이상 기록은 노모와 전 뉴욕 메츠 드와이트 구든뿐이다. 아울러 노모는 양 리그에서 노히트 노런을 작성했다. 특히 ‘투수들의 무덤’쿠어스필드에서의 노-노는 노모가 유일하다. 쿠어스필드는 해발이 높아 타구가 멀리 뻗을 뿐 아니라 파울 지역이 좁아 투수들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상대적으로 오클랜드 에이스 홈 콜리세움이나 다저스타디움은 투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투수 친화 구장이다. 

 

노모 이후 NPB의 MLB 진출은 봇물터지듯 이뤄진다. 1997년 이라부 히데키의 뉴욕 양키스 입단은 대단히 큰 뉴스였다. 부인이 한국계인 이라부는 당시 NPB에서 가장 빠른 볼을 던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NPB의 스타급 플레이어는 노모, 이라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 최고의 마무리 사사키 가즈히로, 2001년 타자 이치로 스즈키(이상 시애틀 매리너스), 2003년 슬러거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등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NPB 상황은 달라졌다. 이치로와 마쓰이는 종전 MLB 무대를 밟은 스타와는 급이 다른 슈퍼스타들이었다. 일본 취재진의 규모에서 월등 차이가 났다. 이치로와 마쓰이는 워낙 많은 일본 취재진이 몰려 풀단을 만들어 라커룸을 방문하는 취재 방법을 택했다. 

NPB의 슈퍼스타들이 쉼없이 MLB 문을 두들기자 리그는 위기론이 대두됐다. “이러다가 NPB 가 일본 팬들에게 설땅이 없어진다”며 “더이상 스타 플레이어들의 MLB 유출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더 많은 선수들이 MLB에 진출하여 NPB가 그들을 정복해야 한다. 일본 야구의 우수성을 과시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은 MLB가 출범시킨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통해 세계 최강 야구를 확인했다.  

 

2005년 출범한 WBC 대회는 2023년까지 5차례 열렸다. 5개 대회에서 일본은 3차례나 우승했다. 최다 우승국이다. 게다가 5회 대회 동안 4강 토너먼트에 빠지지 않고 출전한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NPB 시장은 MLB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 차 이지만 WBC로 세계 최강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일본 야구의 자존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투타를 겸하는 아시안이 MLB를 점령해버렸다. 1920년대 MLB의 울트라 스타 베이브 루스 이후 투타를 겸비한 메이저리거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투타를 겸한 선수가 아니었다. MLB를 평정한 아이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다. 3차례 MVP가 입증한다. 미국야구기자단(Baseball Writers’ Association of America)이 투표하는 MVP에서 3차례나 만장일치로 등극했다. 어느 누구도 2회 이상 만장일치로 수상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투타 겸업 도전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2024년 다저스 유니폼으로 바꿔 입으면서 오타니는 풀타임 지명타자로도 최초의 MVP가 됐다. 야구기자들은 지명타자를 반쪽 선수로 평가했다. MVP,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큰 손해를 본다. 오타니의 만장일치에는 미국야구기자들의 일본 선수에 호감을 표하는 투표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에서 말하는 이도류(검도에서 양손을 사용한다는 뜻) 플레이어 오타니는 기량뿐 아니라 연봉으로도 MLB를 평정했다. 2023년 12월 다저스와 사상 초유의 10년 7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시장성을 파악하고 세계가 깜짝놀랄 연봉을 선뜻 줬다. 

2023년 12월 오타니의 계약으로 일본 열도는 들꿇었다. 이어 2025년 1월 21일 아치로 스즈키(51)의 명예의 전당( Hall of Fame) 가입으로 일본 야구는 정점을 찍었다. 오타니의 계약이 연봉으로 일본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면 이치로의 쿠퍼스타운행은 MLB와 대등 또는 더 우수함을 과시한 징표다. 다만, 이치로는 BBWAA 투표인단 394표 가운데 1표가 모자라 만창일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만장일치는 2019년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유일하다. 리베라는 파나마 출신이다. 

일본 야구는 이제 MLB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수준이 됐다. MLB에 2025년까지 진출한 선수가 71명이다. 저변넓은 일본 야구는 최고의 무대 MLB가 목표가 되면서 화수분처럼 우수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 

문상열 전문기자 moonsytexas@sportsseoul.com

 


 

문상열 

1989년부터 스포츠 기자로 활동. 

현재 라디오코리아 스포츠 해설위원. 

메이저리그 38개 구장 취재. 

스포츠는 정직하다.  Numbers Never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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