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간병‘밀레니얼 세대’아들 크게 늘어
900만 아들들, 풀타임 그만두고 부모 돌봐
저축금 사용하는 등 재정적 정신적 부담
한국보다 미국에 효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요즘 미국에서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풀타임 케어기버(간병인)로 나서는 미국 아들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저널리스트인 브랜든 윌(41)은 요즘 일을 중단하고 풀타임으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윌은 엄마 친구들에게 전화도 걸어주고 집청소, 요리, 목욕, 옷 입히는 일까지 모두 한다.
그의 엄마 제니스 윌(72)은 파킨슨 병을 앓고 있어 도움 없이는 방을 나갈 수 없다.
제니스는 “매우 고마운 일”이라서면도 “뉴욕에서 자리잡고 있는 아들의 인생을 통째로 빼앗는 것 같아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전미노인협회(AARP)와 ‘전국 케어기빙연합회’(NAC)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약 1,870만 명의 남성들이 케어기버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1,600만 명에서 늘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부모 또는 장인 장모를 돌보고 있다.
물론 부모를 돌보는 딸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치매를 가진 사람을 돌보고 있는18~34세 성인 47%는 남성이다.
커리어 포기하고 부모 돌봐
사실 남자인 아들이 거동이 어려운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정서적, 재정적 부담이 크다. 보통 남자들은 주변의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부모들을 돌보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신의 전문직, 개인 생활을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부모 간병까지 짊어 지고 있다.
전국 케이기빙연합의 제이슨 리센데스 CEO는 “고립된 느낌을 받는 남성들을 위한 정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돌보는 남성 10명중 3명은 자신의 저축금에서 간병 비용을 사용하거나 저축금을 줄인다고 AARP 브렌단 플린 수석 정책자문이 밝혔다.
특히 부모를 돌보는 아들들은 간병이 매우 어렵고 스스로 자격이 없다거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식품 구입과 건강식 만들기와 같은 일상 일들을 할 때 역시 한계를 느끼고 있다.
적응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아들 조차도 부모의 나이에 따른 변화를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다.
무거운 책임감
브랜든과 같은 많은 아들들이 어느날 갑자기 예상치도 못하게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브랜든은 뉴욕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작은 우편 서비스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가 고객들에게 금액 청구조차 보내기 힘들고 다리와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3년간의 검사 끝에 2015년 파킨슨 병 진단을 받았다.
브랜든은 뉴욕에서 출판 업무 직종의 취업 제안을 받았다. 그때만해도1년에 몇차례만 엄마를 돌보며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엄마가 2018년 넘어져 심하게 다치자 더 이상 혼자 살수 없음을 알게 됐다. 특히 재정적으로 누군가를 풀타임으로 고용해 간병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엄마에게 돌아가야 겠다면서 “나 같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연로한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돌아가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랜든은 매일 엄마의 운동을 돕는다. 또 어떤 날은 둘이 앉아 케어기빙의 경험담을 적어 그들의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한다. 그는 엄마를 돌보면서 풀타임 프리랜싱으로 일을 하려고 했지만 파킨슨 병이 진행되고 있고 예측을 하지 못해 여의치가 않았다.
그는 엄마를 돌보는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정적,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일리노이 포리스트 팍에서 엄마와 함께 사는 그는 “가장 왕성하게 돈을 벌 나이다. 아마 나중에 보충하기 위해 평생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아들의 성공을 뒷바라지했던 제니스는 “아들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이 내게는 정말 짐”이라고 말했다.
도움 받기
젊은 케이기버들은 종종 일의 책임과 돌봄 사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살린 게어기버 연구소는 2021년 설문조사 결과, 18~44세 케어기버의 23%가 풀타임 직업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또 57%는 근무 시간을 줄이고 파트타임으로 돌아선다고 밝혔다.
브랜든은 3명의 형제가 있다.
그의 동생 대런 윌은 LA에서 살고 있다. 매일 엄마 제니스에게 전화하고 1주에 2번씩 페이스타임으로 엄마와 통화한다. 일요일에는 페이스타임 화상통화로 뇌운동 게임을 하고 수요일에는 ‘금요일밤 라이트’를 함께 본다. 엄마를 돌보는 형 브랜든에게 일을 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1년에 2번씩 휴가를 내 시카고로 날아간다. 브랜든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준다. 형제는 매우 가깝게 지내지만 가끔 의사 소통이 잘못돼 틈이 생길 때도 있다.
엄마 제니스는 건강식과 일반 음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런은 요리책과 이메일로 식단을 보낸다. 하지만 브랜든이 필요한 것은 매주 2~3개의 구체적인 식단과 식품 리스트다.
대런은 “형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데 그는 직접적인 도움을 원한다”고 말했다. 대런은 결국은 엄마를 위한 음식 딜러버리 서비스 ‘밀스 언 휠스’를 연결해 줬다.
단체 도움 중요
블랜든과 제니스는 파킨스 병 환자와 부모를 돌보는 자녀들을 위해 마련된 조플리 발레 클래스에 다닌다.
하지만 모임이 자꾸 줄어든다. 제니스 저녁 친구중 몇명과는 전화가 끊겼다. 아마 병세가 악화됐을 것으로 생간된다. 브랜든 친구들이 가끔씩 방문하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파킨슨환자와의 춤’이라는 프로그램에 등록해 매주 목요일 미팅에 참가해 함께 춤을 춘다. 아들 브랜든은 ‘세대를 넘은 간병’이라는 옹호 단체에 가입했고 엄마와 함께 간병 에세이를 써서 웹사이트에 올린다. 동생 대런은 이런 그들의 모습을 비디오로 만든다.
주변의 도움이 너무나 귀중하다.
자넷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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