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월드컵 지역 예선서 페널티킥 실축한 임국찬과 비교돼.
전 국민에 희망 고문 준 홍명보 감독과 고려대 마피아가 낳은 참사.

역대 최고 멤버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국가대표팀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32강 탈락으로 장렬히 산화했다.
국민들은 지난 24일 A조 최약체로 꼽혔던 남아공화국에게 1-0으로 패한 뒤 경우의 수를 따지며 그래도 32강은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나흘동안 받았다. 그러나 27일 아프리카 통고 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1로 제치면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감독 홍명보는 역대 월드컵 최악의 경기가 된 남아공전이 끝난 뒤 “패배의 책임은 모두 감독에게 있다”고 한 뒤 나흘 만에 현지에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다. 귀국 비행기를 어떻게 타고 올지가 궁금하다. 벌써 인천공항에 돌발 사태를 대비해 삼엄한 경비를 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특히 월드컵은 그렇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32강에 탈락한 우루과이도 대표팀의 전용비행기를 취소했다. 열성 팬이 공항에서 홍명보 감독을 상대로 어떤 돌발 행위를 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분위기로는 선수들에게 탈락의 책임을 묻는 기사나 SNS 포스팅은 거의 없다. 탈락의 모든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하고 질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축구협회, 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직격탄을 날렸을까. 역대로 대통령이 스포츠 이벤트 실패를 두고 언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축구 국가대표팀 양지
홍명보 감독은 역대 최고의 팀으로 구성된 대표팀을 망가뜨린 장본인이 돼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필자의 기억에 월드컵 실패 사례 가운데 하나였던 1970년 페널티킥 실축을 한 임국찬에게 쏟아지는 비난만큼이나 큰 것 같다.
1970년 대회를 준비할 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중앙정보부 소속의 양지 팀이었다. 중앙정보부의 슬로건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데서 따온 팀명이다. 종로구 창신동 낙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숙소가 있었다.
대표팀을 왜 현재 국가정보원인 중앙정보부에서 창단했는지는 올드 팬들은 안다. 당시는 북한 김일성과 남한 박정희의 무한대 체제 전쟁이 이어졌다. 스포츠 문화 예술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는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북한은 이 때까지만 해도 GDP가 남한보다 우위였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스트라이커 박두익을 앞세워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8강에 진출했다.
북한은 조별 리그에서 소련에 3-0으로 패하고 칠레와 1-1로 비긴다. 이어 조별 최종전에서 축구 강국 이탈리아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박두익이다. 8강에 진출해 포르투갈의 흑진주 에우세비오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해 5-3으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유일하게 우승한 대회가 자국 개최 때인 1966년이다.
북한의 8강 진출에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월드컵 본선 진출도 부러운 판에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니 한국 축구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인 중앙정보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967년 2월 국가대표 팀으로 급조한 게 양지다. 골키퍼 이세연을 비롯해 김호, 김정남, 정강지, 이회택, 박이천 정병탁, 김삼락, 임국찬 등이 양지 소속이었다. 군복무를 면제받는 대신 대표 팀 강제 징집 방식이었다.
양지는 1970년 3월에 해체되고 후에 청룡과 화랑으로 축구 대표팀이 운영된다. 화랑은 청룡보다 기량이 다소 처지는 일종의 상비군 역할을 했다. 1973년에 장충동에 개관된 국립극장 역시 중앙정보부 예산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북한의 집체 공연에 맞서는 전위대를 국립극장이 맡았던 것. 1972년 7월4일 박정희가 발표한 남북공동성명에는 남북의 문화교류가 포함돼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대표팀이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승할 경우 세관들의 짐 검사는 프리였다고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당시에도 고가였던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서 입국했다. 그러나 패하면 가방을 샅샅이 뒤졌다. 상부에서 하달되는 지시였다.
〮임국찬의 페널티킥 실축
국가 대표팀 양지를 소개한 이유는 임국찬의 실축이 홍명보의 32강 탈락의 연결 고리 때문이다. 임국찬(86)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라운드 최종전에서 이회택이 얻은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1-1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놓쳐 멕시코행이 좌절됐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호주에게 이기더라로 멕시코행 티켓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당시 아시아-오세아니아 최종 티켓은 이스라엘이 잡았다. 1970년에는 16개국 출전이었다. 이스라엘의 유일한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이후에 단 한번도 없었다.
당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너무나 힘든 과제였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32년 만인 1986년 멕시코 대회 때 출전권을 획득하고 11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임국찬은 이후 잠시 대표팀과 서울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나 그 고통에 시달려 결국 1980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늘 페널티킥 실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삶이 어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홍명보(57)는 감독 부임 때부터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더니 결국 32강 실패로 막을 내렸다. 2014브라질 월드컵 1무2패, 2026북중미 월드컵 1승2패, 노 토너먼트 진출, 월드컵 종합 성적 1승1무4패. 고려대 마피아가 낳은 참사다. 원칙과 정도를 걷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번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임국찬과 홍명보는 축구 명문 동북고 출신이다. 향후 홍명보가 평범한 축구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흥미롭다.
문상열 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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