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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의 술’버려야 하나

wellbeing 2022.06.30 19:59 Views :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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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맞는 음식이 있다. 소주에는 삼겹살, 맥주에는 통닭, 막걸리에는 파전, 와인에는 고기나 치즈 등등. 

음식은 음식대로 술은 술대로 서로가 어우러져 좋은 궁합을 이룬다. 프랑스어로 ‘결혼’  (marriage)을 의미하는 마리아주라고 부른다. 

술을 어울리는 음식과 마시면 음식 맛도 돋아 줄 것이고 또 술의 알코올 기운도 풀어주는 아주 이상적인 건강 주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주당들에게 이런 ‘마리아주’를 이야기하면 반응을 하지 않는다.  

주당들은 대개 ‘술이 술을 마신다’. 음주 경력 40년이 넘었는데도 음식과 술의 궁합을 맞춰가며 먹는 주당들은 별로 본적이 없다. 주로 안주 발 세우는 친구들은 봤어도.  

 

잘 아는 언론사 선배는 퇴근하면 곧바로 양주 반컵을 단숨에 들이킨다고 한다. 독한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은 어디에도 비교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는 하루의 피곤을 풀어주는 최고의 약주라고 부른다. 

폭탄주 3잔으로 술자리를 시작하는 주당 선배가 있다. 그와 술대결로 이기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소주에 맥주를 부어 3잔을 연거푸 돌린다. 빈속에 들어가는 알코올이 얼굴로 치솟을 즈음이면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그때부터 음식에 손을 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면 그 선배는 빈속에 폭탄주를 돌리면서 나름 열심히 안주를 챙겨 먹는다. 김치에 나물, 부침 등등 그리고는 또 폭탄주를 돌린다. 남들은 먹이고 선배는 몸챙기고… 젊은 사람들과 대작하려면 어쩔 수 없는 나름의 비법(?)이겠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5~10분만에 알코올이 뇌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정신이 흐트러지고 판단력과 사고 능력이 떨어진다. 횡설수설이 시작되고 심하면 기억이 없어진다. 이때부터 주정이 시작된다. 신장을 자극해 수분이 더 빨리 몸에서 빠져나가고 알코올 분해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해 다음날 숙취에 시달린다. 

 

술은 위장에서 20% 정도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모두 소장에서 혈액으로 들어간다. 간으로 옮겨줘 분해를 시작되지만 흡수양이 많아 순식간에 머리로 올라간다. 공복으로 술을 마시면 소장으로 내려가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기름으로 코팅돼 알코올 흡수를 막아준다고 생각한다. 반정도만 맞는 말이라고 한다. 

술을 음식과 함께 마시면 알코올과 음식이 섞여 체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흡수 속도가 느려지면 간에서 분해하는 시간도 벌 수 있다. 또 빠져나가는 수분도 어느정도 보충할 수 있다. 

술은 칼로리(그램당 7칼로리)는 있지만 영양분이 없다. 공복에 술을 다량으로 마시면 음식을 먹지 않는 경향이 많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미네럴 보충이 되지 않아 다음날 숙취로 머리를 부여잡게 된다. 몸속에 저장된 전해질과 미네럴을 알코올 분해에 모조리 쓰기 때문이다. 세포들이 굶어 죽는다는 말이다. 

 

UCLA 의과대학의 수석 임상 영향사 에린 모스는 술마실 때 가장 좋은 음식을 과일과 야채로 꼽았다. 오이, 토마토, 벨페퍼, 무우 같은 수분이 풍부한 음식을 추천했다. 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연어 또는 통밀로 만든 샌드위치도 좋다. 

소주를 마신다면 삼겹살을, 맥주에는 통닭을, 와인은 치즈와 함께…

하지만 설탕이 들어 있는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당류가 들어간 음식은 소화가 빨리 되기 때문에 알코올 흡수 역시 빨라지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1시간 전 음식을 먹는다. 또 30분전에 물 두컵 정도를 마신다면 정신을 잃지 않고 바른 자세로 술잔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복에 마시는 짜릿한 술 맛을 버리기에는 그동안 쌓아 올린 주력이 너무 오래된 듯 싶다. 

김정섭 기자 john@usmet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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