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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스포츠 전체의 기준 바꾼 협약 - 정당한 대우

 

WNBA의 2026시즌이 지난 8일 개막했다. WNBA 정규시즌은 44경기를 치르고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PO 진출은 8개팀이다.

여자 프로농구 WNBA(Women’s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는 1996년 출범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2026시즌은 WNBA 역사상 획기적인 해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리그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협약’ ‘여자 프로 스포츠 전체의 기준을 바꾼 협약’으로 통하는 7년 기간의 노사단체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에서 비롯된다.

WNBA가 출범했을 당시 주 타킷은 틈새 시장이었다. 남자 프로농구 NBA가 지배하는 미국 시장인 터라 여자 프로농구의 설땅은 매우 좁았다. 출범 당시 팀도 8개 팀. NBA는 30개 팀. 실제 아레나에 모인 팬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동성애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미국은 워낙 다양한 인종과 집단으로 구성된 나라다.

 

2026년 15개 팀으로 늘어

2026시즌 WNBA는 15개 팀이 됐다. 지난 시즌 13개에서 올해 캐나다의 토론토 템포와 포틀랜드 파이어 프랜차이즈가 가세했다. 2030년에는 20개 팀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여자 프로 스포츠로서는 커더란 획을 긋게 된다.

WNBA 선수들은 30년 만에 새로운 노사단체협약으로 정당한 대접을 받게 됐다. 높은 인기와 선수들의 투쟁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인기는 결국 팬들의 성원이다. 팬들의 지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확보해도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선수들이 남자와 동등한 연봉과 대우를 요구해 개선시킨 것도 FIFA 여자 월드컵에서의 우승과 팬들의 지속적인 성원 때문이었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여성들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오랜 기간 싸워서 얻은 결과다. 여전히 남여의 연봉 차이가 두드러지지만 다른 국가와 견주면 훨씬 낫다. 하지만 스포츠는 다르다. 프로 스포츠에서 연봉과 상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골프 상금의 경우 거의 10배 차이가 난다. 남여 상금이 같은 종목은 테니스가 유일하다. 빌리 진 킹 여사(82)의 투쟁 덕분이다. 그랜드슬램 최다 챔피언(24회)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여자는 3세트 풀세트 경기로 같은 상금을 받는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말을 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려 사과한 적이 있다.

 

LA 스팍스 입단한 루키 박지현도 혜택

2026년~2032년까지 시행되는 새 노사단체협약(CBA)의 주요 골자를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선수들은 올해부터 큰 혜택을 받는다. LA 스팍스에 입단한 루키 박지현(26)도 대상이다. 그동안 WNBA 선수들은 기량이 뛰어났음에도 연봉이 적어 리그가 끝나면 튀르키에나 중국에서 또 하나의 시즌을 치렀다. 돈벌기 위해서다.

NBA 선수가 연봉이 적이 시즌을 마치고 다른 국가에서 뛰는 경우는 없다. 최저 연봉 자체가 충분한 소득이 되기 때문이다. 종전 WNBA 최저 연봉은 66,000달러에 불과했다. 2026년부터는 27만 달러로 치솟았다. 박지현도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풀시즌 로스터에 잔류하면 27만 달러를 받게 된다. 그러나 박지현은 스팍스에 영입될 때 개런티 계약이 아니어서 로스터에서 제외될 경우 27만 달러가 보장되지 않는다.

 

에이스 센터도 고작 20만달러

지난 시즌까지 WNBA에서 라스베거스 에이스의 센터 아자 윌슨처럼 4차례 MVP를 받아도 최고 연봉은 25만 달러에 머물렀다. CBA가 체결된 뒤 윌슨(29)은 3년 500만 달러의 슈퍼 맥스 계약으로 WNBA 역사상 최고 연봉자가 됐다. 연봉으로 166만 달러 정도인데 지난 시즌보다 무려 6.6배

가 뛰었다. WNBA에도 밀리언 달러 시대가 찾아온 것. 30년 만의 쾌거다. 이렇게 된데는 연봉상한선(샐러리 캡)이 팀별 15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로 껑충 뛰며 밀리언 연봉자들이 탄생하게 됐다. 앞으로 NBA처럼 세계 최고 선수들이 WNBA에 몰리게 되고 콘텐츠는 더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다. NBA도 높은 연봉으로 유럽의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전체적으로 리그가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봤다. NBA식의 리그 성장=선수 연봉 상승 구조 토대를 만들었다.

수익도 리그와 나누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에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번 협상에서도 리그 캐시 잉글버트 커미셔너는 완전한 흑자 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WNBA 선수 노조는 수익의 평균 20%를 분배받는데 성공했다. 진일보한 협약이다. 아울러 리그 수입이 증가할 경우 선수 연봉과 샐러리캡도 자동으로 상승하도록 설계됐다.

 

선수복지도 개선

선수 복지도 대폭 개선됐다. 2004년 케이틀린 클락의 입단으로 선보인 전세기(Charter Flight) 이동 제도를 명문화했다. 원정 숙소 최고급(5성급 이상) 제공. 팀별 의사, 트레이너, 영양사, 물리치료사와 멘탈 헬스 전문가 의무적으로 배치. 육아 출산 관련 지원 강화. 주거 지원(2026-2028시즌은 전 선수, 2029년부터는 연봉 50만 달러 이하). 은퇴 선수 보상 확대 등 MLB, NBA, NFL, NHL 메이저 종목의 복지 수준에 접근하는 지원책이다.

30년 만에 WNBA가 마이너 리그에서 메이저급으로 도약한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2024년 인디애나 피버에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백인 케이틀린 클락의 인기에 편승했다. 대학농구(아이오와)에서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전국구 스타가 된 클락은 WNBA마저 단숨에 인기 리그로 이끌었다. 클락은 광고수입만으로 연간 16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동안에 축적된 우수 콘텐츠가 클락 등의 젋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가세로 관중 동원도 성공했다. 이에 비례해 입장권 판매 증가와 구단 가치가 폭등했다.

 

중계권 계약 연간 3억달러 육박

새 중계권 계약은 인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ABC/ESPN을 비롯한 CBS, NBC 방송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과 10년 31억 달러 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2억8100만 달러다. 정규시즌 216경기가 중계된다. NBA는 11년 760억 달러다. 스폰서십도 증가했다. 리그는 중계권과 스폰서십이 수익의 절대를 차지한다. 인기는 신생팀 창단으로 이어졌다. 창단 가입비가 5000만 달러다. 창단팀은 곧바로 구단 가치가 상승하는 금전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25년 창단된 신생팀 골든스테이트 발카리스는 5000만 달러의 가입비를 냈다. 2026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발카리스의 가치는 85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올해 창단된 토론토 템포와 포틀랜드 파이어도 가입비(Expansion Fee)를 낸 2024년보다 가치가 두 배 늘었다. 2026년 토론토는 3억2500만 달러, 포틀랜드는 3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8일과 9일 개막전에도 경기장은 팬들로 가득찼다. 코넷티컷 선-뉴욕 리버티전은 17,615명, 댈러스 윙스-인디애나 피버전에는 17,274명이 입장해 WNBA의 인기를 실감했다.

새로운 도약으로 시즌을 시작한 WNBA의 향후가 주목된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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