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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말벡 와인을 좋아한다. 특히 아르헨티나 산 말벡이 입맛에 맞는다. 가끔 와인 진열대에서 말벡이 눈에 띄면 반드시 사고야 만다. 가격도 10달러 안팎으로 비싸지 않은 테이블 와인이다. 

말벡은 무난한 멀롯과 비교된다. 맛과 향이 유사하지만 멀롯보다 당분은 적다. 와인 그래스 당 말벡의 설탕 함량은 1.5그램에 미치지 못하는 드라이 와인이다. 때문에 도수는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7개국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아르헨티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와인 하면 말벡을 꼽는다. 

아르헨티나 말벡은 유럽 및 전 세계 포도나무 멸종의 원인이었던 필록세라 박테리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 프랑스 종이다. 프랑스 고전의 맛을 즐긴다는 느낌으로 마신다면 색다른 기분이 들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요즘 프랑스 와인은 순종이 아니다. 1875년부터 1889년까지 유럽을 휩쓸었던 필록세라 박테리아로 거의 사라져 버렸다. 대신 필록세라 박테리아에 강한 미국의 야생 포도나무에 프랑스 것을 접붙여 만든 변종 와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필록세라 박테리아는 미국의 포도 뿌리에 기생하는 진딧물이다. 

 

미국 신대륙 야생 포도는 거칠고 당도도 떨어져 와인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유럽의 와인 생산자들은 유럽 포도나무를 가져와 미국 동부에 심었지만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골드 러시의 붐을 타고 개척자들의 행렬을 따라 재배 환경 좋은 서부 해안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가져온 포도나무들이 원인 모를 병으로 말라 죽기 일쑤였다.  

 

와인 생산자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심은 유럽 포도나무를 뽑아 유럽으로 다시 가져갔다. 무지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미국 야생 포도에 기생하는 필록세라 진딧물도 함께 프랑스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프랑스 남부를 시작으로 보르도로 확산된 필록세라 박테리아는 그 후 20년간 세계의 유럽 포도 품종을 초토화시켰다. 

결국 농학자들은 진딧물에 강한 미국 야생 포도에 유럽 포도를 접목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한 진딧물 퇴치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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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도나무 초토화 사태의 비극을 피한 곳이 칠레와 아르헨티나다. 지리적으로 격리된 남반부 끝자락의 칠레에는 이 필록세라 박테리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역시 선교사들의 내수용 와인만 생산하면서 유럽과의 교류가 많지 않은 덕분에 역시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말벡은 프랑스 품종이다. 1850년대 이미 선교사들이 까다로운 말벡의 재배를 아르헨티나의 고산지대에서 시작했다. 유럽에 필록세라 박테리아 침공 이전의 일이므로 고스란히 프랑스 포도의 맛을 간직하고 있을 게다. 

접붙이지 않은 포도나무, 프랑스 고유의 고전 와인의 맛을 원한다면 칠레 와인을 마셔 보라. 그중에서도 짙은 향에 풀바디의 도수 높은 와인을 원한다면 아르헨티나 말벡을 권한다. 

 

레드 와인을 하루 1잔 또는 2잔씩 마시면 코비드 감염 위험을 10~17% 줄인다고 한다. 중국 의사들이 영국인 50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바이오뱅크’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화이트 와인은 주당 5잔 정도 마시면 7~8% 줄이지만 맥주나 사이다를 자주 마시면 오히려 28% 높인다고 한다. 말벡 와인도 마시고 코비드 19도 막아내는 일석 이조가 될 것 같다. 

김정섭 기자  john@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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