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the drip
초기 초현실주의 작품
잭슨 폴록 스튜디오.
Jackson Pollock
물감을 던지고 뿌리는
독보적 표현 방식
미국을 가장 대표하는 화가는 누구일까? 많은 예술가들 중에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은 전무후무한 가장 미국적인 화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미국 태생의 추상 표현주의 화가이며<드립 페인팅>의 창시자이기도 한 잭슨 폴록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를 오래전에 본 적이 있다. 폴록역을 맡은 주인공 에드 해리스 배우는 외모도 비슷했지만, 화가의 일상을 그럴듯하게 잘 표현하여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된다.
폴록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추상표현주의란 제2차 세계 대전 후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새로운 미술 사조이다. 그 당시 화가들은 전쟁의 참혹함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무의식을 활용하여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격정적으로 표현했다.
기존의 미술들이 실제 존재하는 것을 형상화하였다면 추상표현주의는 형상을 무시하고 오로지 무의식과 우연의 결합을 중요시하였던 파격적인 미술의 시작이라 하겠다.
폴록을 소개할 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낙하기법> 일명 드립페인팅 이다. 기존의 이젤 위에 캔버스를 놓고 하던 작업을 버리고 바닥에 놓은 캔버스의 수평 표면에 작품을 한다.
사용되는 페인트도 가정용 액체 페인트로 드립핑(dripping). 말 그대로 물감을 캔버스 위에 붓거나 튀기며서 하는 독창적인 제스쳐, 모든 각도에서 작품이 완성된다. 기존의 추상 표현주의 작품들이 왜곡되고 변형된 현실의 재현과 모방이었다면, 폴록의 작품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충격에 가까운 새로운 추상 표현주의로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적 가치관을 제시하게 된다. 붓으로 그린다는 개념을 버리고, 물감을 던지거나 뿌리는 행위<제스처/gesture>를 통하여 완성되는 방식은 시각적인 환상이나 느낌만으로도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독보적인 표현 영역이 되었다.
20세기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잭슨 폴록은 1912년 와이오밍에서 출생했으나 성장기의 대부분을 미서부에서 보내게 되며, 1928년 LA에서 예술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폴록은 어릴 때 부모님의 이혼과 부친이 가출한 후 정상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형성된 거칠은 성격이 훗날 성인이 돼서도 우울증과 알콜중독으로 연결되는 삶을 살게 된다. 친형의 보살핌으로 지내는 듯했지만 1935년 홀로 뉴욕에 둥지를 튼다.
작품 생활을 하던 중 동료 화가인 리 크레즈너(Lee Krasner)를 평생의 반려자로 맞이하게 되는데, 그녀의 조력은 폴록의 작가 생활에 전환점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작가 활동을 접고, 폴록의 매니저 역활을 자처하며 자신의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주목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는 데 성공한다. 그후, 성공 가도를 달리던 폴록 자신은 심한 부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며 우울증과 함께 다시 알콜중독의 어려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결국, 아내와도 잠시 떨어져 지내는 동안 폴록은 화가 지망생인 루스 클리그먼과의 불륜에 빠지게 된다.
1956년 불륜녀와 지인의 파티에 참석했다가 물의를 일으키고, 만취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나무를 들이받아 결국 직사하게 된다. 그의 나이 44세의 일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험하게 찌그러진 차에 처참하게 죽어있는 당대 유명한 화가의 아이러니한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막을 내린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적 급성장과 함께 유럽의 추상에 비해 역사가 짧은 미국은 미국의 강대함을 알리는 스타 예술가가 필요하였고, 잭슨 폴록은 시대적 요구에 맞는 미국 추상화가의 대표작가로 낙점되었다.
그의 작품은 물질적, 예술적, 경제적인 삼박자 요소를 갖춘 그 가치를 인정받아 사후 지금까지도 가장 비싼 가격으로 세계 미술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의 작품 NO.5 (1948년작)은 2006년 경매에서 최고가인 1억 4천만 달러에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 미술에는 새로운 주제와 기법이 필요하다”며 파격적인 기법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예술가 잭슨 폴록. 그의 생애는 짧고 드라마틱하게 살다 간 강렬한 삶이었다. 그러나 항상 그의 곁을 지킨 알코올, 담배, 재즈 음악등과 함께 예술 행위를 하는 순간만큼은, 고통스러웠지만 그에게는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글 이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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